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진에어가 모 회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간 합병에 따른 사업 계획 조정 과정에서 일본 인기 노선 일부를 줄이면서 소비자들이 불편과 피해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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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에어의 인천-다카마쓰 노선 예매 사이트. 오는 10월28일부터 화‧목‧토 예매가 불가하다./사진=진에어 홈페이지 캡쳐 |
21일 업계에 따르면 일본 다카마쓰 노선은 현재 국내 항공사 중 진에어와 에어서울 두 곳에서 운영 중인데, 최근 진에어에서 주 7일 운항을 축소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다카마쓰 지역은 저비용항공사(LCC) 간 일본 노선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경쟁이 덜한 소도시를 공략한다는 취지에서 생긴 노선이다. 하지만 최근 일본 여행 붐이 일면서 인기 노선으로 자리잡은 바 있다.
해당 노선은 진에어가 지난해 7월 신규 취항한 이후 약 1년 만에 누적 탑승객 10만 명을 돌파했으며, 에어서울의 경우 2022년 재운항 이후 평균 탑승률 86%를 기록했다. 특히 에어서울은 총 이용객 50만 명을 넘어서는 등 인기노선 중 하나였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진에어는 주 7일 동안 운행하던 다카마쓰 노선을 약 2주 전부터 대폭 축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는 10월 28일부터 화·목·토요일의 운항 예매가 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높은 수요를 기록하던 노선의 운항편을 절반 가까이 줄여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진에어 관계자는 "사업 계획 변경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관리하는 운수권·시장 구조와 경쟁 제한 규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운항 효율화와 포트폴리오 조정 차원의 조치로 해석된다.
문제는 사업 계획 조정 발표 전 예매를 했던 고객들이 항공사의 일방 통보에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전략 변경에 따른 피해는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돌아갔다. 기존에 다카마쓰행 항공권(화, 목, 토)을 예약한 승객들은 일방적인 날짜 변경 및 취소 통보를 받았다.
올해 상반기에 9월 2일 다카마쓰행 항공편을 예매했다는 한 이용객은 "사업 개편을 이유로 출발까지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항공권이 갑작스럽게 사라졌다“며 ”별도의 보상 없이 취소하거나 변경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호텔 예약을 포함해 계획해둔 여행 일정을 다시 세워야 할 판”이라고 불편함을 호소했다.
항공편의 스케줄이 변경된 사례도 존재한다. 한 승객은 오는 10월 14일(화요일) 다카마쓰에서 인천공항으로 돌아오는 항공편 스케줄이 다음 날인 15일(수요일)로 강제 변경되는 등 일정에 차질을 겪기도 했다.
진에어의 사업개편에 따른 소비자들의 피해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진에어는 일본 기타큐슈행 항공기의 도착지가 출발 한 달 전 후쿠오카로 변경되기도 했다.
이에 진에어 측은 피해고객에게 보상 차원에서 3만 원의 교통비를 지원했지만 도착 지역 간 거리가 70km에 달해 보상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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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10월14일 다카마쓰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항공편 일정이 다음 날인 15일로 변경됐다./사진=제보자 제공 |
◆ 결국은 수익성 확보 차원...시장 독점 '폐해'
업계에서는 이러한 노선 감축이 운항 효율화에 따른 진에어와 에어서울의 수익성 확보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또 작년 대비 엔화 환율이 오르면서 일본 노선 이용객이 다소 주춤해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다카마쓰 노선은 에어서울의 단독 노선이었다가 지난해부터 진에어가 진출해 치열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러한 항공사 간 경쟁은 과한 프로모션 등으로 수익에 직결되기 마련이다. 그러나 기존에 경쟁구도였던 다카마쓰 노선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따른 통합 LCC(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의 영향으로 사실상(진에어+에어서울) 단독 노선으로 전환되면서 변화가 불가피했다.
통상적으로 항공사들은 단독 노선의 경우 고수익으로 분류돼 일부러 공급을 제한하지는 않는다. 다만 에어서울이 여전히 주 7일 운항을 유지하는 만큼, 경쟁과 중복 노선을 최대한 피하는 것이 항공사 입장에선 유리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이번 사업 조정 계획은 탑승률 제고와 더불어 티켓 가격 인상을 위한 조치라는 게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번 경우 에어서울은 안정적으로 탑승객 유입이 가능해지고, 진에어 역시 항공편 감축에 따라 다른 수익성 높은 노선에 기재를 재배치할 수 있는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사업 편의와 효율 중심의 계획 조정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부담으로 전가된 부분이다. 소비자들의 계획 일정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채 통보됐고, 이에 따른 구제 방안과 손해 배상이 없었다는 점에서 비판이 나온다.
진에어 관계자는 "고객분들께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승객분들의 불편 최소화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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