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갈등은 가족끼리 해결’ 인식이 비극으로…“외부 상담·대처 교육 필요”
[미디어펜=박소윤 기자]지난해 발생한 살인사건 피의자 중 절반 가까이가 가족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 내 갈등이나 경제적 문제 등이 비극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단순 처벌을 넘어선 예방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 지난 4월 부모와 처자식 등 일가족 5명을 살해한 50대 가장 A씨가 24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날 ‘2024 범죄통계’ 자료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살인 혐의로 검거된 피의자 276명 가운데 배우자·부모·자녀·친인척 등 가족을 살해한 경우는 131명(47.5%)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2022년 30% 안팎에 머물렀던 비율이 2023년 55.1%(290명 중 160명)까지 치솟은 뒤 여전히 절반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실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7월 인천 송도에서는 60대 남성이 아들을 사제총기로 살해했고, 4월 경기 용인에서는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진 60대가 부모와 배우자, 두 딸 등 일가족 5명을 숨지게 했다. 지난달 경기 김포에서는 무직인 30대 남성이 부모와 형을 살해하는 사건이 벌어졌는데, 조사 결과 부모의 잦은 충고에 분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가족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치정 문제, 생활고, 정신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되지만, 전문가들은 “가족 문제는 가정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인식이 사건을 키운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서울 성동구에서는 폭력적인 할아버지를 오랫동안 참아오던 20대가 결국 살인을 저질렀다. 

과거에도 경찰이 출동했지만, 가족들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이유로 사건은 번번이 무마됐다. 올해 전북 전주에서도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50대 여성이 남편을 목 졸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친 사건이 있었는데, 이 역시 사전에 외부에 도움을 요청한 기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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