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조선소 인수 검토…현지 함정 수요 대응
동남아·아프리카·유럽 등에서도 영역 확대
2035년 방산 부문 매출 10조원 달성 목표
[미디어펜=박준모 기자]HD현대가 해양방산 사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 세계에 걸친 사업 네트워크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북미를 비롯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유럽, 중남미 등을 전략 시장으로 보고 맞춤형 진출에 나선다. 글로벌 방산 확장을 통해 방산 부문의 중장기 매출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 HD현대 울산조선소 전경./사진=HD현대 제공


30일 업계에 따르면 HD현대는 미국과의 협력 확대를 위해 현지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조선업 재건 사업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계획으로 현지 기자재업체 인수, AI 등 첨단조선기술 개발도 포함된다. 

특히 현지 조선소 인수는 미국의 함정 등 방산 수요에 직접 대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현재는 미국 해군과 MRO(유지·보수·정비) 차원의 협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함정 건조 시장까지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의 방산 확대 전략은 미국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 곳곳으로 연결돼 있다. 

먼저 동남아시아에서는 필리핀 수빅조선소를 활용할 방침이다. 현재 HD현대중공업이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데 이 조선소에서는 미국과 필리핀 함정의 MRO 사업 거점으로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아프리카에서는 모로코 카사블랑카 조선소를 통해 영역을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현재는 카사블랑카 조선소 운영권에 입찰한 상태다. 입찰에 성공한다면 향후 30년 동안 조선소를 생산거점으로 사용할 수 있어 아프리카는 물론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럽까지 아우를 수 있는 거점이 될 전망이다. HD현대는 이 조선소의 현대화를 추진한 뒤 원해경비함 건조를 추진할 계획이다. 

중남미에서는 페루를 거점으로 방산사업 확대에 나선다. HD현대중공업은 지난해 6400억 원 규모의 페루 함정 사업을 수주했고, 현지에서 함정 건조에 들어갔다. 특히 향후 15년간 페루 후속 함정 사업에 대해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으며, 현지 조선소와 협력해 투자를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생산 거점이 확보되면 페루는 물론 중남미 다른 국가에도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함께 해외사업을 담당하는 싱가포르 법인도 설립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더욱 견고히 한다는 전략이다. 이 법인은 해외 생산 거점을 관리하면서 신규 야드 발굴과 사업 협력 등 해외사업을 총괄하는 허브 역할을 맡게 된다. 향후에는 해외 인수합병을 주도하는 역할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조선소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대규모 투자인 만큼 검토할 사항이 많다”며 “싱가포르 법인을 통해서도 글로벌 사업 확장을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HD현대는 글로벌 방산 확대를 통해 매출도 대폭 끌어올릴 계획이다. 올해 1조 원 수준인 방산 부문 매출은 2030년 7조 원, 2035년에는 10조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는 연평균 성장률(CAGR) 21%에 해당하며, 2035년에는 방산 부문 매출이 전체 매출에서 27%를 차지하며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국제 정세 불안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해양방산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는 점도 HD현대에게는 기회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HD현대는 기술력은 물론 빠른 납기와 가격 경쟁력까지 갖추고 있어 매출 목표 달성도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가 방산 부문을 확대하려는 빅플랜을 가동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과 현지 생산기지 확보를 통해 단순한 수주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구축하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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