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하기 위해 미국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테슬라 등 전기차 업체와의 공급 계약을 강화하는 동시에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ESS는 그동안 중국 배터리 업체들이 주도해온 영역으로 국내 기업들이 미국 에너지 전환 정책과 맞물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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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에너지솔루션과 제너럴모터스(GM)합작사인 얼티엄셀즈 오하이오공장 전경./사진=얼티엄셀즈 |
6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3사는 최근 대규모 수주 계약과 투자를 연달아 성사시키며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고 있다. 현지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글로벌 거점 기업들과의 협력 범위를 확장해 점유율을 지키려는 전략이다. 이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시행 이후 북미 지역에서 배터리 가치사슬을 현지화해야 하는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시장 선점을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메르세데스-벤츠와 총 15조 원 규모의 대형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미국 시장 물량으로 소화되며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증명하는 사례로 평가된다. 더욱이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미국 내 오하이오, 아리조나 등 주요 거점에서 합작공장을 가동 및 추진 중이어서 대형 계약을 소화할 생산 인프라도 확보해 놓은 상태다.
SK온은 최근 북미 지역에서 대규모 ESS 프로젝트를 확보하며 LFP(리튬, 인산, 철)배터리 기반 ESS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그동안 SK온은 NCM(니켈, 코발트, 망간) 배터리에 집중해왔다. 이번에 SK온이 ESS 사업 확장을 선언한 것은 북미 내 대체에너지 기반 전력망 구축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전략적 의미가 크다. LFP배터리 ESS는 가격 경쟁력이 높고 안정성이 우수해 대규모 전력 저장 장치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SK온은 이번 수주를 계기로 북미 ESS 시장의 주도권을 중국 업체들로부터 일부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ESS 시장은 지금까지 CATL, BYD 등 중국 배터리 제조사들이 주도해왔다. 낮은 원가와 대량 생산 능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은 전 세계적인 재생에너지 연계 설비와 전력망 안정화 프로젝트에서 강세를 보였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자국 및 동맹국 기업 중심으로 공급망을 재편하면서 시장 판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 변화에 맞춰 전기차 배터리뿐 아니라 ESS 분야에서도 발 빠르게 대체재를 제공하며 중국 업체가 비워놓은 공간을 채우려 하고 있다. 특히 IRA 인센티브를 확보할 수 있는 미국 내 공장 및 합작법인 확장이 이어지면서 향후 공급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프리미엄 고성능 배터리에 강점을 앞세워 미국 시장에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삼성SDI는 스텔란티스, GM(제너럴모터스) 등과 협력을 진행 중이며 중대형 ESS 사업까지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 삼성SDI는 ESS에서도 높은 에너지 밀도를 기반으로 안정성과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전략을 추진하면서 북미 고객사를 확대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3사의 미국 시장 전략을 단순한 물량 확대 차원이 아니라 포트폴리오 확장과 기술 리더십 확보로 보고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항공, 선박 등 다양한 운송 분야로 응용이 가능한 배터리 사업과 국가 차원의 그리드 안정화를 위한 ESS 사업이 병행되면서 다양한 먹거리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관계자는 "중국 기업들이 여전히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위협적인 존재로 남아있으나 기술력과 안정성 측면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며 "북미 시장에서 전략적 파트너십과 지속적인 투자를 이어갈 경우 중장기 성장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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