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급 인상·복지 수당 신설로 한화오션 합의 완료
조선업 특성상 파업 민감, 납기 지연 부담 가중
한 척 건조 특성상 연쇄적 일정 지연
[미디어펜=이용현 기자]추석 연휴를 앞두고 조선 3사의 임금단체협상이 엇갈린 흐름을 보인다. 이미 임단협을 마친 한화오션에 이어 삼성중공업도 무난한 협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노조의 거센 반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 HD현대중공업 노조 파업 현장./사진=HD현대중공업 노조

4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기본급 12만 원 인상과 함께 직무환경수당, 가족수당, 현장수당 등 복지성 수당을 신설하며 노사 간 합의에 가장 먼저 성공했다. 업계 특성상 합의를 먼저 끝낸 기업의 협상 내용이 타사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번 조기 타결은 긍정적인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흐름에 맞춰 삼성중공업 역시 현재 노사 간 별다른 갈등 없이 주 1회씩 협의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한화와 유사한 수준에서 연휴 전 타결 가능성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HD현대중공업은 상황이 다르다. 사측은 지난 7월 기본급 13만3000원 인상 외에도 격려금 520만 원, 특별금(약정임금 100%지급), 성과급 등 한화오션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보상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해당 의견일치안은 찬성 35.57%, 반대 63.77%를 기록하며 부결됐다.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정년 연장 △성과급 산출 기준 변경 등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이유다.

HD현대중공업 노조의 요구안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됐던 한화오션의 의견 일치안과 비교했을 때 단순 기본급만 놓고 봐도 2만 원 가량 차이나는 수준이다. 이러한 조건이 수천 명 직원에게 일괄 적용되면 회사 전체로는 수백억 원대 부담으로 불어나 사측이 선뜻 수용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조건이 받아 들여지지 않자 노조는 결국 파업 카드까지 꺼내 들었다. 올해 임단협과 관련된 7번째 부분 파업이다. 노조는 지난 3일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당시 조합원 수백 명은 노조 지침에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경적을 울리며 조선소 외부 도로를 돌면서 시민에게 파업 상황을 알리기도 했다.

여기에 최근 노조가 미포조선과의 합병 반대 이슈까지 협상 테이블에 끌어들이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 업계에서는 노조가 임금 협상에 구조조정 문제까지 뒤섞으면서 갈등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한 구조조정 우려와 관련해서도 노조 측은 합병 이후 중복 사업으로 인한 희망퇴직 가능성을 근거로 경영 방침에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합병의 핵심 목표인 특수선 MRO와 방산 관련 업무는 ‘방위산업법’ 등에 의해 법적으로 외국인 근로자가 수행할 수 없어, 국내 근로자 중심으로 고용 안정성이 확보된다. 

따라서 일반 조선·제조 부문과 달리 이번 합병으로 인한 실질적 고용 불안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임단협은 임금과 복지라는 본래의 틀 안에서 풀어가야 하지만 HD현대의 경우 노조가 사측의 경영 방침에서도 대립하며 협상 자체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산업계에서 조선업은 파업에 가장 민감한 업종으로 꼽힌다. 수주 당시 지정하는 납기 기간이 파업에 따라 미뤄질 경우 이는 기업 신뢰도 하락에 직결될 뿐 아니라 1개월 이상 미뤄질 경우 지연배상금까지 지불해야 한다.

게다가 조선업은 한 번에 한 척씩 건조하는 특성상 한 척의 지연이 연쇄적으로 다음 선박 건조 일정에 영향을 미치기 쉽다. 수주 물량이 쌓여있는 HD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특근·야근·추가 인력 투입 등 비용 부담이 추가로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이유로 HD현대중공업 측은 “노조와 최대한 빠르게 원만한 합의를 이뤄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의 강경한 입장에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개정으로 인해 노조의 해사행위에도 사측이 마땅히 대응할 방법이 없는 상황인 만큼, 납기 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 신뢰하락으로 경쟁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