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한화그룹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올려줬던 석유화학 사업이 최근 들어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2023년 4분기부터 매 분기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며, 또 다른 석유화학 회사인 한화토탈에너지스도 2023년부터 영업손실을 내고 있다.
글로벌 수요 부진과 중국의 공급 과잉 등이 겹치면서 국내 석유화학 산업 내에서도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김동관 부회장이 방산, 조선 등을 이끌며 위기를 기회로 바꿨던 경험을 살려 석유화학 사업에서도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지 업계 내 이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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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화토탈에너지스 폴리프로필렌 대산공장./사진=한화토탈에너지스 제공 |
◆“효자사업서 경영 리스크로”…석화 사업, 불황 터널 끝이 없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솔루션 케미칼 부문은 올해 2분기 468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4억 원의 영업손실보다 적자폭이 더 커졌다. 특히 지난 2023년 4분기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하고 7개 분기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그룹 내에서 석유화학 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한화토탈에너지스 역시 2023년 28억 원의 적자를 시작으로 지난해 영업손실 2047억 원, 올해 상반기 영업손실 3592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석유화학 사업의 실적 부진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해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에서 생산능력을 높이면서 공급 과잉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에서는 지속적으로 생산능력을 늘릴 계획이며, 중동에서도 원가 경쟁력을 원가 경쟁력을 앞세운 증설이 예정돼 있어 공급 부담이 이어질 전망이다.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사업도 앞으로의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한화솔루션과 DL케미칼과 합작회사인 여천NCC는 워크아웃 위기에서 양사의 긴급 자금 지원으로 급한 불은 껐지만 근본적인 수익성 개선 없이는 재무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다가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계열사들이 발행한 회사채, 기업어음 중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물량만 2조6000억 원 이상으로 전해지면서 유동성 압박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 내에서 석유화학 사업은 2020년대 초반까지는 실적을 견인하는 핵심 축이자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그러나 이제는 재무적 부담을 주는 사업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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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사진=한화 제공 |
◆김동관 리더십, 위기서 기회 찾을까?
이처럼 한화그룹의 석유화학 사업 부진이 길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김동관 부회장의 위기관리 리더십도 시험대에 오른 상황이다. 김 부회장은 한화솔루션 전략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만큼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과 돌파구 마련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특히 대규모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면서 김 부회장의 전략적 판단과 실행력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는 에틸렌 370만 톤을 감축하라는 목표를 세웠고, 한화그룹 역시 감축에 동참해야 하는 만큼 김 부회장의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이 요구된다.
다만 재계 내에서는 김 부회장이 그동안 보여준 위기관리 리더십은 조선과 방산 등 타 사업 부문에서 성과를 거둔 바 있어 이번 석유화학 사업 위기에서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로 김 부회장은 신재생에너지 사업이 부진할 때에도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전략을 펼치면서 시장 우려를 딛고 장기적 성장 기반을 마련하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또 방산 부문은 일찌감치 그룹의 핵심 축으로 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통해 방산·항공·우주 사업의 통합과 고도화를 추진했다. 이를 통해 실적도 우상향하면서 지난해에는 매출 11조2462억 원, 영업이익 1조7247억 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도 상반기동안 매출 11조7952억 원, 영업이익 1조4253억 원을 달성하며 기록 경신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김 부회장은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도 직접 추진하면서 방산 부문을 해양까지 확대하는 전략적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이를 통해 한화그룹은 육·해·공을 아우르는 방산기업으로 발돋움하게 됐다.
이처럼 김 부회장의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은 그룹 내외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앞으로 석유화학 부문이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김동관 부회장의 지난 업적이 태양광부터 방산, 조선까지 수퍼사이클이 돌아온 시황 덕을 크게 봤다는 의견도 있다. 석유화학산업의 불황이 길어진 만큼 지금 이 시기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라는 게 업계 내 중론이다.
재계 관계자는 “김동관 부회장이 석유화학 사업을 살려야 한다는 어려운 과제를 안게 됐지만 그동안 보여준 경험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며 “사업에 대한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는 데에도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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