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업무보고서 실언…과거 '부동산 투기' 의혹 재조명되기도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과거 어떤 정치인은 시내 버스비가 얼만지 모른다고 정치 인생이 위태로워졌던 경우도 있지 않았나? 이번 구윤철 부총리 논란은 그것보다 훨씬 심한 사례다." (국내 증권업계 관계자)

   
▲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에 대한 질문에 "10 정도 아니냐"라고 발언한 이후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경제부총리의 증시 관련 감각이 충격적인 수준으로 뒤떨어져 있다는 인식이 번지면서 투자자들은 물론 업계도 황당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구 부총리의 발언 후폭풍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지고 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 신뢰성 이슈로까지 충분히 번질 수도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의 발단은 지난 1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자리에서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구 부총리에게 “코스피가 3200 정도인데 PBR이라고 하는 주가순자산비율이 얼마인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10 정도 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PBR은 기업의 시가총액을 현재 보유한 총자산으로 나눈 비율을 뜻한다. 현재 코스피 PBR은 1.0 주변을 맴돌고 있고, 대만이 2.4, 일본이 1.6, 신흥국 평균이 1.8 수준으로 한국은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구 부총리의 “10 정도”라는 표현은 현실에서 너무나 동떨어져 있는 수치다.

이에 대해 구 부총리가 PBR과 주가수익비율(PER)을 혼동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현재 코스피 PER은 14배 전후다. 이 역시 구 부총리가 말한 ‘10 정도’와는 괴리가 있지만 현장에서 갑작스런 질문을 받은 구 부총리가 두 용어를 헷갈려 답변했을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문제는 구 부총리가 이번 사안을 ‘단순한 혼동’으로만 치부하기엔 사안의 중차대성이 너무나 크다는 점이다. PBR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부터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등에 대해 언급할 때마다 사용된 용어다. 그런데 현직 경제부총리가 증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이 없었으면 이 용어를 헷갈리느냐는 반론이 충분히 제기될 수 있어 보인다.

구 부총리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았다는 점은 관련 의혹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됐다. 실제로 그는 지난 2018년까지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주택 4채를 보유하고 있었고, 3채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수십억 원의 시세차익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PBR·PER을 혼동한 것과는 달리 부동산 이슈엔 상당히 밝아 보인다는 견해가 제기되는 이유다.

현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 고여 있는 자금을 증시로 끌어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대통령 역시 대선후보 시절인 지난 4월 금융투자협회 정책간담회에서 “PBR 0.1, 0.2인 회사들의 주식이 왜 있느냐”고 반문하며 밸류업 문제에 대해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부동산 쪽으로 관심이 치중돼 보이는 구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이번 정부의 ‘코스피 5000’ 목표에 대한 근본적인 신뢰성을 뒤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내 증권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구 부총리의 이번 발언을 단순 말실수로 보고 넘기기보다는 이번 실언에 시장이 왜 그렇게 격렬하게 반응하는지를 살펴야 한다”고 짚으면서 “단기간에 가파르게 상승했던 코스피‧코스닥 지수도 지금 방향성을 잃고 원래 모습으로 회귀하려는 중이라 조속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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