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8000억원 규모 사업에 KAI·LIG넥스원 ‘도전장’
KAI, 설계·통합 능력 보유…LIG넥스원, 전자기전에 강점
KAI는 한화시스템, LIG넥스원은 대한항공과 각각 손잡아
수주 성공 시 향후 관련 사업 주도권 확보
[미디어펜=박준모 기자]방위사업청이 추진하는 전자전 항공기 체계 사업에서 국내 방산업체들이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규모 사업인데다가 향후 후속 사업의 주도권 확보까지 이어질 수 있어 단순 수주를 넘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내 방산 관련 프로젝트가 대형화 추세고 신규 사업도 예정돼 있는 만큼, 국내 방산업체들은 협력과 경쟁을 통해 적극적인 수주에 나서 미래 방산 시장 주도권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 LIG넥스원이 체계통합을 추진하는 한국형 전자전기 형상./사진=LIG넥스원 제공


◆전자전 항공기 사업서 KAI·LIG넥스원 ‘한판 승부’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항공우주산업(KAI)와 LIG넥스원은 전자전 항공기 체계 사업에 나란히 도전장을 던졌다. KAI는 한화시스템과 사업 수주를 위해 손을 잡았고, LIG넥스원은 대한항공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경쟁에 나섰다. 

전자전 항공기는 적국 위협 신호를 수집·분석해 적 통합방공망을 전자전 공격으로 교란·마비시키는 전략적인 무기체계다. 이번 사업은 국내기술을 기반으로 전자전 항공기 개발 기술을 확보하는 것이 핵심으로 사업 규모만 1조7775억 원에 달한다. 

KAI는 항공기 설계와 통합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수주에 나섰다. 이번 사업에서 항공기에 전자전 임무 장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하는 능력이 중요한데 KAI는 다년간의 항공기 개발 경험과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 작업을 원활하게 수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30여 년간 KT-1, T-50, 수리온, LAH, KF-21 등 국산항공기 5개 기종 20여 종의 파생형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아울러 자체 시험 평가 및 감항인증 능력도 확보 중이다. KAI는 국내 최대이자 유일의 감항인증 실적 보유 업체로, 국산 항공기 개발을 통해 군과 민의 형식·감항인증을 획득 경험을 갖고 있다.

KAI 측은 “T-50, 수리온 등 고정익·회전익을 포함해 1000여 회의 군·민 감항인증 실적을 보유하고 있다”며 “KF-21 EX(KF-21 확장형 모델), 차세대 공중전투체계 완성에 이르는 기술 연계에서도 KAI가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전했다. 

LIG넥스원은 전자기전 전 분야를 아우르는 주요 체계 및 핵심장비의 개발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강점으로 앞세워 수주에 뛰어들었다.

LIG넥스원은 항공기용 ECM(전자공격), RWR(디지털 레이더경보수신기), ESM(전자지원), EPM(전자보호) 등 주요 체계 및 핵심 장비 개발 경험을 확보했다. 또한 플랫폼 간 모듈형 전자장비의 통합역량을 확보, 각 플랫폼의 특성에 최적화된 임무장비를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LIG넥스원은 47년간 전자기전 핵심기술을 축적해왔다. 국내 최초 전투기용 전자전장비(ALQ-200)를 시작으로 최근 항공플랫폼 SIGINT 체계 및 KF-21 통합전자전장비 개발도 눈앞에 두고 있다. 

LIG넥스원 측은 “이번 사업은 민간 항공기를 전자전에 적합한 군용 항공기로 개조하는 사업으로, 다양한 전자전 체계를 양산하고 검증한 LIG넥스원의 전자전 기술력이 핵심”이라며 “50여 년간 군용 항공기 체계개발·양산·정비·성능개량을 수행해온 국내 항공 방산기업인 대한항공의 개조 기술의 결합도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신규 방산 프로젝트 수주 경쟁 더욱 치열해질 전망

양사가 전자전 항공기 체계 사업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것은 해당 사업이 단순 수주를 넘어 앞으로 관련 사업에서 주도권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향후 전자전기 플랫폼 국산화 추진은 물론 해외시장 진출의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크다. 글로벌 전자전기 시장 규모는 올해 80억 달러 수준에서 2033년에는 14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수주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수출 확대도 기대된다.

KAI는 이번 사업을 수주할 경우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면서 전자전 항공기 플랫폼 수출은 물론 기존 국산 항공기 수출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LIG넥스원도 사업 수주에 성공하면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면서 성장 기회를 확보하고, 국내외 방산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이 성장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가 역량을 총동원해 수주전에 임하고 있다”며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도 보이고 있지만 이는 산업 전반의 기술력 향상과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방산 관련 사업은 점차 대형화되는 추세이며, 신규 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특히 AI(인공지능)·유무인복합체계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된 차세대 무기체계 개발도 활발하다. 이에 국내 방산업체들의 수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또 다른 방산업계 관계자는 “미래 방산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는 수주전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며 “방산업체들이 수주를 통해 역량과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면 수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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