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글로벌 의약품 규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허가 및 상업화 전략에도 큰 변화가 불가피해지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인력 부족과 예산 제약 요인으로 인해 의약품 승인 일정의 지연과 절차적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있다. 반면 유럽 의약품청(EMA)은 바이오시밀러 분야를 중심으로 규제 간소화 기조를 강화하며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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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FDA./사진=FDA 홈페이지 캡처 |
26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규제 기관의 움직임이 상반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의 전략에도 재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올해 들어 FDA는 승인 검토 부문에서 인력 충원 부족, 예산 배정 한계, 팬데믹 기간 축적된 심사 적체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심사 일정이 늦어지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일부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의 경우 이미 목표 심사일을 넘어선 지연 사례가 보고되고 있으며 중소 바이오 기업의 경우 시장 진입 지연으로 인한 재무적 부담이 심화되고 있다.
특히 FDA는 통상 허가 신청(NDA, BLA)에 대해 정해진 기간 내 심사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예비 질의 응답 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추가 자료 요구가 잦아지는 등 절차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이는 사실상 허가 지연 리스크가 규제 환경의 새로운 변수로 자리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반면 유럽의약품청(EMA)은 바이오시밀러 개발에서 비교임상시험(CES)을 필수적으로 요구하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규제 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이미 유럽 내 다수 바이오시밀러가 허가·출시되면서 동등성 입증 데이터가 축적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며 개발사의 임상 부담을 크게 줄여주는 조치다.
EMA의 해당 접근은 유럽 시장 내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한층 가속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임상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단축할 수 있어 글로벌 기업들은 물론이고 신흥 제약사들에게도 시장 진입 장벽이 낮아졌다고 평가된다. 실제로 EMA는 제네릭과 바이오시밀러 경쟁을 통한 의약품 접근성 확대·약가 절감이라는 보건 재정 측면 이익까지 고려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상반된 규제 변화…분산 전략 강화 흐름 뚜렷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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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옥./사진=삼성바이오에피스 |
이처럼 미국과 유럽이 상반되는 규제 기조를 보이면서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전략 재정비에 나서고 있다. 미국 시장은 전통적으로 세계 최대 의약품 매출 비중을 차지해 필수적인 공략지로 거론된다. 하지만 최근 FDA 허가 지연 리스크는 기업마다 투자·임상 전략 재조정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는 EMA의 규제 완화로 상대적으로 진입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허가 일정의 가변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 조율이 핵심으로 꼽고 있다.
실제 다수 국내 기업들은 파이프라인 개발에서 특정 지역 집중 전략보다 북미·유럽·아시아 주요 지역을 병행 고려하는 분산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유럽 시장 선진입을 추진하고 FDA 허가 지연을 감안해 미국 시장 출시 계획을 조정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런 과정은 기업이 자금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투자자에게도 허가 일정 불확실성에 대한 방어 전략을 명확히 제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셀트리온은 각 유럽 시장에서 바이오시밀러 제품을 출시하면서 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어 해당 전략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기업으로 꼽힌다. 실제로 트룩시마(리툭산 바이오시밀러), 허쥬마(허셉틴 바이오시밀러) 등 제품들은 미국 진출에 앞서 유럽에서 먼저 허가를 받아 빠르게 상업화에 성공한 바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해당 전략을 통해 상업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기업 중 하나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다국적 제약사 파트너와 함께 유럽 시장에서 빠른 성과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주요 제품들도 EMA 심사를 거쳐 이미 시장에 판매 중이며 FDA의 허가 일정 지연 이슈를 고려해 미국에서의 포트폴리오 구축에도 집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미국 FDA 허가가 글로벌 성공의 관문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 시장의 비중을 동시에 고려한 멀티 허가 전략이 부상하고 있다”며 “허가 지연은 단순히 타임라인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성장성 평가와 직결되는 요소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 설계 단계에서부터 리스크를 반영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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