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CJ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이 6년 만에 그룹 지주사로 복귀하면서 CJ 경영 승계가 본격화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그룹 차원 미래 전략을 전담하는 조직을 신설하고, 이 실장을 조직 수장으로 낙점한 이번 인사가 승계를 염두에 둔 포석이란 관측이 나온다.
|
 |
|
▲ CJ제일제당 본사./사진=CJ 제공 |
27일 CJ에 따르면 이 실장은 다음달 CJ에 신설되는 미래기획실 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예정이다. 정식 인사가 나기 전인만큼 아직 구체적인 조직이 갖춰진 상황은 아니지만, 기존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신사업 담당 부서들을 미래기획실로 모아 전담 조직을 꾸린다는 구상이다.
CJ그룹 관계자는 “신설되는 미래기획실은 그룹 신사업과 미래 성장 동력 발굴을 전담할 수 있도록 만든 조직”이라며 “신설 조직에 가장 적합한 인사를 검토한 결과 이 실장을 낙점하고 실장으로 선임한 것”이라고 전했다.
국내 재벌가에서 후손에게 신사업 개발을 맡기는 것은 승계를 위한 전형적인 절차로 꼽힌다. 실패에 따른 위험이 비교적 적은 신사업을 통해 경영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신사업 성과를 통해 차후 승계 과정에서 내세울 실적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 미래 전략을 주도했다는 인식도 오너 일가 승계에 따른 거부감을 희석시킬 수 있다.
CJ가 미래기획실을 신설한 것 역시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 실장은 앞서 CJ제일제당에서 식품성장추진실장을 맡아 글로벌 식품사업 확대 등 신사업 영역을 담당해 왔다. 특히 슈완스 인수 후 PMI 작업을 주도하는 등 글로벌 식품사업 확장과 사내벤처·혁신조직 육성, ‘퀴진K’ 기획 등에서 성과를 냈다. 미래기획실로 자리를 옮긴 뒤엔 계열사를 넘어 그룹 차원의 중장기 비전과 전략적 시스템 구축 등 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
 |
|
▲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사진=CJ 제공 |
CJ 승계의 핵심 열쇠로 꼽히는 CJ올리브영의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약 5조원을 웃도는 가치로 평가 받는 올리브영은 CJ 일가가 지분 99%로 사실상 완벽히 지배하고 있다. 이 실장도 11%에 달하는 올리브영 지분을 쥐고 있다. 올리브영이 보유한 자사주 22.6%를 소각할 경우, 이 실장의 지분은 14%까지 확대된다. 이 실장이 보유한 CJ 지주사 지분이 3.2%에 불과한 만큼 올리브영 지분을 어떻게 활용하는지가 승계 과정을 좌우할 수 있다.
앞서 올리브영이 기업공개(IPO)를 추진하면서, 이 실장이 IPO 를 통해 확보한 자금으로 CJ 지주사 지분을 구매할 것으로 점쳐졌었다. 하지만 현재 올리브영 IPO는 잠정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상법 개정안 통과에 따른 중복 상장 문제 등으로 향후에도 올리브영 IPO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CJ 지주사와 올리브영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올리브영이 자사주 소각 후 CJ와 합병할 경우, 이 실장의 CJ 지분율은 대폭 상승하게 된다. IPO와 비교하면 세금 부담도 완화할 수 있다. 지난 3월 올리브영이 특수목적법인 ‘한국뷰티파이오니어’가 보유한 자사 주식 11.28%를 1년 만에 조기 인수한 것도 합병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관건은 CJ와 올리브영의 합병 비율이다. 상장사인 CJ와 비상장사인 올리브영이 합병할 경우 CJ는 주가를 기준으로, 올리브영은 자산가치와 수익가치를 가중평균한 본질가치로 합병가액을 산정해 합병비율을 결정한다. CJ 가치는 낮게, 올리브영 가치는 높게 평가돼야 향후 승계 과정이 원활해진다.
하지만 최근 상법 개정 등 기대감으로 CJ 주가는 27일 오후 기준 연중 58% 넘게 상승했다. 향후 지주사 주가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CJ로서는 올리브영 합병에 속도를 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다만 CJ 측은 이번 인사와 경영 승계 관련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CJ그룹 관계자는 “이선호 실장은 그동안 지주와 제일제당을 오가며 다양한 직책을 맡아왔고, 이번 인사도 특별하게 승계와 연관된 것이 아니라 적임자를 선임한 것”이라며 “올리브영 합병에 대해 내부적으로 결정된 내용은 없으며, 이 실장의 지주사 복귀도 합병과는 관련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