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전 세계 선박 발주 14% 줄었지만 한국은 안정적 수주 유지
LNG선 수주와 친환경 기술 개발로 장기 경쟁력 확보 전망
[미디어펜=이용현 기자]한국 조선업계가 글로벌 발주량 감소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을 지켜내며 체력을 과시하고 있다. 

   
▲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LNG운반선./사진=삼성중공업 제공

6일 영국 조선해운시황 전문업체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 세계 선박 수주량은 3448만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줄었지만, 한국 조선업계는 891만CGT를 수주해 점유율 26%를 유지했다.

업계에서는 단순히 발주량이 줄었음에도 점유율을 지켜낸 것이 ‘방어’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평가한다.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주 전략을 세우고 안정적인 기술 경쟁력을 유지해온 결과라는 분석이다.

실제 벌크선, 탱커선 등 저가 선박 위주로 수주를 이어온 중국은 글로벌 발주 위축의 직격탄을 맞았다. 같은 기간 중국 조선업계의 수주량은 1396만CGT로 전년 대비 17% 줄었고, 수주 점유율도 40%로 2%포인트 하락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발주가 줄어도 버틸 힘이 있는 한국 조선업계와 달리 중국은 발주가 줄면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조선사들의 최근 행보도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한다. HD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빅3’ 조선사는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분야에 집중하면서 발주 감소 속에서도 안정적인 일감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15일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 LNG운반선 4척, 같은 날 다른 오세아니아 지역 선주와는 LNG운반선 2척을 계약하는 등 단숨에 2.1조원을 수주했다. 이들 선박은 2028년 11월까지 순차적으로 선주사에 인도될 예정이다.

한화오션 또한 수주 소식을 더했다. 지난 5일 한화오션은 북미 지역 선주로부터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척을 약 3512억원에 수주했다고 5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 규모는 회사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액 대비 3.3%에 해당하며 선박 인도 시점은 2028년 3월 말까지로 잡혔다.

LNG선박의 기술 개발도 진행 중이다. HD현대는 최근 SK해운과 손잡고 인공지능(AI) 기반 화물 운영 솔루션을 실증하기로 했다. 해당 기술은 LNG 운반선에서 발생하는 증발가스(BOG)를 예측해 재액화 설비나 엔진 등에 최적 분배하는 시스템으로 연비 개선과 선원 업무 경감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올해 말까지 진행될 HD현대미포와의 합병도 중형 선박 건조 역량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 후에는 기존 대형 선박 중심의 수주 능력에 더해 중형 선박까지 포괄할 수 있다”며 “발주 감소 국면이긴 하지만 전체 점유율 확대와 안정적인 수주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조선사들은 글로벌 선주사들의 탈탄소 요구와 강화되는 국제 규범에 맞춰 암모니아를 활용한 친환경 선박 기술 도입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 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향후 관련 선박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를 선점하기 위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움직임이다.

HD현대는 지난해 미국 ABS, 노르웨이 DNV, 영국 LR 등 7개 주요 선급에서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 기술에 대한 승인을 받았으며, 삼성중공업 역시 미국선급으로부터 부유식 블루 암모니아 생산설비에 대한 개념 인증(AIP)을 받았다. 블루 암모니아는 탄소 포집·저장(CCS) 기술을 활용해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90% 이상 줄일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사들이 고부가가치 선박 중심 전략과 미래 시장에 대비하는 기술 개발로향후 수주 감소 속에서도 시장 지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조선사들은 단순히 발주량에 의존하지 않는다”며 “고부가가치 선박과 친환경 기술 개발이 장기적 경쟁력 확보의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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