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bhc에 이어 교촌도 배달 주문 가격을 가맹점주가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게 하면서, ‘이중가격제’ 확산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배달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한다는 비판과, 수수료 부담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자영업자 입장이 팽팽히 맞서며 배달 음식값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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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교촌치킨 각 지점들이 대표 메뉴 가격을 차등 적용한 모습./사진=배달의민족 앱 캡처 |
2일 업계에 따르면, 교촌치킨 일부 가맹점은 이달 들어 배달의민족, 쿠팡이츠 등 배달앱에서메뉴 가격을 1000~3000원 인상했다. 교촌치킨은 배달 수수료 부담을 호소하는 가맹점주들에게 배달 가격을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단 매장이나 교촌치킨 자체앱에서 판매되는 가격은 이전과 동일하다.
교촌치킨 관계자는 “가맹사업법에 따라 가맹본부는 가맹점의 상품이나 서비스 가격을 권장할 수 있지만 강제적으로 구속할 수는 없다”면서 “교촌 가맹본부는 현재 배달 전용 가격 도입에 대한 상황을 지켜보며 소비자에게 부담이 되지 않도록 최선의 협의를 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외식업계에서 ‘이중가격제’는 지속해서 확산되는 추세다. 치킨업계에서는 지난 4월 자담치킨이 이를 도입한 데 이어, 6월 bhc치킨도 가맹점이 자율적으로 배달 메뉴 가격을 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맘스터치 등 버거 프랜차이즈와 메가MGC커피, 컴포즈커피, 이디야커피 등 커피 프랜차이즈도 배달 메뉴 가격을 차등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소비자들은 외식업계의 배달 가격 차등 적용에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배달 수수료 부담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본질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란 비판이다. 최근 고물가 추세 속에서 외식업계가 원자재가격 상승 등을 이유로 메뉴 가격을 올려왔던 만큼 소비자들의 반발도 거세다. 특히 같은 지역이라 해도 매장에 따라 메뉴 가격이 다른 점, 추가된 가격이 얼마인지 직관적으로 알 수 없다는 점 등으로 소비자 불편도 예상된다.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30대 윤씨는 “같은 메뉴인데도 매장마다 가격이 다르면 아무래도 황당한 기분이다. 조금 더 먼 가게라도 가격이 싼 곳에서 주문하게 되는 편”이라며 “배달앱에서 매장을 하나하나 눌러보고 가격을 확인해야 하는데, 불편함도 있지만 어떤 브랜드는 집 주변 매장이 전부 가격을 올려놔서 사실상 가격이 오른 것과 똑같다”고 말했다.
다만 프랜차이즈 업계는 배달 가격 차등 적용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영세 자영업자가 대부분인 가맹점 특성상, 높은 배달 수수료가 적용될 때부터 ‘예견된 결과’였던 것으로 보고 있다. ‘동네 장사’에서 같은 메뉴 가격을 혼자 올려받으면 매출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지만, 배달 수수료 부담 때문에 ‘고육지책’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가맹본부 측에서 일괄적으로 배달 가격을 올리는 대신 ‘자율’이란 명목으로 점주에게 가격 선택권을 넘긴 것을 두고, 가격 인상 책임을 점주에게 돌리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지점마다 다른 배달 가격으로 소비자가 겪는 불편에 더해, 배달 가격을 올린 개별 가맹점에 소비자 원성이 쏠리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유류비 등 배달에 소요되는 비용을 고려하면 매장 가격과 배달 가격이 다른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라며 “반대로 생각하면 매장과 배달 가격을 같게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배달 비용을 매장 고객에게 전가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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