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장비 ‘비전(BeeSion)’ 세계 최초 개발
‘병든 꿀벌·기형 꿀벌’ 등 16개 항목도 자동 분석
“인공지능 기반 양봉 기술로 글로벌 꿀벌 위기 극복”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양봉농가의 오랜 숙원이었던 꿀벌응애 관리가 인공지능(AI) 장비를 기반으로 30초 안에 찾아내는 등 적기에 방제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농촌진흥청은 반복되는 겨울철 꿀벌 집단 폐사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 ‘꿀벌응애’를 빠르고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AI 기반 꿀벌응애 실시간 검출장치인 ‘비전(BeeSion)’을 강원대학교 모창연 교수 연구팀과 공동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 꿀벌응애 자동 식별 장치./자료=농진청


꿀벌응애는 꿀벌을 죽이지는 않지만 기생체로 벌집 안에서 꿀벌에 기생하면서 발육에 직접 피해를 주거나 바이러스를 매개해 질병을 전파, 폐사를 유발하는 해충으로 방제가 어려워 오랜 기간 양봉농가들의 애를 태워왔다. 세계적으로도 꿀벌에 가장 심각한 피해를 주는 해충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해 미국에서도 전체 꿀벌 군집의 62%가 폐사하는 등 국내를 포함한 전 세계적으로 꿀벌 피해가 심각해지고 있다. 꿀벌 폐사를 유발하는 주요 원인으로는 꿀벌응애 감염과 그에 따른 바이러스 확산, 방제 약제 내성 증가 등이 있다.

이에 따라 농림축산식품부는 꿀벌응애 번식이 활발한 여름철에 6주간 집중 방제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대응 중이다.

그럼에도 꿀벌응애는 벌집 내부에서 서식하며 크기도 가로 1.6mm, 세로 1mm로 눈으로 관찰하기 매우 어렵고, 특히 여름철 고온 환경에서는 관찰·방제가 더 힘들어 방제 시기를 놓치기 쉽다. 숙련된 양봉인도 벌통 한 개를 정밀 관찰하는 데 30분 이상이 걸리며, 특히 고령 양봉농가는 고온 다습한 여름철 야외에서 꿀벌응애를 찾아내기가 무척 어렵다. 

또 이처럼 노동집약적이고 비효율적인 기존 방제 방식은 청년층이 양봉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진청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벌집판을 촬영하면 30초 이내에 꿀벌응애 존재 여부를 자동으로 판별할 수 있는 실시간 검출장치 ‘비전(BeeSion)’을 개발했다. 비전은 ‘Bee(꿀벌)’와 ‘Vision(시야)’의 합성어로, 꿀벌응애 등 병해충을 빠르고 정확하게 검출하는 장치 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 장치는 꿀벌응애 외에도 백묵병 등 질병 감염 꿀벌이나 날개 기형 꿀벌, 애벌레 이상 등 16가지 병해충과 생육 정보를 동시에 분석하며, 감염 수준에 따라 △방제 권고 △주의 단계 △집중 방제 등 과학적 방제기준을 제시한다. 

특히 꿀벌응애 분석 정확도는 97.8%에 달하며, 간단하게 설계해 고령자나 초보자도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 장치를 활용하면 양봉 현장에서 꿀벌응애 등 병해충 발생과 꿀벌 이상 징후를 미리 발견해 먼저 사양 관리함으로써 꿀벌의 폐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작동 방식도 매우 간단해, 벌집판을 장치 위에 올려놓고 촬영 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벌집판이 촬영되고 인공지능(AI) 분석이 진행된다. 결과는 비전의 소형 화면을 통해 바로 확인하거나, 무선 통신(Wi-Fi Direct)을 통해 스마트폰 등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현장 실증에서 이 장치를 벌통 150개 규모 사육 양봉장에 적용할 경우, 연간 약 860만 원 수익 증가 효과가 기대된다는 평가다. 아울러 노동력 부족‧약제 오남용 문제까지 동시에 해소할 수 있는 게 장점이다.

   
▲ 비전의 꿀벌응애 검출 방법(기기 작동법)./자료=농진청


현장 실증에 참여한 양봉농가는 “응애 검출이 빠르고 정확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이다”라며 조속한 보급을 요청했다. 

또한 한국인공지능협회 김현철 회장은 “영상 인식 기술을 활용한 이 장치는 꿀벌응애 진단의 혁신”이라며, “양봉농가의 걱정을 줄이고 피해를 예방하는 데 크게 이바지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농진청은 현재 장치에 대한 특허출원을 마쳤으며 올해 산업체에 기술을 이전해 제품 생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 현장 실증을 거쳐 2028년부터 전국 양봉농가에 본격 보급할 계획이다.

방혜선 농진청 농업생물부장은 “이번 성과는 경험에 의존하던 양봉에 데이터와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첫 사례로, 정밀 사양관리와 병해충 예찰 자동화의 전환점이 될 것이다”라며, “앞으로도 디지털 기반의 선제적 예찰 체계를 고도화해 꿀벌을 지키고 양봉산업 경쟁력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공동개발 한 강원대 모창연 교수는 “꿀벌응애, 꿀벌 등 벌집판 획득 영상 10만장 이상, 다양한 조건의 사진 7만장 이상 등 꿀벌응애 검출을 위한 빅데이터가 확보돼 있다”면서 “실증을 마치고 나면 다른 곤충 등 병해충을 자동 식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유용해질 것”이라고도 기대했다.
[미디어펜=이소희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