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별 실적 흐름 변동성 확대 및 중장기 R&D 전략에도 불확실성↑
제네릭 치중된 포트폴리오 보유 제약사 피해 커…평균판매단가 하락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정부가 내년 약가 연동 상한 인하율(PAV)을 15%까지 상향을 예고한 가운데 의정갈등 완화로 실적 개선세를 기대하던 제약사들의 우려가 커진다. 특히 제네릭 의약품 위주 제약사들의 실적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이며, 과거 약가 인하로 피해를 입었던 중소 제약사들의 긴장감도 덩달아 커진다.

   
▲ 내년 약가 조정 정책으로 인해 제약사들의 실적 개선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픽사베이


1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건강보험 재정 안정화를 위해 사용자량이 증가한 급여의약품에 대해 PVA 상한 인하율을 기존 10%에서 2026년부로 15%까지 상향 조정한다. 최근 5년 간은 평균 인하율이 5.38% 수준이었지만, 상한 인하율이 15%까지 확대될 경우 업계 부담은 현행 대비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존의 재정 절감 정책에서 더 강도 높은 통제로 운영되는 상황이다.

지난 2023년에도 약가 인하로 인해 제약사들이 실적 악화를 겪은 바 있다. 당시 약가 재평가 과정에서 7675개 제네릭 품목의 약가는 최대 28.6%까지 인하됐다.

이로 인해 대형 제약사는 물론 중소 제약사 상당수가 매출액 감소 및 영업적자 전환 등 구조적 손실을 입은 바 있다. 일부 업체는 해당 품목의 개발 중단 및 생산 축소까지 이르렀으며 약가 인하 집행정지 기간에도 40억 원대 손실이 임시적으로 줄었을 뿐 전체적으로 업계 피해는 불가피했다.

통상 상한 인하율 상향은 특히 제네릭 위주 포트폴리오 비중이 높은 기업에게 불리하다. 사용량 증가, 매출 규모, 다중 인하요인 적용에 따라 개별 품목의 ASP(평균판매단가) 하락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제네릭 매출 의존도와 병원 입찰 비중이 높고 상위 품목 집중도가 큰 기업은 이번 정책이 곧장 GPM(매출총이익률) 하락과 현금흐름 위축으로 연결된다. 반대로 개량신약·복합제, 수출·위탁 비중이 높은 기업은 국내 약가 인하의 1차 충격이 제한적이어서 상대적 방어력이 관측된다.

정량 가정으로 본 충격도 분명하다. 단일 품목 의존 기업이 주력 1개 품목에서 약가가 30% 인하되고, 입찰가가 연동될 경우 연매출은 약 12% 감소하고 원가율 55% 가정 시 GPM은 3~4% 하락한다.

실제 사례로 보령 카나브 패밀리는 21~47% 인하 고시로 주력 매출의 ASP 하락과 입찰가 하방 압력이 중첩했다. 이는 전형적인 분기 실적 스윙이 불가피한 전형으로 지목되는 현상이다. 시장 단면에서도 제네릭 약가가 40%대 구간으로 떨어진 경우 생산 포기가 연쇄 발생하고 공급 신뢰도가 높은 업체로 점유율이 재배분된다.

   
▲ ./사진=Pixabay

업계는 PVA 및 기타 약가 사후관리 제도가 집중되면서 해당 기업들은 분기별 실적 흐름의 변동성 확대 뿐 아니라 중장기 R&D(연구개발) 투자전략에도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실제 PVA 협상제도의 최근 5년 평균 협상 선정률은 0.74%에 불과했다. 하지만 급여 품목의 사용량 혹은 매출 기반 인하율 적용 확대는 이익률 악화와 실적 변동폭을 극대화할 수 있다. 약가 인하로 인한 손실은 단기적으로 급여목록 유지 기간 동안 항구적이며 약제 생산 및 공급 지속성과 연구개발 투자 지속성에도 직접적인 저해요인이 된다.

업계는 이번 PVA 강화와 잦은 약가 변동성 확대를 '과도한 사후관리' 및 '불확실성을 높이는 정책'으로 받아들이며 실적 회복세에 대한 기대가 크게 꺾이는 분위기다. 이와 함께 건강보험 재정 개선이라는 국가적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약가 통제 일변도의 정책기조는 제네릭·개량신약 개발 및 중장기 투자 동력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반응이다.

또한 최근 의정갈등의 완화 조짐이 보이면서 하반기와 내년까지 실적 회복을 기대하던 업계는 다시 실적이 악화될 우려감을 표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완화되며 분기 실적이 정상화·회복세를 보였지만 올해부터 강화된 PVA와 누적된 재평가·실거래가 조정이 겹치면 실적 둔화로 다시 돌아설 수 있다.

이와 함께 9월 등 특정 시점에 인하가 몰리는 ‘일괄 인하’ 관행이 이어질 경우 재고평가손·납품가 재협상 비용이 분기에 집중되며 손익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도 크다.

업계 관계자는 "제네릭과 입찰 의존 구조는 PVA 상향과 일괄 인하 타이밍이 누적되며 분기 손익 변동성이 구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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