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거리 과잉공급·환율·유가 '삼중 악재'…성수기에도 요금 반등 제한
9번째 LCC 출범·운수권 재분배 임박…출혈경쟁 장기화 우려
[미디어펜=김연지 기자]국내 LCC(저비용항공사) 업계가 상반기 공격적 운임 할인과 단거리 노선 중심의 과잉 공급 여파로 부진을 겪은 데 이어 하반기에도 수익성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원·달러 강세와 항공유 부담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쟁 구도는 오히려 더 복잡해지고 있다.

5일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LCC 8개사가 국제선 여객 점유율에서는 FSC(대형항공사)를 앞섰지만 영업 실적은 부진했다. 

상반기 국제선 여객 총 4582만여 명으로, 이 가운데 LCC가 1578만여 명(34.4%)을 수송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계 1565만여 명(34.2%)보다 12만여 명 많았다. 하지만 LCC와 FSC의 점유율 격차는 지난해 상반기 2.6%포인트(p)에서 올해는 0.2%포인트로 크게 줄었다. 

LCC 실적을 보면  2분기 상장 LCC 4개사(티웨이항공·제주항공·진에어·에어부산)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제주항공은 419억 원, 티웨이항공은 790억 원, 진에어 423억 원, 에어부산 111억 원의 영업손실을 각각 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제주항공이 744억 원, 티웨이항공이 1157억 원의 영업손실를 기록했다.

   
▲ 제주항공 B737-8 항공기./사진=제주항공 제공


◆ 초저가 경쟁 격화로 수익성 급락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은 LCC들이 인기 노선인 일본과 동남아시아 항공편에 집중하면서 좌석 공급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다수의 LCC가 동일 노선을 운항하면서 초저가 항공료 경쟁이 격화되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달러화 강세로 인한 항공기 임대료 부담까지 더해졌다. 대부분 항공기를 리스로 운용하는 LCC 특성상 환율 상승이 고스란히 비용 증가로 이어진 것이다.

출혈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달 파라타항공(옛 플라이강원)이 본격 운항을 시작하면서 국내 LCC는 9개로 늘어나게 된다. 파라타항공은 A330-200 기재를 들여 이르면 이달 중 중단거리 노선 취항을 목표로 재출범을 준비 중이다. 업계에서는 항공사 수 증가로 좌석 공급이 과잉될 경우 운임 하락으로 이어져 결국은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아울러 공정거래위원회의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 조건도 LCC 경쟁 격화를 부추긴 요인으로 지목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에 부과된 시정조치로 인해 시장의 단거리 노선 공급 조절이 제한적인 상황"이라며 "LCC의 무리한 기재 확충까지 겹쳐 성수기에도 불구하고 운임 상승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 구조조정 신호탄…노선 정리·업계 재편 본격화

LCC 업계는 수익성 방어를 위해 일부 노선 조정에 들어갔다. 제주항공은 인천–괌 노선을 10월 26일부터 내년 3월 28일까지 중단하기로 했고, 티웨이항공도 10월 20일부터 11월 15일까지 인천–괌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진에어는 이미 7월부터 홍콩·마카오 노선 일부를 취소·감편하는 등 조정에 나섰다. 

중장기 해법으로는 '규모의 경제' 확보가 꼽힌다. 대한항공 계열 진에어·아시아나 계열 에어부산·에어서울의 통합 LCC 출범이 추진 중으로, 출범 시점은 2026년 말에서 2027년 사이로 관측된다. 통합이 현실화하면 기단·노선망·정비·조달의 효율화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비용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기대된다. 

시장 판도를 가를 변수도 있다. 대한항공–아시아나 통합 후속 조치로 일본(나고야·오사카·삿포로), 중국(장자제·시안·베이징·상하이), 인도네시아(자카르타) 등 수익성이 높은 국제선 26개와 국내선 8개 운수권·슬롯의 재분배가 임박했다. 배분 결과에 따라 LCC들의 노선 포트폴리오와 수익성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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