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최근 후방 산업 침체로 내수 부진을 겪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고율 관세와 베트남·일본·튀르키예 등 대체 수출국의 반덤핑 제재까지 직면하면서 전방위 위기를 맞고 있다. 정부가 ‘K-스틸법’을 통해 장기적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지만, 업계 내에서는 당장 관세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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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강 공정 현장./사진=포스코 제공 |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사들은 미국의 50% 관세 뿐 아니라 대체 수출국에서도 관세 부과 및 조사가 이어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베트남 산업무역부는 지난 14일 결정문(제2310/QĐ-BCT)을 통해 중국과 한국산 일부 도금강판에 대해 반덤핑 최종 판정을 내리고 고율의 관세 부과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한국산 제품에는 최대 15.67%관세가 부과된다. 자국 철강업계가 덤핑 수입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는 조사 결과에 따른 조치다.
튀르키예 당국 역시 지난 8월 30일부터 한국산 열연 후판에 대해 차등 관세를 적용했다. 포스코 4.37%, 현대제철 4.34%, 동국제강 등 기타 업체에는 9.40%의 관세율이 매겨졌다.
이에 더해 일본도 같은 달 13일 경제산업성과 재무성이 합동으로 한국·중국산 일부 철강재에 대한 반덤핑 조사를 시작했다. 이번 조사는 일본제철·고베제강 등 4개 철강사가 한국 기업을 제소하면서 이뤄졌다. 조사 대상은 건축 자재로 쓰이는 ‘용융 아연도금 강대 및 강판’으로 한국산의 덤핑 마진율은 10~20%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원칙적으로 1년 내에 종료될 예정이다.
여기에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까지 본격 시행되면서 대EU 수출 품목의 90% 이상이 규제 대상에 포함됐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철강사들의 2025~2034년 대응 비용만 2조644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단기 지원 보완한 K-스틸법… 하루 빨리 통과돼야
정부는 이러한 대외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K-스틸법’을 발의한 상황이다. 해당 법안은 △탄소 감축 설비 투자 지원 △친환경 공정 전환 기술 개발 △저탄소 인증제 도입 등을 담아 대규모 설비 전환과 국제 협력 기반 마련을 목표로 한다.
다만 업계는 K-스틸법을 환영하면서도 당장 피부에 와닿을 현실적인 대책이 우선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미국발 관세와 반덤핑에 따른 수익 악화를 체감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특별법이 탄소중립 계획 수립, 녹색철강기술 선정 등 장기적인 산업 경쟁력 강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K-스틸법은 산업 구조 전환에 필요한 장기 청사진을 담고 있지만 눈앞의 수출 피해를 막아줄 단기적 대책은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정치권은 기존 K-스틸법 보완한 입법을 속속 발의하는 움직임이다. 지난달 27일 김정재 국민의 힘 위원과 야당 의원들이 공동 발의한 법안에는 ‘철강산업 특별회계’와 조세특례 신설, 예비 타당성 조사 면제 조항 등이 담겼다.
여당 권향엽 의원도 지난달 18일 ‘철강산업 진흥 및 탈탄소 전환 촉진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했다. 권 의원 안은 △그린스틸기술 개발 및 설비 도입 △그린스틸클러스터 지정·운영 등을 추가해 친환경 생산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해당 보완법의 기본 법안으로 볼 수 있는 ‘K-스틸법’은 지난달 초 발의됐음에도 불구하고 통과 단계에 이르지 못한 상황이다.
통상 국회의 법안 처리 과정은 △상임위원회 심사 △법제사법위원회 심사 △본회의 과정 등을 거쳐야 통과가 가능하다. 현재 'K-스틸법'은 상임위원회 심사 중에 있으며 이 과정에서 영향 분석, 재정 검토,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는 여야의 법안 발의 움직임을 환영하면서도 “관세 충격에 따른 현장 피해는 이미 시작됐다”며 하루 빨리 보완 입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완법에 제시된 조세특례 같은 금융 지원은 세금 지출의 영역에서 봤을 때 관세 피해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며 “기업 차원에서는 감면된 비용을 바탕으로 투자비를 더 확보하는 등 여력 역시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철강업계가 고비에 직면한 상황에서 정부의 지원이 조금이라도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조속한 통과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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