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통과로 석유화학업계도 영향 불가피
인력 구조조정은 필수…파업 가능성에 시기 놓칠 우려
구조조정 늦어지면 재무 부담도 가중…생존 위기 직면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석유화학업계가 글로벌 경기 침체와 중국발 공급과잉 등으로 인해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해야 하는 가운데 노란봉투법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에 대해서도 파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면서 기업들의 대응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석유화학업계 지원 전제조건으로 각 기업들의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원하고 있다. 그러나 석유화학업체들이 대부분 적자 사업 영위에 회의적인 입장이고, 인수합병도 스페셜티 같은 독자적 사업만 원하고 있어 사실상 원만한 합의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구조조정에는 인력 조정이 필수인데 노란봉투법으로 이마저 더 어려워져 구조조정 난이도가 대폭 상승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 여수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노란봉투법에 석화 구조조정에도 파업 가능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는 지난 24일 노란봉투법을 통과시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필리버스터를 진행하면서 반대 의사를 밝혔으나 더불어민주당은 표결을 강행해 법안은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사용자 범위와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고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재계 내에서는 경영 활동의 제약이 커지고 노사 갈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 의견을 내왔지만 국회 통과를 막지 못했다. 

석유화학업계 역시 노란봉투법의 영향을 피해 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먼저 하청 노동자들이 원청에 직접 교섭을 요구할 수 있는 길이 열리면서 대기업들도 전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의 노사 대응에 나서야 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존에는 원청 노동자들과의 교섭과 노사관계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앞으로는 하청 노동자들과의 갈등이나 요구에도 직접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또 구조조정 추진에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정부는 주요 석유화학업체들과 만나 에틸렌 생산량을 연간 최대 370만 톤 감축하기로 했다. 국내 에틸렌 전체 생산량이 1470만 톤인 점을 감안하면 약 25%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에틸렌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설비 통폐합은 물론 인력 구조조정까지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인력을 줄이는 데 어려움이 커졌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전까지는 구조조정 등 경영상 결정에 대해서는 파업이 불가능했지만 노란봉투법이 본격 시행되면 구조조정 역시 노동쟁의 대상에 포함돼 노조가 파업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3~4년 안에 구조조정을 마무리한다는 계획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석유화학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량을 줄이게 되고, 설비 통폐합이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유휴 인력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남는 인력들은 다른 공장이나 설비로 전환 배치한다고 하더라도 한계가 있고 결국 인력 구조조정도 병행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골든타임 놓친다…“예외 적용 필요해”

업계 내에서는 노란봉투법으로 인해 구조조정의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중국에서는 매년 석유화학 자급률을 높이고 있으며, 중동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앞세워 설비 증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다가 S-OIL은 내년부터 샤힌 프로젝트를 통해 에틸렌 생산능력을 연간 180만 톤 확보하게 된다. 

이처럼 생산능력 확대가 꾸준히 진행되고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으로 인한 구조조정 지연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석유화학업계는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질 뿐만 아니라 수익성 악화로 인해 생존에도 심각한 위협이 예상된다. 

실제로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은 현금 창출 능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377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LG화학, 한화솔루션 등 다른 석유화학업체들도 해당 사업에서는 적자를 보면서 실적 부진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구조조정 지연은 재무 부담을 더욱 가중시켜 업계 전반의 경영 위기를 심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이에 업계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예외를 적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인력 구조조정 과정에서의 노사갈등이 기업 생존과 직결되는 만큼 일정 부분 예외 조항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고용 영향을 최소화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방침”이라면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방어권을 확보하지 못하면 기업들은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어려워 생존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