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소조항 여전한데 3% 과징금 건안법 이달 정기국회 상정
중처법과 중복 규제에 시공사 의무도 과도하게 따져
“탁상공론 말고 현장 안전관리 직접 체험해 보길”
[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이달 건설안전특별법(건안법) 제정안이 국회의 심사대에 오를 예정인 가운데 업계는 “건설업을 죽이는 법안”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매출액 3% 과징금, 중복 규제 등 불합리한 조항으로 “경영을 포기해야 할 판”이라는 호소가 나온다. 건설업계만 콕 집어 옥죄는 건안법을 둘러싸고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 이달 정기국회 심사에 올라갈 예정인 건안법을 둘러싼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4일 업계에 따르면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건안법 제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 회의에 부쳐졌다. 이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는 법안소위 등을 거치며 제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은 계속되는 건설업계의 사고를 방지코자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반면 업계는 건안법의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나 일부 조항이 현실과 동떨어져 기업 생존 자체를 위협한다는 우려다. 

최대 쟁점은 ‘매출액 비례 과징금’이다. 해당법은 안전관리 의무 위반으로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영업정지를 갈음해 관련 업종·분야 매출액의 3%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종합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98%, 전문건설업의 평균 영업이익률은 3.83% 수준인데, 한 해 영업이익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수준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셈이다.

예컨대 현대건설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별도 기준 16조7301억 원이다. 만약 3%의 과징금 부과되면 현대건설이 내야 할 돈은 5019억 원이다. 이는 지난해 현대건설이 거둔 매출총이익인 3488억 원보다 많은 금액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과징금 부과 기준을 전체 매출액이 아닌 ‘해당 공사의 도급금액’으로 변경하고, 상한액을 명시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출했다.

중대재해처벌법과의 중복 규제 및 이중 처벌도 쟁점 사항이다. 업계는 건안법이 기존 법령과 중복·경합되는 규정을 포함해 과잉 규제 및 중복 처벌의 우려가 크다고 지적한다. 기존 중처법에 따라 사고 발생 시 경영책임자가 형사처벌을 받는 상황에서 건안법이 유사 사항에 대해 영업정지, 과징금, 벌금 등을 추가로 부과하는 것은 이중 처벌이라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근로자의 안전을 지키고 사망 사고를 방지해야 한다는 정부의 의견에는 동의하나 과도한 처벌 조항은 사업 자체를 무너뜨리는 일”이라며 “정부와 국회 관계자들이 직접 현장에 나와서 한 번만 느껴본다면 지금보다는 실효성 있는 법안이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시공사의 의무를 과도하게 규정한 조항들도 문제로 꼽힌다. 현재는 안전난간, 추락방호망 등 공통 안전시설물을 시공사가 직접 설치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하지만 업계는 종합적인 계획·관리를 하는 시공사가 전문성이 없는 시설물을 직접 설치할 경우, 오히려 설치 미숙으로 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어 시공사가 하수급인(하도급 공사의 도급을 받은 건설업자) 등에게 적정 비용을 지급하고,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책임을 지도록 하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입장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산재 엄벌, 근로자 안전 보호라는 명목 아래 건설사의 생존권을 등한시하고 있다”며 “근로자의 안전을 챙기고 건설사의 사업성도 챙길 수 있는 그런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잇따라 발생하는 사고로 건설사들이 안전 관리에 미흡하다는 의견들이 있는데 이는 현장에 한 번도 나와보지 않은 채 떠드는 탁상공론”이라며 “아침 체조, 안전 교육 등 현장에 한 번만 나와보면 건설사들이 얼마나 안전에 신경 쓰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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