임상시험 지연 문제 해소 전망…공동 개발 프로젝트도 속도 낼 전망
의약품 수요 개선 여지↑…증권가, 투자심리 회복 계기로 종목 재평가 분위기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전공의 복귀가 속도를 내면서 그간 불확실성에 흔들리던 제약업계가 숨통을 트게 됐다. 의료 현장 정상화로 임상시험 환자 모집과 데이터 생성이 재개될 전망이며 항암제·마취진정제·수액·항생제 등 병원 처방 의존도가 높은 품목 수요도 본격 회복이 기대된다.

   
▲ 경기도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응급실에서 의료진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0일 업계에 따르면 의료현장에서 전공의들이 본격적으로 복귀하면서 국내 제약사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기간 이어져온 전공의 부재는 병원 진료 공백뿐 아니라 임상시험 일정, 환자 모집 차질, 병원 중심 채널 품목의 공급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며 제약·바이오 업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번 전공의 복귀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투자 심리도 개선될 여지가 커졌다.

◆임상 비롯해 파이프라인 개발 본 궤도…글로벌 경쟁 격차 최소화 기대

우선 전공의 복귀가 연내로 순차 진행될 경우 제약사 입장에서 가장 큰 부담 요인 중 하나였던 임상시험 지연 문제가 해소될 전망이다. 임상시험은 환자 모집과 모니터링, 데이터 생성 등 전공의가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부분이 많다.

수개월간 신약 파이프라인 일정이 지연되거나 일부는 중단 위기에까지 직면했던 만큼 전공의 공백은 신약개발 로드맵 자체를 흔드는 리스크로 평가됐다. 이번 복귀로 임상 운영이 정상화되면 제약사들이 계획한 신약 후보 물질의 개발 속도를 다시 끌어올릴 수 있어 중장기 성장 모멘텀 확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환자 모집 역시 현실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로 꼽혔다. 전공의가 현장을 지키지 못하면서 신규 환자 모집과 데이터 생성에 속도가 붙지 못했고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하는 국내 기업들 입장에서는 치명적 약점으로 꼽혔다. 전공의 복귀는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임상시험 재개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신약개발 역량이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 복귀가 제약사들에게 미칠 장기적 효과는 궁극적으로 신약개발 파이프라인 추진력 회복에 있다. 지난 기간 동안 일부 국내 기업들은 글로벌 임상 일정 지연으로 파트너십 및 해외 진출 과정에서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으나 정상화가 가속화된다면 글로벌 제약사들과의 경쟁 격차를 최소화하고 라이선스 아웃 및 공동 개발 프로젝트 진행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의약품 수요 개선 따른 실적 개선…투자 심리도 회복

의약품 수요 측면에서도 긍정적 변화가 예상된다. 전공의 부재는 환자 진료 차질로 이어지면서 병원 내 사용량이 높은 항암제, 마취진정제, 수액, 항생제 등의 소모품 수요를 위축시켰다. 이는 곧 제약사의 매출에도 직접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정상 진료 체계가 재개되면 환자수 증가와 함께 이들 의약품 수요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항암제의 경우 정기적 투여가 필요한 치료 특성상 환자 관리가 밀려왔던 병원 현장의 수요가 되살아날 것으로 점쳐진다. 마취진정제와 수액·항생제 또한 수술과 입원 환자 증가에 따라 안정적인 성장세를 되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병원 채널 매출 비중이 높은 제약사들에게 실적 개선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하반기 제약사들의 영업 활동 역시 가시성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의료 현장 정상화는 제약 영업사원들의 병원 방문 여건을 개선하고 학회·세미나 등 오프라인 마케팅 활동 재개를 가능하게 한다. 의료대란 당시 제한적이었던 학술 마케팅이 정상화되면 신제품 홍보와 처방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전공의 복귀 국면을 제약·바이오 산업의 투자심리 회복 계기로 주목하고 있다. 임상 일정 지연 해소와 매출 가시성 회복이라는 두 가지 요소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하반기 업종 전망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다. 투자자들이 가장 우려하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 코스피·코스닥 시장 내 제약·바이오 종목이 재평가 받을 수 있다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또한 정부 차원의 임상 인프라 지원과 규제 완화 기조가 맞물릴 경우 전공의 복귀는 단순한 현장 인력 보강을 넘어 산업 전반의 신뢰 회복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는 제약사들이 단기적 매출 안정성과 함께 장기적 성장 동력 확보에도 유리한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전공의 부재로 임상과 영업이 동시에 흔들리며 기업 현장의 어려움이 상당했다”며 “복귀가 본격화되는 만큼 하반기에는 정상화 기조를 바탕으로 매출과 투자 모두 안정성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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