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석 달도 안돼 반기업법 폭주 신뢰 잃어…국정지지율 내리막
시장 냉담 국내외 기업 탈한국 부추겨…협치·통합의 기대 무너져
이재명 정부의 허니문이 석 달을 넘기지 못한 채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실용정부’를 강조했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기업 활동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현실은 거꾸로 가고 있다. 쏟아지는 반기업정책은 진정성을 의심받고 있다.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가 아니라 ‘기회마저 위기’로 만드는  잘못된 길을 가고 있다. 이대로라면 어려운 글로벌경제 환경 속에서 힘들게 쌓아 온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될 우려를 낳고 있다. 신뢰란 쌓기는 어렵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다. 

현실은 엄혹하고 시장은 냉엄하다.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떨어지고 증시는 한 달 사이 1.2%나 빠졌다. 한 달 전만 해도 주요 30국 중 상승률 1위 달리던 증시가 8월 들어 맥 없이 추락하며 꼴찌 신세로 전락했다. ‘코스피 5000’을 외치며 집권한 정부가 대주주 양도세 기준 강화, 노란봉투법, 더센 상법 등 ‘반기업 정책본색’을 드러내면서 민심도 투심도 돌아서고 있다.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과 투명성에 혼선을 주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거대 의석을 앞세워 폭주하고 있다. 점령군처럼 행세하는 이들에게 민심이 돌아서고 있다. 협치와 통합과 대화는 찾아볼 수가 없다. 

   
▲ 이재명 대통령이 1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미일 순방 경제인 간담회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재훈 현대차 부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대통령,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지원 두산그룹 부회장 겸 두산에너빌리티 회장.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실 제공]

퇴색된 실용주의와 실종된 협치와 통합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취임 직후 “악수는 사람과 하는 것”이라며 모든 대화와 협치, 통합창구를 틀어 막았다. 거대 여당의 대표가 취임 직후 내뱉은 말이라고는 도무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오만이자 독선이다. 

정치를 자신의 안위와 생명 연장줄의 도구쯤으로 생각하는 졸렬함이다. 갈등은 풀고 갈라진 민심은 하나로 봉합하는 것이 정치의 근본이다. 지금 정 대표의 행보는 팬덤과 말대포로 과대포장된 ‘정치의 사유화’를 선동하는 정치꾼의 모습이다. 자중지란에 빠진 국민의힘을 상대로 국민을 위한 정치보다는 자기 정치의 단맛에 취한 최악의 비호감이다. 당 지지율 하락이 증명하고 있다.

정치가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돼서는 안 된다. 정치는 국민의 삶을 개선하고, 공공선을 실현하며,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는 도구여야 한다. 지금 우리 정치 현실은 암울하다. 민주주의가 도전받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사법적 문제를 일거에 형해화했다. 법치주의가 흔들리고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는 핵심가치가 무너졌다.

정책대결이 실종된 국회는 투쟁의 장으로 변질된 지 이미 오래다. 국민을 위한 정치의 장이 아니라 권력 쟁탈의 게임장이 됐다. 하버드대 정치학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의 저서 ‘민주주의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두 사람은 민주주의를 유지하기 위한 핵심가치로 상호관용과 자제심을 제시했다. 지금 한국 정치 현실은 민주주의를 벼랑 끝으로 향하게 하고 있다.

정치의 불확실성은 필연적으로 경제마저 멍들게 한다. 경제 위기는 사회적 양극화를 부추기고 이는 정치적 극단화로 이어진다. 정책이 사라진 정치는 팬덤에 의존하며 포퓰리즘으로 표를 산다. 생존에 몸부림치는 기업을 옥죄고 노동시장을 갈등의 장으로 내몬다. 정치의 사유화는 국론을 분열시키고 결국 나라의 안위마저 위태롭게 한다.

   
▲ 국회가 지난 5일 열린 8월 첫 임시국회에서 노동조합법 및 노동관계조종법 개정안(노란봉투법)을 통과 시켰다. 표결은 재석 179명이 참석해 찬성 177명, 반대 2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불참했다. /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국내외 기업들이 보따리 쌀 '노란봉투법' 강행

심각한 위기다. 집권 여당은 숫자의 우세를 내세워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법안들을 무더기로 밀어붙이고 있다. 민주당은 노란봉투법과 더 센 상법도 모자라 ‘노동계 금통위원’까지 꺼내 들었다. 반기업 친노조 정부라지만 도를 넘어도 한참 넘고 있다. 

글로벌 무역환경은 트럼프의 관세정책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예측불허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온통 잿빛 하늘에 먹구름만 가득하다. 수출로 먹고 사는 기업은 가시방석에 앉아 하루하루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처지다. 이런 엄혹한 시기에 정부와 여당은 당근은 고사하고 목숨줄을 옥죄는 첩첩 규제로 손과 발을 묶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노란봉투법이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강화하고, 노조·노동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법이 시행되면 국내기업은 물론 해외기업까지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다. 고용 시장은 붕괴되고 기업은 빈 껍데기만 남을 것이란 우려가 기업인들의 목소리다.  

당정은 우이독경이다. 청부입법인만큼 무조건이다. 오죽하면 경총·대한상의 등 경제 6단체가 노란봉투법에 대한 반대 입장에서 한발 물러나 일부 독소 조항의 보완과 시행 1년 유예를 호소하는 성명을 냈을까. 이마저 외면한 것이 민주당이다. 

힘을 보탠 건 이재명 대통령이다. 이 대통령은 19일 미·일 순방 동행 기업인들과 간담회에서 “세계적 수준에서 노동자나 상법 수준에 있어 원칙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미·일 순방을 앞두고 만난 경제인과의 자리였음을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의 좌표가 어디에 있음인지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지난 12일 손경식 경총 회장은 노란봉투법에 대한 경영계의 우려를 담은 서한을 국회의원 298명 전원에게 전달했다. 80 중반을 훌쩍 넘은 산 경제인의 호소도 그들에겐 메아리에 불과했다. 19일에는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까지 나서 민주당 원내 지도부를 만나 노란봉투법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전달했다. 요지부동이다.

현재 노란봉투법이 민주당 개정안 그대로 통과될 경우 기업들은 수많은 하청 기업 노조들과 일일이 노사 협상을 해야 한다. 해외 공장을 지을 때도 노조 동의를 얻어야 한다. 미국 관세 폭탄을 피하기 위해 미국에 짓기로 한 공장도 노조가 반대하면 무산될 수 있다. 대기업이 노란봉투법을 피하기 위해 노조가 없는 협력사에 일감을 넘기거나 아예 해외로 빠져 나갈 경우 중소 협력사들은 존폐 위기에 몰리게 된다.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큰 역할을 한 조선업의 경우 협력사 비율이 특히 높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HD현대중공업의 1차 협력사만 2420곳, 삼성중공업은 1430곳, 한화오션은 1334곳에 달한다. 선박 한 척 건조에 2~3년 걸리는 조선업은 납기 준수가 생명인데, 중간에 협력 업체에서 파업이 발생하면 납기 지연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자동차 업체인 현대차·기아도 1차 협력 업체가 370여 곳이고, 2~3차를 포함하면 5000여 곳에 달한다.

   
▲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구로구 남부교도소에서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조치로 출소하며 김선민 당 대표 권한대행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멀어진 '코스피 5000'과 깊어지는 갈등의 골

부작용의 파장은 원청 기업뿐 아니라 협력업체를 포함한 근로자와 가족, 소액 주주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 국민 여론조사에서도 76.4%가 노란봉투법 국회 통과 후 노사 갈등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답했다. 10%로도 안되는 강성노조에 휘둘러 입법을 서두르는 민주당의 폭주에 여론이 매섭다. 

순방을 앞둔 이 대통령은 재계와 접촉하며 줄곧 위기를 기회로 만들자며 ‘원팀’ 정신을 강조했다. 이율배반이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서 기업들은 이미 모든 걸 쏟아부었다. 여기에 정부와 여당은 대주주를 옥죄는 상법부터 파업 천국의 고속도로를 깔아주는 노란봉투법으로 답한다. 취임 석 달이 채 못된 시점에 국정지지율이 10%P 이상 떨어졌다.

‘코스피 5000’은 기업의 실적이 좌우한다. 지금껏 정치적 불확실성이 발목을 잡아왔다. 말로 아닌 실적으로 증명해야 하는 것이 기업이다. 이 대통령의 랠리는 3000선을 횡보한다. 그마저 위태위태하다. 한국 시장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불신도가 최고조라는 경고음이 들려 오고 있다. 

AI시대다. 노조의 역할 변화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언제까지 기득권에 목매 거리로 나서는 광장의 정치에 화답할 것인가. 빛의 혁명이나 촛불혁명이나 다가오는 AI시대에 비하면 어둠의 함성에 불과했다. 세계의 무역 전쟁에서 살아남는 길은 거리의 촛불이 아니라 불 꺼지지 않는 연구실이어야 한다. 

갈등을 봉합하지 못하고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고 협치를 하지 못한다면 답은 정해져 있다. 역사를 거스르고 민주주의를 배신하는 행위다. 기업이 살아야 일자리가 있고 일자리가 있어야 나라 곳간도 채워진다. 빚내서 잔치하는 건 포퓰리즘이자 결국은 매국행위다. 국정지지율이, 증시가 민심과 투심의 척도다. 

국내 증시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을 10배로 튀기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자칭 ‘공정과 정의의 수호자’를 자처하는 ‘불공정과 부정의 대명사’ 조국 전 장관, 일본에서조차 특사 포함에 의아해하는 윤미향 전 의원, 국회서 보좌관 차명으로 주식 거래하다 들통난 여당 법사위원장, 논문 표절로 낙마한 교육부 장관, 또 온갖 막말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는 그 자리의 그 후보. 

노란봉투법, 더 세진 상법, 중대재해처벌법 등 온갖 사슬은 기업을 겨냥한다. 잘못이다. 정부가 삼류여도 기업은 이류였고 정치가 사류일 때 국민은 최소한 그 위였다. 상호 존중, 법치주의, 그리고 공공선에 대한 헌신이 없는 정부와 정치가 대한민국을 위기로 내몰고 있다. 

권력에 취한 정치의 민낯은 오래 가지 않는다. 마술을 부리지 않는 한 공짜는 없다. 이제 시장이 답하고 국민들이 묻고 있다. 실용은 어디에 있는가? 통합과 협치는 있기나 한 건가? 강성 노조와 팬덤에 편향된 입법은 대체 어디까지 갈 건가? 오늘로 78일을 맞이한 국민주권정부의 실체가 궁금하다고.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