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주력모델 PV5와 하반기 국내용 EV5에도 중국산 배터리 탑재
보급형·LFP, 중국산 배터리 공식 무색…완성차 원가 절감 의도와 맞물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국 배터리 탑재가 현지 한정과 보급형 중심에서 국내 메인 차종은 물론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까지 확대되면서 분기점을 맞고 있다. 미국발 관세 여파로 인해 기업의 실적이 감소한 가운데 중국 배터리를 채택해 원가적 우위를 점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최근 CATL과 BYD에 이어 3위 기업인 CALB와도 대형 물량 계약을 체결해 중국 상위권 3사의 공급망을 사실상 모두 확보했다. 기아는 국내 판매용 EV5에 중국 CATL의 NCM  배터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기아, '더 기아 EV5'./사진=기아

◆원가절감과 캐즘 맞물려…주력 라인업에도 가격 전략 변화

최근 기아의 PBV(목적기반차량) PV5는 중국의 CATL의 배터리 제원으로 출시됐다. 중국산은 현지 공략 모델 및 LFP(리튬, 인산, 철)배터리, 국내산은 NCM 배터리와 한국 출시 모델이라는 공식이 무색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반기 기아의 주력 공개 모델인 PV5에 이어 국내용 EV5에도 CATL의 배터리가 탑재될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런 경향은 더욱 짙어지고 있다.

이처럼 국내 완성차 업계에 중국산 배터리 채택이 확대된 이유는 가격과 가용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전기차 수요 둔화와 경쟁 심화 속에서 완성차 원가 절감 압박이 커지면서 배터리 조달은 라인업 전반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자리 잡았다.

앞서 중국산 배터리는 중국 내수 시장 공략용 모델에만 채택하던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현대차는 중국 전략 전기차 '일렉시오'에 BYD의 LFP 배터리를 탑재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중국에서 출시한 EV5에는 CATL의 LFP 배터리를 채택했듯이 현지 모델에는 시장을 고려해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했다.

하지만 최근 관세 타격과 함께 가격경쟁력 확보가 1순위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비교적 저렴한 중국산 배터리를 탑재해 시장 공략에 나선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LFP 배터리를 시작으로 NCM 배터리에서도 대규모 생산, 소재 소싱, 공정 효율을 앞세워 단가 우위를 구축했다. 이를 바탕으로 안정적 대량 납품 능력까지 겸비하며 협상력을 높였다. 업계에서는 모델과 세그먼트별로 배터리 종류와 공급사를 혼합하는 조달 최적화를 체계화하는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CALB와 공급 계약을 맺은 것도 이와 연관된다. CALB는 중국에서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배터리 업체로 현대차와 30GWh 규모의 대형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규모는 아이오닉 5 수 만대 분량에 달하는데 단발성 시범이 아닌 중기 물량을 고려한 계약으로 해석된다.

다만 미국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이 중국에서 생산한 배터리를 배제하려는 성격이 강하다는 점이 리스크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모델별로 출시하는 국가별로 제원을 차별화해 규율 적용을 정교하게 분리하고 운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술력·저가 무장한 중국산 배터리…후발 주자도 존재감 커져

   
▲ 베이징 국제 오토모티즈 전시회에 설치된 CATL 부스./사진=로이터


지금까지 국내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LFP배터리로 저변을 넓히고 있는 사이 중국은 NCM배터리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는 등 시장에서는 '상호침투'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

이번 국내 출시 전기차에 중국산 NCM배터리가 탑재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지금까지 CATL과 BYD 등 중국 1,2위 업체 외에도 CALB등의 후발 주자들의 존재감도 커지면서 국내 3사의 점유율 방어는 한층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

국내 완성차 및 해외 프리미엄 고객사에 공급되는 국내산 NCM 배터리의 셀당 가격은 kWh당 약 100달러 내외로 거론된다. 한화투자증권의 산업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해 말 중국 LFP 배러리가 kWh당 52달러로 하락했으며, 같은 기간 국내 NCM 배터리와의 가격 격차가 커졌다.

이는 셀 판매 체인에서 중국업계 가격이 전반적으로 낮게 형성돼 있음을 의미한다. NCM 배터리도 동일하게 기술력을 키우는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고객사 공략에 나선 것이다.

완성차 메이커는 전기차의 가격에서 배터리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가격 경쟁력이 있는 중국업체의 배터리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공급망 규모에서도 중국 기업들은 광산과 소재 이후 셀과 팩으로 이어지는 수직통합으로 단가가 낮고 납기 경쟁력을 구축하고 있다.

정책 환경도 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의 IRA 정책으로 직접적인 중국산 배터리 진출이 제약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중국 배터리 업체들은 한국과 유럽 등의 시작으로 현지화 돌파구를 모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도 저가 시장 대응을 위해 LFP 배터리 생산을 본격화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수요에 따른 저가 및 고가제품들을 아우르는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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