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이후 5년6개월 만…노란봉투법 등 국회 통과 후 회동
"노사는 상호 대립 아닌 양립해야...경사노위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
한국노총, 이 대통령에 "65세 정년연장, 4.5일제 논의 지원해달라"
민주노총 "기후변화, 불평등 노동문제 해결 위한 전면적 노정 교섭 제안"
[미디어펜=권동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은 4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양대 노총 위원장을 만나 대통령 직속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구성 협의 등 본격적인 노사정 대화 복원을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4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양경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위원장, 김동명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노동 존중 사회'와 '기업하기 좋은 나라'는 상호 대립적인 게 아니라 충분히 양립할 수 있고 또 양립해야 한다"며 이같은 의사를 전했다.

오찬에 앞서 전날 민주노총은 그동안 한국노총과 달리 사회적 대화 참여를 하지 않았던 입장을 바꿔 전격적으로 국회가 주도하는 사회적 대화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1999년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한 이후 26년 만에 사회적 대화틀로 복귀하기로 한 것이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를 하며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의 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2025.9.4./사진=연합뉴스

이를 의식한 이 대통령은 "우리 민주노총이 중요한 결단을 했다고 하는데 예상 밖이었다"며 "지금 경사노위도 저희가 조직을 못하고 있는데. 위원장도 선정을 못하고. 그 문제도 좀 한 번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고 경사노위 구성 협의를 제안했다.

이 대통령은 "우리 사회의 제일 큰 과제가 포용과 통합이라 할 수 있는데, 노동자와 사용자 측이 정말 대화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일단 대화를 해서 오해를 풀고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는 적대감도 해소하고 진지하게 팩트에 기반해서 입장조정을 위한 토론을 많이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민주노총 입장에서는 아마 대화나 함께 앉는 것 자체가 불편할 정도로 무리하게 운영했다는 거죠?"라고 되묻기도 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근본적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면, 사회안전망 문제, 기업들의 부담 문제, 고용의 안정성과 유연성 문제, 이런 것들을 터놓고 한번쯤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이 대통령과 양대 노총의 오찬은 최근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과 2차 상법 개정안 등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의 갈등이 고조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대통령이 직접 노동계 대표들과 직접 소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왼쪽),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하며 손을 잡고 있다. 2025.9.4./사진=연합뉴스

이날 오찬에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이 대통령에게 65세 정년 연장 및 주 4.5일제 도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정년 연장과 관련해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65세로 정년을 연장하는 것은 단 하루도 늦출 수 없는 과제"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국회에서 노사정이 깊이 있는 대화를 진행하는 만큼 대통령실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년연장이 주요한 국정과제이지만 한국노총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유연하게 협의에 임할 것"이라고 단서를 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주 4.5일제에 대해선 "내년을 근로 시간 단축의 역사적인 첫해로 만들어야 한다"며 "과감한 주 4.5일제 시범사업 도입이 필요하다. 병원·은행 등에서 노사 간 자율 협약을 통해 즉시 시행하도록 정부가 독려해달라"고 촉구했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해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과 기념촬영을 마친 뒤 자리로 향하고 있다. 대통령이 양대노총 위원장과 오찬을 하는 건 2020년 3월 문재인 전 대통령 이후 약 5년 6개월 만이다. 왼쪽부터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 이 대통령,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문진영 대통령실 사회수석. 2025.9.4./사진=연합뉴스

또 "복합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주체들이 과감한 결단으로 대타협에 나서는 게 절실한 시기"라며 "대통령이 경제주체들을 모아 일정 기간 숙의를 하고서 그 틀 안에서 사회적 대타협을 선언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정부가 성공하려면 광장에서 함께 외친 것처럼 적폐 세력을 청산하고 사회 대개혁을 향해 흔들림 없이 전진해야 한다"며 "이재명 정부가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한 만큼 노동 주권도 보장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원천 교섭과 초기업 교섭을 통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양극화를 해소하고 노동 3권이 누구에게나 온전히 부여돼야 근본적 변화가 가능하다" 며 "기후위기와 불평등 노동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면적인 노정 교섭을 제안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한미 관세협상에 대해서도 "정부가 우리 국민과 노동자를 지키는 당당한 외교에 나서주길 바란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페이스 메이커'가 아니라 노동자와 서민을 위한 '행복 메이커'가 되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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