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천5∙압구정2∙장위15 등 잇단 유찰…시공사 찾기 '전전긍긍'
상반기 수주액 크게 늘었지만…선별수주 기조로 경쟁입찰 '4곳' 불과
[미디어펜=박소윤 기자]도시정비시장에서 한때 '비방전'까지 불사하던 출혈 경쟁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공사비 급등 등으로 건설사들이 보수적인 선별수주 기조를 강화하면서, 시공사를 찾지 못해 유찰되거나 경쟁입찰이 무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 정비사업지에서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 재개발 대어로 꼽히는 온천5구역은 지난 21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진행했으나, 단 한 곳의 건설사도 참여하지 않아 '무응찰'로 유찰됐다. 앞서 열린 현장설명회에는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KCC건설, 동원개발 등이 참석했지만, 실제 입찰 참여로 이어지지 않았다. 온천5구역은 동래구 온천동 일원 3만8596㎡ 부지에 지하 3층~지상 39층, 917가구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조합은 조만간 2차 입찰을 공고할 것으로 보인다.

'시공사 모시기' 현상은 비단 지방 사업장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강남 재건축 최대어인 압구정2구역 역시 두 차례 유찰 끝에 현대건설과의 수의계약이 유력해졌다. 조합이 최근 개최한 2차 설명회에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입찰이 유찰됐다. 조합은 현대건설을 우선협상자로 지정하고 다음 달 27일 총회에서 찬반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시정비사업은 관련법에 따라 시공사 선정 입찰이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수 있다.

압구정2구역은 기존 1924가구를 최고 65층, 2571가구 규모로 재건축하는 대형 프로젝트다. 압구정 6개 지구 가운데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르고 한강 조망권까지 확보해 대형 건설사들의 관심을 받아왔음에도 경쟁입찰은 성사되지 않았다. 

이 외에도 서초구 방배신삼호 재건축은 두 차례 경쟁입찰이 무산돼 수의계약으로 전환됐지만, 지난달 총회에서 시공사 선정이 불발되면서 정비구역 해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장위15구역 재개발도 지난 18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2차 입찰을 마감한 결과 현대건설이 단독 입찰해 유찰됐다. 

실적 수치만 놓고 보면 정비사업 수주는 크게 늘었다. 상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액은 27조8116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7조7282억 원)보다 176% 급증했다. 그러나 전국 42개 수주 사업지(공동수급 중복계산 기준) 중 경쟁입찰이 성사된 곳은 단 4곳에 불과했다. 개포주공6·7단지 재건축은 두 차례 유찰로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으며, 송파구 잠실우성1·2·3차 재건축도 1, 2차 입찰 모두 GS건설이 단독으로 참여했다. 

◆건설업계 선별수주 기조 강화…일부 사업지는 경쟁 치열

업계는 이 같은 현상의 배경으로 사업 리스크 확대와 불확실성 증가를 꼽는다. 원자재·인건비 급등, 고금리 부담, 분양시장 위축이 겹치면서 대규모 사업을 진행해도 수익성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7로 잠정 집계됐다. 이 지수가 지난 2020년 100을 기준으로 하는 점을 고려하면 5년 새 30%가 넘게 뛴 셈이다.

또한 건설사 입장에서는 수주전에 투입되는 홍보비 등 초기 비용이 크고, 시공권 확보에 실패하면 주변 사업 수주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무리한 경쟁입찰보다는 수익성과 상징성 등이 담보되는 사업에만 참여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향후 수익성 등이 뚜렷한 일부 사업지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대우건설은 개포우성7차 재건축 시공사 선정을 단 하루 앞두고 막바지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송파한양2차 재건축 또한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이 조합원 표심잡기를 위한 물밑작업을 진행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종합적인 리스크 요인으로 인해 건설사들은 무리한 입찰보다 수익성이 담보되는 사업만 선별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수의계약으로 전환되는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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