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국회 복지위서 ‘GMO 완전표시제’ 담은 식품위생법 개정안 논의
간장·식용유 등 GMO 표기 의무 확대…“수입처 한정되면 수급 불안”
원재료 이력 추적 현실적 어려움 많아…“불필요한 비용 지출 늘 것”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국회가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논의에 올리면서 식품산업 전반이 술렁이고 있다. 소비자단체는 ‘알 권리’를 주장하지만, 업계는 원재료 수급 불안과 생산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장바구니 물가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가공식품을 살펴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 제2소위원회에서 ‘GMO 완전표시제’ 도입을 포함한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논의한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5인이 발의한 식품위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원재료에 GMO가 포함된 식품 등에 대해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행법은 GMO를 원재료로 제조·가공한 식품 또는 식품첨가물에 대해 유전자변형식품임을 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유전자변형 DNA 또는 유전자변형 단백질 잔류 여부에 따라 표시대상을 한정하고 있다. 이에 소비자에게 식품에 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지난해 기준 국내로 반입된 GMO는 약 1092만 톤으로 전년 대비 6.2% 증가했다. 이 중 87%에 해당하는 945만7000톤이 사료용이었지만, 식품용도 146만5000톤에 달했다. 단순 환산하면 대한민국 국민 1인당 연간 35㎏에 이르는 GMO를 소비한 셈이다. 국내에서 GMO가 확산함에 따라 소비자단체 등은 ‘소비자 알 권리’를 보장할 수 있도록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해 왔다.

식품업계에서는 해당 법안이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식품산업협회 측은 이날 “사회적 합의 없는 졸속 입법”이라며 물가와 산업경쟁력에 타격을 줄 것이라 비판했다. GMO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 국내 상황에서 ‘GMO 완전표시제’가 시행되면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Non-GMO로 원료를 전면 대체해야 하는데, 자급률이 낮은 국내 곡물 수급구조 상 공급 불안정과 가격 상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이다. GMO와 Non-GMO 원료 간 가격 차이는 20~7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간장·된장·고추장 등 장류, 식용유, 두부 등에 사용되는 콩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지난해 GMO 대두 수입량은 90만7000톤으로 사료용 옥수수를 제외하면 가장 많은 양을 차지했다. 기존 GMO를 사용하던 제품이 국내산 등 Non-GMO로 원료를 대체하면 가격 상승이 뒤따를 수밖에 없다. 해당 식품들은 각종 가공식품에서부터 외식업장 등에 이르기까지 두루 쓰이는 만큼 전반적인 먹거리 물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이번 제도가 시행되면 원자재 수입처가 좁혀지게 되고, 이는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아지는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 “최근 브라질산 닭고기나 가나산 카카오 가격 파동에서 나타나듯, 특정 지역에 원재료를 전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수급 불안에 따른 리스크가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아직 GMO가 국내 식품산업에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이 낭비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풀무원, 농심, 삼양식품 등 주요 식품기업들은 GMO 원료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GMO 완전표시제’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하려면 모든 원재료의 이력을 추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기존 GMO를 사용하지 않던 기업도 이를 입증하기 위한 비용을 추가로 지출하게 되는 셈이다. 식품 제조 현장에서 GMO 단백질 잔존 여부 등을 검사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고 비용까지 많이 든다.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현재 일부 제품을 제외하면 GMO가 사용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모든 원재료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보니 엄격하게 GMO 사용 여부를 따지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현재로서는 원재료 이력을 어떻게 확인할지부터 포장재 변경 등에 이르기까지 대응할 범위가 너무 넓어서, 구체적인 법안 내용이 정해져야 대책을 수립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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