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중국 전승절 80주년 열병식 참석을 계기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다자외교에 처음 데뷔하면서 존재감을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톈안먼 망루에 오르면서 왼쪽에 김 위원장, 오른쪽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섰다.
북중러 3국 정상은 이동 중에도 맨 앞줄에 나란히 일렬로 서서 담소를 나누며 연대를 과시해 탈냉전 이후 ‘반미 연대’를 통해 신냉전 시대 서막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중러 정상이 함께 톈안먼 망루에 선 건 과거 1956년 ‘김일성-마오쩌둥-흐루쇼프’ 이후 66년 만이다.
비록 이번에 3자 정상회담은 없었지만 미국의 ‘트럼프 2기’에 대응하는 3국의 이익이 맞아떨어진 결과다.
시 주석으로선 재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관여하고 북미 대화까지 언급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북중러 3각 연대에 거리를 두는 외교 전략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졌다.
‘관세 폭탄’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미국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는 시기를 활용해 중국의 위상 강화는 물론 상황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북한을 다시 견인할 필요성을 느끼고 김 위원장을 초청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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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일전쟁 종전 8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한 (왼쪽부터) 인도네시아 대통령 프라보워 수비안토,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카심-조마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이 3일 중국 베이징 톄안먼 망루에 올라 박수를 치고 있다. 2025.9.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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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대통령으로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서방국가의 견제를 받는 상황에서 북한과 동맹관계를 복원한 것을 넘어서 중국까지 동참하는 3각 연대가 절실한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베이징에서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환대하며, 북러 정상회담을 열고 북한군 파병에 대해 높이 평가하면서 ‘북러 혈맹’을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우크라이나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하면서 북러 관계가 밀착되자 상대적으로 소원해진 중국과 관계를 회복하기 위해 방중을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북러 관계 회복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로부터 경제적 지원에서 한계를 느낀 것이 배경이 됐을 것이다.
게다가 김 위원장의 방중엔 앞으로 있을 수 있는 북미 대화를 대비하는 차원도 있으며, 딸 주애를 대동한 것을 볼 때 ‘후계자 신고식’ 등 다목적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 따른다.
북러 정상회담은 열병식이 있던 3일 베이징에서 개최되면서 군사 및 경제 협력 문제가 논의됐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의 전용차로 이동하며 밀착을 과시했고, 푸틴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러시아로 초청하기도 했다. 앞서 북러 정상회담은 2023년 9월 러시아 극동, 2024년 6월 북한 평양에서 열린 바 있다.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한 북한군에 감사를 표하며, 양국 관계가 우호적이며 신뢰할 수 있는 사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에 김 위원장이 북한군 파병을 먼저 제안했다고 공개해 이목을 끌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북러 관계는 모든 측면에서 발전하고 있다고 화답하면서 북한이 러시아를 도울 수 있다면 반드시 도울 것이며, 러시아에 대한 지원은 ‘형제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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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일 중국 톈진의 메이장 컨벤션 및 전시 센터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앞두고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5.9.1./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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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 정상회담은 4일 오후6시 10분 현재까지 열리지 않았지만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개최할 예정이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중 정상회담 관련 질의에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서기 국무위원장은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중국을 방문했다. 양당과 양국 지도자는 회담을 열어 중조(중북) 관계와 공동 관심사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할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북중러 정상회담은 시 주석의 외교적 부담감이 있을 것이란 전망대로 열리지 않았다. 하지만 시 주석은 열병식 연설에서 “오늘날 인류가 또다시 평화냐 전쟁이냐 대화냐. 대립이냐 상생이냐 제로섬이냐 이 선택 앞에 서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중국의 전승절 80주년 기념 열병식 및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을 향한 반미 연대 촉구 메시지인 셈이다.
특히 이번에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친구처럼 손을 잡고 SCO 회의장에 들어가 시 주석과 만나 둥글게 모여 담소를 나누며 웃음을 터트린 장면에서 국제사회에 보내는 메시지가 함축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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