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기업회생 절차를 진행 중인 홈플러스가 임대료 협상에 실패한 15개 점포를 올해 연말까지 모두 폐점한다. 잇단 악재 속 소비자 신뢰와 경쟁력 약화로 홈플러스 입지가 흔들리면서, 오랫동안 굳건했던 국내 ‘대형마트 3사’ 체제도 새롭게 재편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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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형마트 3사./사진=각 사 제공 |
4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오는 11월 폐점 예정이던 5개 점포에 이어, 나머지 10개 점포도 12월 폐점하기로 했다. 앞서 홈플러스는 기업회생 절차 개시 이후 임차 형태로 운영되는 68곳 점포를 대상으로 임대료 인하 협상을 벌였으나, 15개 점포는 협의가 진전되지 않자 매장 철수를 결정한 바 있다.
11월 폐점 대상 점포는 수원 원천·대구 동촌·부산 장림·울산 북구·인천 계산 5개, 12월 폐점 점포는 서울 시흥·가양·일산·안산 고잔·화성 동탄·천안 신방·대전 문화점·전주 완산·부산 감만·울산 남구 10개 점이다. 홈플러스는 15개 점포 폐점과 함께 운영비 절감을 위해 23~24시까지 운영하던 점포 영업시간도 22시로 조정한다.
홈프러스 관계자는 “앞서 일부 점포를 순차적으로 폐점하겠다고 발표한 데 따른 후속조치로, 절차에 따라 계획을 진행해 이번에 일정이 결정된 것”이라며 “기업 회생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로, 다른 점포에서는 고객 쇼핑 경험에 불편함이 없도록 영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활동을 계속하겠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 폐점에 따라 이마트와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반사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대형마트는 일정 규모 이상의 배후 상권 수요와 넓은 공간 등을 필요로 해 입지가 한정적이다. 여기에 중소상권과 전통시장 보호를 위한 정부 규제까지 더해져 출점도 제한된다. 이 때문에 대부분 대형마트는 인근의 다른 대형마트와 경합하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대형마트 상권을 반경 3km 정도로 보는데, 실제로 폐점 예정인 홈플러스 15개 매장 3km 인근에는 모두 다른 대형마트가 자리 잡고 있다. 홈플러스 인천 계산점의 경우 150미터 거리에 롯데마트 계양점, 900미터에 거리에 이마트 계양점이 있다. 홈플러스 일산점 역시 600미터거리에 롯데마트 주엽점이, 800미터 거리에 스타필드마켓 일산점이 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보통 대형마트 점포가 폐점하기 직전엔 재고 정리를 위해 ‘떨이 세일’에 나서는 만큼, 인근 다른 대형마트에서도 실제 폐점 이전에 특별한 판촉 행사를 벌이진 않을 것”이라며 “대형마트 소비층은 상품을 직접 눈으로 보고 구매하는 것을 선호하는 만큼, 실제 홈플러스 폐점 이후엔 인근 대형마트가 반사효과를 누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입지가 흔들리면서 국내 ‘대형마트 3사’ 체제도 재편되고 있다. 특히 ‘본업 강화’에 나선 이마트가 대형마트 침체 속 홀로 실적 호조를 거두며 ‘1강’ 독주체제를 굳히는 모습이다. 이마트는 통합 매입 체계를 구축하고 이를 통해 원가 절감 및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며 ‘최저가 전쟁’에서 경쟁사보다 한걸음씩 앞서나가고 있다. 롯데마트도 마트·슈퍼 통합 및 상품 소싱 일원화, 그로서리 강화 등 맞대응에 나섰지만, 아직 체질개선 효과가 외형 성장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창고형 매장의 가파른 성장세는 대형마트 업계의 ‘새판짜기’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형마트가 성장 한계를 맞는 사이, 불황 속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 니즈가 쏠리며 창고형 할인점은 호황을 맞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이마트 ‘할인점’ 부문 매출은 0.4% 증가하는 데 그쳤으나, ‘트레이더스’ 매출은 6.8% 증가하며 이마트 실적 성장을 견인했다. 지난해 트레이더스 점포당 매출은 일반 이마트 대비 약 80% 높았다.
이마트는 지난 2월 트레이더스 마곡점을 연 데 이어, 오는 5일 트레이더스 인천 구월점을 추가로 오픈할 예정이다. 2023~2024년 추가 출점하지 않으면서 외형 확장이 정체됐었지만, 올해만 2개 매장을 열면서 총 24개로 점포를 늘렸다. 창고형 매장 대표주자인 코스트코도 지난 8월 익산점을 착공하며 호남권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반면 롯데마트 창고형 매장인 ‘맥스’는 2022년 이후 6개 점포에서 제자리걸음 중이다. 업계에서는 규모의 경제가 중요한 창고형 매장 특성상 ‘맥스’가 뾰족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이마트·코스트코 쏠림 현상이 점차 심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마트 관계자는 “보다 저렴한 채널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대용량 상품을 구매한 뒤 지인들과 소분하는 등 알뜰 소비 경향도 확산되면서 창고형 매장 매출이 늘고 있다”면서 “최근 불황이 이어지며 외식 수요가 내식 수요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마트는 트레이더스를 통해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한 만큼 경기변동에도 안정적인 성장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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