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틸법, 탈탄소 전환과 장기 경쟁력 확보 지원
삼중고 속 단기 수익성 확보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
포스코·현대제철, 기술력 기반 신규 시장 개척 노력
저탄소 강재와 에너지 강재 공급으로 기존 시장 다변화 및 수익 확보
[미디어펜=이용현 기자]미국의 최대 50% 고율 관세와 중국발 저가 공세, 건설 등 후방 산업 침체로 한국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K-스틸법 발의로 국내 기업들의 탈탄소 전환과 장기적 경쟁력 확보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다만 당장의 돌파구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통한 수익성 강화에 맞춰지고 있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출선 모습./사진=포스코

22일 한국무역협회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대미 철강 수출액은 2억8341만 달러(약 3957억 원)로 전년 대비 25.9% 감소했으며, 일본향 수출도 3억301만 달러(4231억 원)로 3.5% 줄어드는 등 주요 수출국에서 동반 부진이 나타났다. 미국의 통제 강화로 우회 수출 통로까지 막히면서 국내 철강사들은 새로운 수출처 확보와 국내 지원법 활용이라는 두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오는 25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철강 관세 완화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실적인 기대는 낮다.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반도체, 항공 등 대미 수출을 중심으로 하는 주요 기업들의 총수들이 동행할 예정이나 철강 분야에서 유력했던 포스코가 공식적으로 언급되지 않았다.

또한 미국 측에서도 최근 철강 품목별 관세를 적용받는 파생상품을 기존 615종에서 407종을 추가하는 등 완제품 수입까지 통제해 철강은 관세 협상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정부의 대미 수출 지원이 쉽지 않은 가운데, 국내에서는 철강사들을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K-스틸법’이 발의됐다. 내용을 살펴보면 5년 단위 기본계획 수립 및 시행 대통령 소속 철강산업진흥위원회 설치 그린스틸기술 개발 및 관련 설비 도입 그린스틸클러스터 지정 및 운영 등 철강산업에 대한 종합·체계적 지원 체계를 담는다.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탈탄소 철강 개발에 힘을 실어준다는 취지다.

포스코와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업계는 올해 1분기 연구개발(R&D) 비용을 일제히 줄였다. 최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와 현대제철의 올해 1분기 합산 R&D 비용은 총 1389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분기(3016억 원)와 비교해 53.9% 감소한 수치다.
 
중국발 저가 공세와 건설 경기 악화에 따른 수요 부진, 미국의 관세 조치 등 삼중고가 겹치면서 미래 먹거리 비용까지 축소한 것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K-스틸법이 철강사들의 탈탄소화 지원을 중심으로 하기에 기업들의 투자 여력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K-스틸법은 장기적 지원에 무게가 실려 있어, 최근의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우리나라 조강 생산량은 6365만 톤으로 전년 대비 4.5% 줄며 2011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고, 올 상반기 철강 3사(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의 평균 가동률도 80%를 밑돌았다. 당장 버티기조차 쉽지 않은 국면이다. 
 
이에 따라 철강업계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수익성을 향상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시장의 관세 영향으로 포스코는 인도 현지 제철소 건설, 현대제철은 미국 현지 생산 시설 확보 계획을 추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중장기 전략에 해당하며 실제 매출로 연결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철강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은 고급강종 등 고부가가치 위주로 판매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고, 신수요 개발을 통해 공급망을 늘리는 것이다. 이는 철강업계에서 이미 10년이 넘도록 추진해온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 일환으로,  중국산이 판 치는 저가 시장을 벗어나 고급강종으로 전환을 위한 고부가 전략으로 볼 수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는 일반 제품보다 고품질, 고부가 제품을 위주로 수출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즉각적인 신규 고객사 확보가 어려운 만큼 기존 수출국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는 방식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움직임에 맞춰 현대제철은 자동차용 강판 부문에서 전기로·고로 복합공정을 활용한 저탄소 제품 양산을 준비 중이다. 약 1600억 원을 투자해 스크랩과 용선을 혼합하는 생산체계를 구축하고 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방식은 기존 고로 대비 탄소 배출량을 20% 이상 줄일 수 있으며 내년 1분기 양산을 목표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테스트와 마케팅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김광평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은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고부가 판재와 저탄소 제품 중심으로 수익 구조를 전환 중"이라며 "하반기에는 스프레드 개선과 함께 영업이익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신규 고객사 확보 사례도 존재한다. 포스코는 최근 아람코에 HIC(Hydrogen Induced Cracking·수소 유발 균열) 인증 에너지 강재를 공급하며 유럽 독점 체제를 깨고 새로운 수출처를 창출, 단기 수익 확보와 시장 다변화에 성공했다.

포스코 HIC강재는 국내 배관, 압력용기, 피팅 제작사를 통해 완제품으로 가공돼 국내 플랜트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온 효자제품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사례로 포스코가 아람코에 강재를 공급하게 됨에 따라 제작사들도 국내 업체로 변경되는 등 업계에서는 고부가 에너지 강재 시장에서 포스코의 기술력과 시장 지배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포스코 관계자는 “하반기에 대한 어려움은 충분히 염려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판매 경로를 다변화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