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연지 기자]한·미 간 관세 인하 합의가 이행되지 않으면서 자동차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 7월 양국이 관세율을 낮추기로 합의했지만 실제 적용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완성차 업체들은 여전히 25% 고율 관세를 떠안고 있다. 8월 대미 수출도 큰 폭으로 줄면서 업계의 위기감은 한층 고조되는 모습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대미 수출액은 87억4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0% 줄어든 수준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였던 2020년 5월 이후 처음으로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특히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 철강 등 주요 품목이 일제히 부진을 보이며 관세 부담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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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연합뉴스 제공 |
지난달 대미 수출에서 자동차는 3.5%, 자동차 부품은 14.4% 각각 줄었고 철강도 큰 폭으로 감소했다. 주력 품목 전반이 위축되면서 수출 감소세가 전방위적으로 확대됐다. 업계는 4월부터 본격화된 관세 부과가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진단하며, 단기간에 회복세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1~8월 누적 대미 수출액은 812억 달러로 지난해(845억 달러)보다 4% 감소했고, 올해 1~7월 누적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182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1% 줄었다. 주요 품목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자동차 산업 전반의 수출 성장세도 꺾였다는 평가다.
업계는 고율 관세 장기화로 현지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로 인해 미국 시장 점유율 하락이 가속화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현지 판매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경우 소비자 수요 위축으로 이어지고, 이는 한국차의 '가성비' 이미지를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나아가 글로벌 공급망 전략에도 차질을 빚어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에 걸림돌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 합의 지연에 3분기 관세 부담 '눈덩이'
한·미 양국은 지난 7월 31일 한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조건으로 상호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투자 방식에 대한 이견으로 합의문 채택이 늦어지면서 자동차와 부품에는 여전히 25%의 관세가 적용되고 있다.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구체적 합의는 나오지 않았다. 우리 정부는 대출·보증 위주의 투자 펀드 조성을 추진하는 반면, 미국은 직접 투자와 지분 참여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세 인하가 지연되는 배경에 이런 입장 차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3분기에도 막대한 비용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에 각각 8280억 원, 7860억 원을 관세로 부담했고 현대모비스 역시 620억 원을 지출했다. 당시에는 선적 시기를 조정해 일부 충격을 완화했으나 재고가 소진된 3분기부터는 관세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2분기 합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6% 줄었다.
완성차 업계 내 한 관계자는 "관세 인하 합의가 빨리 이행되지 않으면 3분기 이후에는 비용 압박이 더 커지고 수출 타격도 불가피하다"며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경우 미국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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