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전승절 열병식에 초청을 받아 중국을 방문 중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열병식 참관 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 악수하고 대화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날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를 통해 우 의장이 국가 정상급이 아니어서 톈안먼 망루에 배치된 위치를 감안하면 김 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국가서열 2위인 우 의장은 한국의 고위급 인사로는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으로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이다.
또한 전승절에서 만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 의장에게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나’라고 물었다고 한다.
국회의장실은 3일 서면 브리핑을 통해 “우 의장이 열병식 참관 전 김 위원장과 수인사를 나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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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맨 앞 중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맨앞 왼쪽),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맨앞 오른쪽)과 함께 외국 지도자들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중일전쟁 종전 80주년 열병식을 참관하기 위해 톈안문 망루로 걸어가고 있다. 2025.9.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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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초청을 받은 25명의 국가 정상 및 최고위급 인사들은 ‘중국 인민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 열병식 참관을 위해 톈안먼 망루에 올랐다. 시 주석의 왼쪽에 김 위원장이, 오른쪽에 푸틴 대통령이 자리했다. 심지어 시 주석과 김 위원장, 푸틴 대통령은 자리를 이동할 때도 나란히 서서 연대를 과시했다.
반면, 우 의장은 시 주석의 오른쪽 열 끝 쪽에 자리했다. 따라서 우 의장과 김 위원장 간 거리는 대략 30~40m에 달해 물리적으로 대화나 인사를 따로 나누기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우 의장은 지난 2일 출국 전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방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과 소통이 있었고, 김 위원장을 만날 경우 이재명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과 만난다면) 한반도 평화를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 지와 같은 것이 아마 공통 관심사일 테니 그런 점에서 얘기하려 한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김 위원장과 구면이다. 지난 2018년 4월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열린 환영 만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난 일이 있다. 우 의장은 당시 김 위원장에게 북한에 있는 가족 이야기를 했고, 김 위원장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은 우 의장에게 ‘북러 정상회담 기회에 김 위원장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해주면 좋겠나’, ‘남북관계를 어떻게 보나’ 등의 질문을 했다고 의장실이 밝혔다.
우 의장은 이에 “남북이 평화와 번영의 시대를 열어 나가기를 희망한다”며 “여러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지금 매우 중요하며 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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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일 오후 중국 전승절 80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열차로 중국 베이징에 도착했다고 노동신문이 3일 보도했다. 사진에 딸 주애가 함께 동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2025.9.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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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 의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에서 활동하고 있는 130개 우리 기업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요청했다.
시 주석과 만난 우 의장은 오는 10월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요청했다. 우 의장은 시 주석을 이번에 두 번째 만났다.
우 의장은 오는 4일 중국 측 공식 카운터파트인 자오러지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과 면담한다. 오후에는 중국의 경제·과학기술·미래산업을 담당하는 딩쉐샹 부총리와 만난다.
한편, 김 위원장은 이번 중국 방문에 딸 주애와 동행해 후계자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선친인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김 위원장 자신도 과거 후계자 시절에 중국에 눈도장을 찍은 바 있다. 따라서 이번 부녀 동반 중국 방문으로 사실상 ‘후계자 신고식’을 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2일 오후 4시 베이징에 도착했다. 베이징역에서는 중국 안보라인 수장인 차이치 중국공산당 중앙서기처 서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공식 서열 5위)와 왕이 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외교부장 겸임), 인융 베이징시 당서기 등 주요 간부들이 나와 영접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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