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TF 통해 배임죄 완화 등 논의 돌입
이 대통령도 배임죄 폐지까지 열어두고 검토
재계, 소송 리스크 줄일 수 있는 만큼 환영
상법 3차 개정 등 반기업 움직임 지속에는 혼란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재계가 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배임죄 완화’ 움직임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엇갈린 입법 추진 방향과 정책 기조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배임죄 완화를 논의하는 한편 자사주 소각 등을 담은 상법 3차 개정안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는 경영 불확실성은 여전하다고 보고 경영권 방어 수단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 등을 지속적으로 건의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 국회 본회의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배임죄 완화 움직임에 재계도 환영

3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일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배임죄 완화 문제 등에 대해 논의에 들어갔다. TF에서는 배임죄 완화와 함께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최고경영자(CEO) 형사처벌 리스크를 완화하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발족식에서 배임죄와 관련해 “정상적인 절차를 거친 경영 판단마저 검찰의 수사·기소 남용으로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왔다”며 “새로운 시대에 맞게 법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배임죄 완화에 대해 힘을 실어줬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배임죄 폐지까지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배임죄가 불합리한 부분이 있다면 고쳐야 한다는 게 평소 대통령의 지론”이라며 “(완화일지 폐지일지) 수위는 법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조절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재계는 배임죄 완화에 대해서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기업 경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의사결정도 형사처벌의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지나치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특히 상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이사의 충실 의무가 기존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됐다. 이에 배임죄 적용 여부에 대해 기업 현장의 혼란이 가중됐다. 이러한 상황에서 배임죄 개선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상법 개정안으로 인해 소송 리스크가 커질 것이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배임죄가 완화된다면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해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배임죄 완화에서 폐지까지 언급한 만큼 단순 논의에 그치지 않고 실질적인 개선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앞에서는 친기업, 뒤에서는 기업 옥죄는 법안 추진”

그러나 정부와 여당의 배임죄 완화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경영 불확실성을 높이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서는 재계의 우려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민주당이 자사주 소각 의무를 담은 상법 3차 개정안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재계는 그동안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란봉투법, 집중투표제 도임, 감사위원 분리 선출 확대 등을 담은 상법 2차 개정안에 대해서도 반대 의사를 전달해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재계 반대는 아랑곳하지 않고 국민의힘을 배제한 채 독단적으로 법안들을 통과시켰다. 이에 상법 3차 개정안 역시 일방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자사주는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최후의 수단으로 꼽힌다. 상법 3차 개정안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기업들의 적대적 M&A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재계 내에서는 정부와 민주당의 오락가락 행보에 대해서도 혼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한쪽에서는 배임죄 완화를 통해 기업활동을 지원하겠다고 하면서도, 다른 한쪽에서는 경영권을 제약하는 법안들을 지속 추진하고 있어서다. 

결국 이 같은 상반된 정책 기조는 기업들의 중장기 투자와 경영 전략 수립에도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재계는 앞으로도 상법 3차 개정안 등이 경영 활동의 불확실성을 키운다는 점을 꾸준히 정치권에 전달하는 한편 이미 통과된 기업을 옥죄는 법안들에 대해서도 보완점 마련을 요구할 방침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앞에서는 친기업을 외치고 뒤에서는 기업이 반대하는 법안을 추진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키고 있다”며 “이러한 정부와 민주당의 이중적인 태도는 기업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장기적인 투자 의욕을 저하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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