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원우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한국 반도체 기업의 '중국 내 생산시설 장비 반입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전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대거 하락했다. 불확실성이 가중된 만큼 당분간 주가의 출렁임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증권가에선 업황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번 이슈가 중장기적인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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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대거 하락했다. 증권가에선 업황 전체적인 관점으로 보면 이번 이슈가 중장기적인 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함께 나온다./사진=김상문 기자 |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내외 불확실성으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고 있다. 상법 개정안이나 ‘대주주 기준 설정’ 등 우리 증시 특유의 이슈를 차치하고서라도 글로벌 이슈에 기인한 주가 움직임이 예사롭지 않다. 안 그래도 거래대금이 말라가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으로써는 눈치보기식 장세 흐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이러한 흐름은 우리 증시를 최전선에서 이끌고 가는 ‘쌍두마차’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가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 1일 국내 반도체주는 중국 알리바바의 차세대 인공지능(AI) 칩 개발 소식에 미국 주요 기술주 주가가 급락한 충격에 덧붙여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국내 반도체 기업의 중국 생산시설 ‘장비반입 허가’를 취소하기로 했다는 소식 때문에 크게 하락했다.
삼성전자가 약 3%, SK하이닉스가 약 4% 정도 빠진 것만으로 우리 증시는 힘을 잃고 방향성을 상실했다. 다만 불안심리가 팽배해 있던 투자심리가 뉴스 재료로 인해 한 층 더 악화됐던 모습이다.
다행히 2일인 이날로 거래일이 바뀌면서 분위기는 어느 정도 진정되고 있다. 이날 오후 2시를 전후로 삼성전자 주가는 약 2.5%, SK하이닉스 주가는 약 1.6% 정도 반등한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물론 전일 낙폭을 되돌릴 정도는 아니지만 하락분이 과도했다는 인식은 시장 내부에 공유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의 반응 또한 그리 비관적이지 않았다. 김동원·강다현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내놓은 보고서에서 두 회사의 주가 하락에 대해 “미국이 발표한 중국 현지 반도체 공장에 대한 장비 반입 금지로 향후 공정 업그레이드에 따른 생산성 향상 기대감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연구원은 이번 뉴스가 메모리 업황 측면에서는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을 함께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해당 보고서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메모리 증설에 집중하는 반면 범용 D램·낸드 생산능력은 줄이고 있다”며 “장비 반입 금지로 중장기적으로 범용 메모리 생산량 축소가 불가피해 D램·낸드 가격 상승을 자극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 보고서는 “D램·낸드의 주요 수요처가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향후 메모리 가격 상승은 오히려 미국 고객사의 제조원가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결국 이번 조치는 글로벌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급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디어펜=이원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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