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25년 만에 다시 만나 새 작품 얘기를 했을 때, 그 사이 한 사람은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올랐고, 다른 한 사람은 할리우드까지 진출한 글로벌 스타가 됐다. 그들은 무언가를 다시 함께 하려고 하면서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얘기를 했을까?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거장 박찬욱 감독답지 않게 초호화 캐스팅으로 화제가 됐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것은, 이병헌과 25년 만에 작업을 하면서 어떤 마음이었고, 어떤 것들을 만들어냈을까 하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이 영화의 디렉터스 컷 예고편에서 "이병헌은 정말 많은 표정을 갖고 있고, 그것을 필요할 때마다 척척 꺼내 놓을 뿐 아니라, 너무 빠르게 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첫 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감탄했다"고 말한다. 25년 전 다소 앳돼 보이기까지 한 '공동경비구역 JSA'의 '이수혁 병장'의 모습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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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의 강을 건너 거장과 거물이 돼 다시 만난 박찬욱 감독과 이병헌 배우의 케미에 기대가 모이는 영화 '어쩔수가없다'. /사진='어쩔수가없다' 디렉터스 컷 화면 캡처 |
이병헌이 박찬욱 감독의 시나리오를 처음 받아 들고, 출연을 수락하기 전에 했다는 얘기가 "웃겨도 되죠?"였다는 것도 박찬욱-이병헌 조합의 심상치 않음을 미리 보여주는 대목. "웃기면 좋지"라고 화답한 박찬욱 감독이 영화를 촬영하는 내내 이병헌을 믿고 맡길 수 있었던 근거가 이미 그 시점에 그대로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화 '어쩔수가없다'는 ‘다 이루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삶에 만족하던 25년 경력의 제지 전문가 ‘만수’(이병헌)가 아내 ‘미리’(손예진), 두 아이, 반려견들과 함께 행복한 일상을 보내던 중 회사로부터 돌연 해고 통보를 받는 것으로 시작한다.
“미안합니다. 어쩔 수가 없습니다”는 말 한 마디로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 순간이지만 만수는 가족을 위해 석 달 안에 반드시 재취업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그는 1년 넘게 마트에서 일하며 면접장을 전전하고, 급기야 어렵게 장만한 집마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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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어쩔수가없다' 포스터. /사진=모호필름 제공 |
이병헌 외에도 ‘미리’(손예진)를 비롯해 ‘만수’와 같은 처지에 놓인 잠재적 경쟁자 ‘범모’(이성민), ‘시조’(차승원), 모든 걸 다 가진 듯 여유롭지만, 복잡한 이면을 지닌 ‘선출’(박희순), 사랑했던 남편 ‘범모’의 과거 모습을 그리워하는 ‘아라’(염혜란)까지. 저마다 어쩔 수가 없는 이유로 얽히는 이들의 관계는 극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이끈다.
박찬욱 감독이 그려낸 필사의 생존극 '어쩔수가없다'는 현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마주할 수 있는 스토리로 관객들과 특별한 공감대를 형성할 것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거기에 박찬욱 감독 특유의 위트가 더해져 아이러니한 웃음을 자아낸다.
이렇듯 현실 공감을 자아내는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 향연을 예고하는 영화 '어쩔수가없다'에서 박찬욱과 이병헌이 어떤 그림을 그려낼 지에 관심이 모인다.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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