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성준 기자] 취임 2년차 방경만 호(號) KT&G가 해외 성과로 호실적을 이어가며 ‘밸류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지배구조 논란과 국내 담배시장 부진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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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G CI./사진=KT&G 제공 |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KT&G의 상반기 매출은 3조390억 원, 영업이익 6354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11.9% 13.8% 증가했다. KT&G가 상반기 매출 3조 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 이어 매출과 영업이익 증가폭이 확대되면서 실적 개선 효과가 선명해지고 있다.
방경만 사장 취임 첫 해인 2024년, KT&G는 4년 만에 매출과 영업이익 동반 성장을 기록했다. 수익성 개선으로 영업이익률도 20%를 기록했다. 투자업계에서는 올해도 KT&G가 매출 6조 원을 넘어서고 20%를 상회하는 영업이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매 분기마다 사상 최대 매출과 판매량을 경신하고 있는 해외 궐련이 호실적의 밑바탕이 됐다.
해외 궐련은 방 사장이 취임 초기부터 공들여 온 역점 사업이다. 그는 취임 전부터 글로벌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거치며 KT&G 해외 궐련 사업을 주도해 왔다. 사장 선임 후에는 ‘글로벌 탑 티어’ 도약을 위한 경영 전략으로 ‘T·O·P’를 내세웠다. 주주 등 이해관계자 신뢰(Trust)를 제고하는 한편, 제품 근원적(Origin) 경쟁력을 확보하고 글로벌 전문성(Professional)을 강화한다는 구상이었다.
방 사장은 해외 궐련의 본원적 사업경쟁력 강화에 집중했다. 아시아태평양과 유라시아에 CIC(사내독립기업)를 설립하고, 핵심 인력을 전면에 배치시키는 등 현지 사업을 강화했다. 지난 1월 튀르키예 공장 생산설비를 기존 2기에서 4기로 증설하는 등 현지 생산 기반도 확충했다. 현재 인도네시아에도 내년 완공을 목표로 추가 신공장을 건설 중이다. 생산부터 영업·유통까지 직접 관리하는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KT&G 해외궐련은 연간 판매량이 전년 대비 10.3% 늘어나며 사상 최대 판매 수량을 달성했고, 매출액 역시 28% 성장한 1조4501억원으로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올 2분기 역시 매출은 전년대비 30.6% 증가한 4690억 원, 판매수량은 9.1% 증가한 167억 개비로 역대 최대 분기 매출과 판매량을 기록했다. 해외 성과에 힘입은 ‘본업’ 호조로, 올해 상반기 KT&G에서 담배 사업이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68.3%, 87.5%에 육박했다.
KT&G 관계자는 “KT&G는 방경만 사장 취임 이후 사업경쟁력 강화와 재무구조 고도화에 집중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달성했다”면서 “글로벌 현지 완결형 밸류체인 전략, CIC 체제 가속화, 프리미엄 담배 브랜드 강화 등 본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해외 궐련사업은 매출, 영업이익, 판매량 모두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방 사장 취임 전 KT&G 영업이익 감소세는 행동주의펀드의 단골 공격 거리였다. 특히 플래시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등은 매년 주총마다 KT&G 경영 성과를 평가절하하면서 KT&G의 지배 구조 문제를 꾸준히 지적했다. 경영 연임을 위한 실적 부풀리기용 해외사업으로 수익성이 저하됐고, 이 때문에 주가까지 저평가 됐다는 주장이었다. 방 사장은 지난해 4분기 이후 3분기 연속 매출·영업이익 동반 성장을 거두며 실적으로 이를 정면 돌파하는 모양새다.
다만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는 방 사장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았다. KT&G는 지난 2002년 민영화 이후 20년 넘게 내부 출신이 사령탑을 맡아 왔다. KT&G는 사외이사 비중이 75%에 달하고, 사외이사추천위원회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하는 등 이사회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대주주가 줄곧 내부 인사만 대표로 선임됐다는 점에서, 제도적 견제 장치가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한다. 사외이사 독립성을 확인하고 경영진에 대한 견제 기능 수행을 위해, 사외이사만의 독립된 회의가 더 많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KT&G 사외이사 회의는 연간보수한도액 책정과 사장후보심사기준 등 2차례에 그쳤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KT&G 복지재단과 장학재단 등 공익법인의 자사주 보유 문제도 지적받는다. KT&G복지재단과 KT&G장학재단은 KT&G 지분을 각각 2.23%, 0.63% 보유하고 있다. 주주권 중 일부를 ‘공익법인’이 행사하고 있는 상황인데, 문제는 공익법인 이사장 자리를 KT&G 전현직 경영진이 관례적으로 맡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민영진 전 KT&G 대표가, KT&G 장학재단 이사장은 김승택 전 KT&G 지속경영본부장이 맡고 있다. 이는 주주총회 등에서 의사결정을 왜곡할 수 있어 KT&G 지배구조 투명성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지적받고 있다.
해외궐련 호조에 가려진 국내 궐련의 부진도 과제로 남았다. 국내 궐련 시장의 꾸준한 수요 감소로 KT&G 실적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상반기 국내 궐련 매출은 7819억 원으로 전년대비 3.6% 감소했다. 같은 기간 국내 궐련 시장 점유율은 66.9%에서 67.6%로 0.7%포인트 늘었지만, 전체 시장이 축소된 영향에서 벗어나진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규모 주주 환원과 호실적 등으로 KT&G 주가가 사상 최고가를 기록하면서, KT&G에 대한 행동주의펀드의 공세도 동력을 잃는 분위기”라며 “다만 비영리법인에 대한 자사주 출연은 우호지분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비춰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성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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