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인해 강성 노조의 기조 유지되거나 강화될 조짐
협력사들 통한 원청 교섭요구 강해져…제조업 기반 약화 우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완성차 업계가 하반기 들어 ‘삼중 악재’에 직면했다.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과 내수 둔화, 그리고 노사 격돌이 동시에 불거지며 생산 및 수익성에 직격탄이 우려된다. 업계는 현대차의 임단협 투표 결과와 한국GM 노사 갈등 확산 여부에 따라 올 하반기 경영 리스크가 사실상 결정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노동조합법 개정안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2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돼 처리 수순에 들어갔다./사진=김상문 기자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조는 이날 오후 5시까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 합의안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업계 기류상 가결 가능성보다는 부결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면서 파업 수순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후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 절차로 공이 넘어갈 경우 상당 기간 불확실성이 이어질 전망이다.

금일 투표는 모바일 진행으로 5시 이후 즉시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파업권을 확보하게 되면 노조는 이달 안으로 파업 일정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파업이 단행될 경우 7년 만에 파업이다.

노조는 앞서 △올해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작년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통상임금에 각종 수당 포함 △직군·직무별 수당 인상 또는 신설 △ 60세인 정년을 국민연금 수령 개시 전년 연말(최장 64세)로 연장 △주 4.5일제 도입 △상여금을 현재 통상임금의 750%에서 900%로 인상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과의 의견차를 좁히지는 못했다.

◆노란봉투법 여파, 한국GM 또다시 ‘철수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사 협상 지형이 변화한 점도 업계 불안의 핵심이다. 노조의 법적 리스크가 줄어들면서 파업 동력이 커졌으며 사측의 방어 수단은 제약을 받게 됐다.

이 과정에서 한국GM은 재차 ‘철수설’에 휘말렸다. 공식적으로 한국GM측은 철수를 부인하고 있으나 반복되는 노사 분규와 생산 차질이 경영 여건을 훼손하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국이 글로벌 생산 거점에서 점차 매력을 잃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다.

이와함께 외부 변수도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 상반기까지 이어진 전기차(EV) 수요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미국·유럽의 통상 압박에 제동이 걸렸다. 미국은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따른 자국 내 생산 요구를 강화했고 유럽 역시 관세 및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중국 시장에서는 현지 완성차 업체들의 저가 공세가 심화되며 한국산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

내수 시장도 상황이 좋지는 않다. 고금리·고물가 환경이 자동차 교체 수요를 억누르고 있으며 올해 하반기 국내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역성장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노사 갈등 장기화될 경우 생산 차질 불가피

   
▲ HMMI 아이오닉5 조립라인. 사진은 현대차 직원이 차량하부에 배터리 등을 장착하고 있다./사진=현대자동차

노조는 임금 인상과 물가 보전, 전동차 전환에 따른 고용 안전망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원가 부담 및 글로벌 수익성 악화를 앞세워 제한적 양보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협상이 파행에 가까워질 경우 가을·겨울 성수기물량 대응이 무너져 글로벌 판매망에서 신뢰도 추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특히 현대차와 기아가 동반 파업에 들어설 경우 업계 손실은 수조 원대에 달할 수 있다는 경고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사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제조업 기반 자체가 약화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노사 갈등’이 아니라 산업 경쟁력 차원의 문제로 본다. 글로벌 메이저 업체들이 생산 거점을 다변화하는 가운데 한국 완성차 업계가 잦은 분규로 신뢰를 잃는다면 향후 투자는 동남아시아나 북미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당장의 파업 회피를 위한 협상 유연성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기차 전환기에 맞춘 고용·생산 구조 재편과 노사 상생 전략이 필수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실제 강성 노조의 기조가 지속 유지되거나 강화될 조김이 보이고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1·2·3차 협력사들을 통해서도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GM의 경우 철수설에 있어서 상당한 비난 여론이 있었던 만큼 쉽게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GM의 국내 기여도를 고려했을때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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