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받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방중을 위한 출국이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항일전쟁 승전 80주년 열병식 행사는 오는 3일 베이징 톈안먼 광장에서 열린다.
1일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군수기업소를 방문해 미사일 생산 능력을 점검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흐름식(컨베이어 벨트식) 미사일 자동화 생산공정 체계를 구축한 군수기업소”라면서 소재지는 밝히지 않았는데, 북한에서 군수시설이 밀집해 있는 자강도에 위치한 공장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이 중국행을 위해 평양을 떠나 북중 접경지인 자강도 지역으로 이동했으며, 이곳에서 핵보유국으로서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군수시설 방문 일정을 소화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및 전승절 열병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날 현재 이미 베이징에 도착했다. 이 밖에 베트남과 라오스, 인도네시아, 이란 등 정상이 열병식 행사에 참석하는 만큼 김 위원장은 이번 방중으로 첫 다자외교에 데뷔하게 됐다.
김 위원장이 중국을 찾는 것은 지난 2019년 1월 이후 6년 8개월 만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에도 전용 열차를 이용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방중 네 차례 중 두 차례는 전용기 ‘참매 1호’를 이용한 적이 있지만 이번엔 안전을 고려해 특별열차 이용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위원장의 방중 때마다 열차가 지나갔던 단둥 지역의 경비가 강화됐으며, 이 지역의 일부 호텔은 외국인 예약을 막아 놓은 상태로 알려졌다. 단둥~베이징 노선 야간열차도 1~2일 판매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아사히신문 등에 따르면, 단둥 지역의 호텔 예약 통제 기간은 호텔별로 ‘3일까지’ 또는 ‘5일까지’로 안내하고 있다.
전승절 열병식에서 김 위원장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푸틴 대통령과 나란히 앉게 될 전망이다. AP통신, 러시아 타스통신 등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보좌관을 인용해 "푸틴 대통령은 시 주석의 오른쪽에 앉을 것이며, 김 위원장은 시 주석의 왼쪽에 앉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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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과 에모말리 라몬 타지키스탄 대통령(중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일 중국 톈진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서 단체사진을 찍기 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2025.9.1./사진=연합뉴스 [블라디미르 SMIRNOV/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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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승절 계기 북중러 3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3자 정상회담이 열릴지도 관심이다. 만약 3국 정상이 별도로 회담을 연다면 북중러 3각 연대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 다만 그동안 시 주석이 북한, 러시아와 양자 관계는 중시하면서도 3국이 한데 묶이는 것에는 거리를 둬온 만큼 3자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김 위원장이 이번 전승절 계기 중국을 방문하는 것은 외형적으로는 북중러 연대를 부각하면서도 사실은 그간 다소 소원했던 북중 관계 복원에 방점이 있다는 전문가들의 해석이 나온다.
아울러 최근 김 위원장이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한 유족들을 만나 직접 위로한 일도 있는 만큼 주민들에게 외교적 성과를 드러낼 필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명예교수는 “김 위원장의 방중 목적은 외형상 북중러 연대를 부각시키면서 실제 북중 관계 복원에 방점이 있다. 중국은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에 영향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고, 북한으로선 경제 협력에 방점이 있을 것”이라며 “2019년 시 주석의 방북 시 합의했으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중단된 북중 협력의 완전한 복원에 초점이 있어보인다”고 분석했다.
양 교수는 그러면서 “우리로선 한미일 대 북중러라는 신냉전 구도가 고착화되는 것을 막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한반도 비핵·평화의 당사자로서 한중 협력을 강화하고,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차원에서 북미 대화를 적극 지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중국 방문을 앞둔 김 위원장이 미사일 공장을 방문한 것과 관련해 “북한은 이제 다종의 미사일 대량 생산 역량을 갖췄고, 생산을 가속화하겠다고 과시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전승절에 참석하는 국가들이나 한국, 미국에 핵무기를 다량 배치해 운용하는 핵보유국으로서의 위상을 시위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번에 사진으로 공개된 전술 유도탄 ‘화성-11가’와 ‘화성-11나’는 모두 전술핵탄두가 탑재 가능한 모델이며, 일부는 러시아에 지원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사용된 모델로 추정된다”면서 “중국, 러시아와 함께 북한도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는 위상을 프레임화하는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를 직접 자극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보다 전술핵미사일 대량 생산으로 ‘비핵화 불가’를 강조하는 입장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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