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인당 면세 구매액 30만원대 ‘뚝’…구매인원 늘었지만 매출은 줄어
‘승자의 저주’ 빠진 신라·신세계免, 여객수 연동 임대료에 적자 눈덩이
인천공항공사, 임대료 조정 거부…면세업 ‘안방’에 외국기업 침투 우려도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국내 인바운드 관광 수요 회복에도 면세점 객단가 하락세가 지속하면서 면세업계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에 여객수 연동 임대료 방식으로 입점한 신라·신세계 면세점은 적자가 심화되면서 ‘면세점 철수’ 카드까지 검토하고 나섰다.

   
▲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내 신라면세점 매장./사진=미디어펜 김성준 기자


1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지난 7월 면세점 고객 1인당 면세 구매액은 35만6000원으로 지난해 42만6000원 대비 16.4% 감소했다. 구매 인원은 236만 명에서 258만 명으로 9.2% 증가했지만, 전체 매출액은 1조65억 원에서 9199억 원으로 8.6% 감소했다. 

1인당 면세 구매액은 지난 2021년 263만4000원을 정점으로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2022년 164만5000원, 2023년 62만3000원, 2024년엔 50만 원까지 감소했다. 올해(1∼7월)도 43만4000원으로 하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성수기인 7월에 들어서도 반등하지 못했다.

전반적인 업황 악화에 국내 면세점들이 대체로 부진한 실적을 거두고 있지만,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은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신라와 신세계는 지난 2023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면세구역 입찰에서 10년짜리 사업권을 따냈다. 입찰에 나온 면세구역이 ‘알짜’로 꼽혔던 만큼, 두 면세점은 업황 회복을 예상하고 공사 측 제시안 대비 최대 68% 높은 수준의 금액을 써냈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정액제 대신 ‘여객당 비례’ 방식으로 임대료 산정 기준을 변경했다. 문제는 세계적인 관광 트렌드 변화에 따라 면세점 매출 회복세가 기대치를 밑돌았다는 점이다. 개별관광객 중심 관광 수요 회복으로 인천공항 이용객 수가 늘면서 부담해야 할 임대료는 늘었지만, 정작 면세점 매출은 줄어들면서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됐다. 현재 신라와 신세계 면세점은 인천공항에서 매달 수십억 원에 이르는 적자를 떠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중국 관광객 감소, 고환율 등 시장 변화에 더해 온라인 면세 주류 판매 허용이라는 제도 변화로 2019년 대비 객단가가 40% 낮아졌다”면서 “사업자의 노력으로 시장이 정상화될 때까지 동반자인 인천공항에 한시적으로 임대료 인하 등 도움을 요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신라·신세계 면세점이 지속되는 적자로 인천공항공사에 한시적 임대료 조정을 요구했지만, 공사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임대료 조정을 두고 인천지방법원에서 두 차례 조정기일을 열었지만, 의견 합치가 불발되면서 법원은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다만 법원의 강제조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만큼 공사 측은 이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관계자는 “현재 임대료는 입찰 당시 면세점들이 자발적으로 써낸 것으로, 공사는 이를 기준으로 사업자를 선정한 것”이라며 “공개입찰로 결정된 임대료를 공사에서 인하하게 되면 당시 입찰에 참여한 다른 업체들에 대한 형평성 문제와 기타 법률적인 문제가 불거질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임대료 조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인천공항공사가 법원 측 강제조정을 수용하지 않을 경우, 두 면세점은 소송을 통해 임대료 인하에 대한 법원 판단을 받아볼 수 있다. 다만 소송이 대법원까지 이어지면 수년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면세점은 지속해서 거액의 임대료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면세점들은 위약금을 감당하고 인천공항 면세점에서 철수하는 ‘극약처방’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에서 측정한 위약금 액수는 각 1900억 원에 달한다.

신라면세점과 신세계면세점 철수가 현실화될 경우, 두 회사의 빈자리에 외국 기업이 진출하며 ‘안방’을 내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23년 입찰 당시에도 중국 국영 면세기업(CDFG)이 참여하면서, 막대한 자본을 바탕으로 입찰을 따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업계에서는 ‘대한민국 관문’으로 꼽히는 인천공항에 외국 기업이 들어오면 국내 면세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면세업계 관계자는 “관광 트렌드 변화에 따른 면세업계의 어려움은 아시아 전역이 동일하게 겪고 있다”면서 “실제로 인천공항이 임대료 체계를 벤치마킹한 싱가포르 창이 공항을 비롯해 베이징·상하이 등 해외 주요 공항에서는 임대료 인하와 같은 면세점 지원책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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