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노선, 무비자 효과로 폭발적 성장
일본 노선, 지진설·폭염·변이 바이러스 ‘트리플 악재’
국내 항공사, 중국 노선 경쟁 본격화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제 항공 수요가 코로나19 이후 본격 회복세에 들어선 가운데 일본 노선의 부진과 중국 노선의 급성장이 엇갈리고 있다. 단순한 지역 이동 현상이 아니라 정책·환경·위기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 중국 구이린./사진=제주항공

27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노선 여객 수는 159만3334명으로 집계되며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섰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약 2배의 성장치며 전체 국제선 여객(799만3611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9%로 올해 초 14.8%에서 5.1%포인트 상승했다.

이러한 증가세는 무엇보다 한·중 상호 무비자 입국 허용이 결정적이었다는 평가다. 코로나19 이후 점진적으로 회복세를 보이던 여객 수요가 비자 장벽이 사라지자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11월8일부터 한국인을 포함한 일부 국가 국민에 대해 한시적으로 비자 없이 중국 방문을 허용했다. 체류 가능 기간도 15일에서 30일로 연장했다. 

여기에 한국 또한 다음 달 29일부터 내년 6월 30일까지 중국인 관광객에 대한 한국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업계에서는 하계 휴가철과 맞물리며 수요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입국 시행 전에도 노선 증편 효과만으로 수요가 크게 늘었다”며 “정책 시행 이후에는 여행 심리까지 자극되면서 중국 노선이 일본을 대체할 주력 시장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본 노선은 7월 여객 수가 207만4858명으로 3년 6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배경에는 ‘대지진설’, 환경 리스크, 엔화 강세, 보건 불안 등이 자리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내가 본 미래'라는 일본 만화에 지난달 5일 초대형 지진이 발생한다는 예언이 담겼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탑승객들의 불안감이 확산됐다. 또한 지난 6~7월 규슈 남쪽 도카라 열도에서 소규모 지진이 1000~2000회 발생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일본은 지난달 일부 지역 기온이 40도를 넘는 등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열사병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해 소비자들의 여행심리가 위축됐다.

아울러 경제 부담도 한몫했다. 27일 기준 엔화는 100엔당 한화 944.55원으로 지난해 최저치를 기록한 7월1일(100엔당 한화 856.16원)에 비교했을 때 약 10.3% 상승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엔저 현상으로 관광비용과 숙박비 등 비용 부담이 적어지자 일본 노선 매출은 전년 대비 15~20% 증가했다. 

하지만 엔화 강세가 지속되자 ‘가성비 여행지’로 각광받던 일본행의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수요 위축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7월을 넘기며 자연재해 리스크와 폭염 완화에 따른 노선 수요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지만 최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님버스’ 확산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불확실성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님버스라 불리는 ‘NB.1.8.1’ 바이러스는 최근 일본과 한국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새로운 변이종이다. 감염력이 특히 높고 유리를 삼킨 듯 한 인후통 증상이 두드러진다. 

일본에서는 해당 바이러스를 포함한 코로나19 환자가 9주 연속 증가해 8월 둘째 주 기준 의료기관당 평균 6.3명으로 집계됐다. 국내 상황도 비슷하다. 질병관리청 집계에 따르면 전국 221개 병원급 표본감시 기관에서 보고된 코로나19 입원 환자는 7주 연속 증가해 33주차(8월 10~16일) 302명에 달했다. 7주 전인 26주차(7월 22~28일)의 64명보다 약 5배로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팬데믹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변이 바이러스가 여행 불안 심리를 자극하기에 충분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협회 관계자는 “일본 쪽 변이 코로나가 대폭 확산된다면 올 하반기 항공수요 현황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러한 여객 수요 변화에 따라 중국 노선이 하반기 수익성 회복의 핵심 축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항공사들은 신규 취항, 노선 증편 등으로 발 빠르게 탑승객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부산·제주에서 베이징, 상하이, 청두 등 주요 도시 노선을 대거 복원했고 여기에 인천–쿤밍, 부산–베이징 등 신규 재개 노선도 줄을 잇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5일부터 부산-상하이(푸둥) 노선을 신규 취항했으며 5월에는 제주-시안 노선을 주 2회로 재개했다. 또 인천-웨이하이 노선을 주 3회로 증편하고 인천-구이린 노선도 주 4회 새롭게 운항할 계획이다.

진에어는 지난 5월 말 인천-칭다오 노선을 약 2년 만에 재개해 현재 주 7회, 매일 운항하고 있다. 이스타항공도 다음달부터 인천-정저우, 청주-장자제 노선에 대한 운항을 재개한다. 

업계 관계자는 “무비자 정책과 연휴 수요(추석·국경절·한글날 등)가 겹치는 9~10월에는 중국 노선 여객 증가세가 더 뚜렷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한항공 통합에 따른 중국 노선 운수권 배분까지 겹치며 항공사들이 중국 노선에서 주도권을 선점하려는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