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9일부터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면세업계 “가뭄의 단비”
불황의 늪 빠진 면세점, 중국 단체관광객 유치로 하반기 실적 반등 기대
편의성 개선, 체험 요소 등 차별화 경험에 중점…‘K컬처’ 활용 콘텐츠 강화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중국 단체 관광객(游客·유커) 무비자 정책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면세업계도 유커 맞이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불황 여파에 시름하고 있는 면세점들은 전통적인 ‘큰 손’의 귀환을 발판으로 삼아 실적 반등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 인천국제공항 내 면세점에서 상품을 구매하는 관광객들./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22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달 29일부터 내년 6월30일까지 중국 단체관광객의 무비자 입국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국내 관광 시장 회복세에 발맞춰 무비자 정책을 통해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함으로써 내수 진작 효과를 노린다는 의도다. 

면세업계는 이번 정책을 ‘가뭄의 단비’로 받아들이고 있다. 현재 국내 주요 면세점은 업황 악화로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태다. 올 2분기 신라면세점(-113억 원)과 신세계면세점(-15억 원), 현대면세점(-13억 원)은 나란히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영업이익 65억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매출은 20% 가까이 줄었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실제 실적에서 드러나듯 면세점 업황 부진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번 정책은 면세점이 기대를 걸만한 오랜만의 희소식”라며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를 디딤돌로 삼아 하반기엔 실적 반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인 단체 관광객은 면세업계의 전통적인 ‘큰 손’으로 꼽힌다. 코로나19 직전인 2018년 국내 면세점 전체 매출에서 중국인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중은 73%에 달했다. 이 중 상당수 매출은 중국 보따리상 ‘다이궁(代工)’에 의해 발생했지만, 이를 감안해도 중국인 관광객 객단가는 다른 국가 대비 높은 수준이다.

특히 개별관광객 중심 여행 트렌드 전환은 면세업계가 중국 단체 관광객에 거는 기대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과거 단체관광객들이 면세점에서 화장품 등을 대량으로 구매하던 것과 달리, ‘체험’을 중요하게 여기는 개별관광객들은 올리브영·다이소 등 로드샵으로 쇼핑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이는 국내 면세업 외연을 위축시키는 동시에 인천공항 입점 면세점들의 수익성 악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관광객 수는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면세점 업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여행 트렌드 변화로 인해 관광객 증가가 면세점 매출로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수는 883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 844만 명보다 4.6% 증가했다. 하지만 지난해 국내 면세점 매출은 14조2249억 원(104억 달러)으로 달러 기준 3년 연속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24조8586억 원)과 비교하면 10조 원 이상 줄어들었다. 

이 때문에 면세업계는 중국 단체 관광객이 업황 회복의 ‘조커’ 카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면세점이 내놓은 개별관광객 맞춤 전략이 아직까진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중국 단체 관광객 유치가 체질개선을 위한 ‘골든타임’을 벌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주요 면세점 빅4는 이번 무비자 정책을 실적 반등의 기회로 삼기 위해 유커 유치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주요 인바운드 여행사와 협력해 쇼핑과 관광을 결합한 단독 상품을 개발 중이며, 롯데월드·아쿠아리움 등 계열사와 제휴를 통해 고객 체류 경험을 확장할 계획이다. 신라면세점은 중국 현지 사무소와의 연계를 통해 마이스(MICE), 인센티브 단체 등 고부가가치 단체 유치에 집중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 역시 일반 단체보다 객단가가 3~4배 높은 비즈니스 목적 인센티브 단체에 초점을 맞춰 연말까지 6만 명 이상 고객을 확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면세점들은 관광객 대상 결제 편의성 개선과 할인 프로모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면세점과 현대면세점은 중국인이 선호하는 알리페이·위챗페이 등 간편결제 서비스와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현대면세점은 간편결제 등급에 맞춰 멤버십 등급을 매칭해 연중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밖에 현대면세점은 중국인 선호도가 높은 화장품 및 향수 등에 대한 할인 프로모션을 계획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역시 국경절 등 주요 기념일에 맞춘 대규모 프로모션을 사전 기획할 방침이다.

다만 중국 현지 경기 침체로 인한 중국 관광객의 소비력 감소와, 가파르게 오른 국내 물가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단체 관광객이 몰려오더라도 예전처럼 선뜻 지갑을 열진 못할 것이란 관측이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은 단순 쇼핑을 넘어 ‘차별화 경험’을 제공하고 이를 구매와 연결하는 전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K팝 연계 행사나 K뷰티 클래스, K콘텐츠 체험 등 각종 ‘K컬처’를 활용한 킬러 콘텐츠 개발에 힘을 쏟는 모습이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현재 K팝 팬미팅 등 대형 단체고객 유치를 위한 마케팅을 기획하고 있으며, 단체 여행 형태의 변화에 따른 연계 상품도 개발해 홍보를 강화하고 있다”면서 “최근 B1A4 출신 '진영’을 홍보모델로 발탁한 것에 이어, 다국적 글로벌 팬덤을 보유한 아티스트를 순차적으로 홍보모델로 선정해 해외 고객을 공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