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개 LCC 경쟁 본격화…좌석 공급 늘고 운임 하락
LCC, 부산·청주 등 지방 거점 활용해 수익 안정화 시도
운수권 재배분, ‘황금 티켓’ 확보가 생존 좌우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저비용항공사(LCC)가 9개사 체제를 맞을 전망이다. 수년 전부터 9개사 체제가 거론됐지만, 코로나19 등을 이유로 실제 가동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만큼 생존이 최우선 과제로 떠오른다. 각 항공사들이 저마다 차별화를 내세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플라이강원을 인수해 출범한 파라타항공이 이달 중순 첫 상업 운항에 나선다. 업계에선 공급 과잉에 따른 출혈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가운데, 항공사들은 단독·중장거리 노선, 지방공항 거점 등 차별화 전략으로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이다.

   
▲ 파라타항공 2호기./사진=파라타항공 제공

9개 LCC 시대 개막, 항공사 생존 경쟁 시작돼

파라타항공은 현재 항공운항증명(AOC) 절차를 진행 중이며 이달 중순부터 첫 상업운영을 개시할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최근 도입한 중장거리 운항기종 A330-300에 이어 지난 7일 중단거리 운항을 주력으로 하는 A320-200를 도입했다.
 
첫 운항 노선은 양양~제주로 시작되며 이로써 국내 하늘길에는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에어서울, 이스타항공, 에어로케이, 에어프레미아 등과 함께 총 9개 LCC가 경쟁 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업계에서는 9개 LCC의 경쟁이 소비자들에게 좌석 공급 증가에 따른 운임 하락, LCC 선택권 확대 등의 반사이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면서도 한편으로는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 재무 부담 등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항공사 간 과도한 가격 경쟁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저렴한 항공권을 제공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일부 LCC들의 수익 악화와 서비스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다.

실제 올해 상반기 국제선 여객 수는 4603만 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으나 LCC들이 받은 성적표는 이러한 증가세와 엇갈린 모양새다. 제주항공은 영업손실 745억 원을 기록하며 영업익이 적자전환했으며 진에어, 에어부산은 각각 영업익이 83.9%, 67.4% 감소했다. 

특히 티웨이항공의 경우 상반기 매출이 10.1% 증가한 8248억 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157억 원이 발생하며 완전자본잠식에 빠졌다. LCC들은 올해 일본·동남아 인기 노선 중심으로 공격적인 증편을 단행했는데 이러한 인기 노선 중심 ‘공급 과잉’이 결국 수익성을 갉아먹는 자충수로 작용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치킨게임식 출혈 경쟁이 이어지면 9개사 모두 생존하기는 어렵다”며 “노선 차별화와 재분배되는 운수권이 각사 생존을 가르는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트리니티항공(옛 티웨이항공) 리버리 이미지./사진=트리니티항공 제

단독·중장거리 노선, 지방공항 거점으로 차별화


실제 LCC들은 공급 과잉 속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단독, 지방 거점, 중장거리 노선 확보 등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트리니티항공은 인천-자그레브(크로아티아), 인천-비슈케크(키르기스스탄) 등 중장거리 단독 노선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난달 12일에는 LCC 최초로 인천~밴쿠버 노선에 첫 항공편을 취항했다.

제주항공 역시 일본·중국·동남아를 기반으로 15개 단독 노선을 운영 중이다. 또한 다음 달 1일부터 인천-구이린 노선을 주 4회 일정의 단독 운항으로 시작한다.

부산, 청주 등 지방거점 노선 확대 움직임도 주목된다. 지방공항을 거점으로 삼으면 슬롯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다 관광 수요와 지역 수요를 동시에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략은 단순히 경쟁을 피하는 차원이 아니라 단거리 중심의 공급 과잉에서 벗어나 수익성을 안정화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티웨이항공은 올해 동계 스케줄이 시작되는 오는 10월 26일부터 부산~삿포로, 부산~후쿠오카 노선에 신규 취항한다. 이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과 관련해 공정취인위원회가 기존 대한항공, 진에어가 보유하고 있던 노선을 넘겨준 것이다.

이스타항공도 부산발 일본 노선에 힘을 싣고 있다. 오는 10월26일부터 부산발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노선 운항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스타항공의 부산~오사카 노선과 부산~후쿠오카 노선은 각각 매일 2회, 부산~삿포로 노선은 매일 1회 운항한다.

에어로케이의 경우 청주 거점 항공사라는 장점을 살려 적극적으로 신규 노선을 취항 중이다.다음 달 26일부터는 청주~대만 타이베이 노선을 하루 2회 일정으로 신규 취항하며 오는 11월14일부터는 청주~나트랑 노선을 신규 취항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방거점 공항의 노선이 늘어나면 영남권, 호남 북부 지역에 거주하는 이용객들의 선택지 역시 많아진다”며 “특히 부산~일본 노선의 경우 ‘최단거리 노선’으로 꼽혀 운임도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항공사들의 수익 구조에도 보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항공기./사진=연합뉴스

알짜 노선 확보 항공사는 수익 기대, 경쟁에서 밀리면 장기적 부담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과정에서 반납된 운수권과 슬롯의 재분배 역시 업계의 최대 관심사로 자리잡고 있다. 이르면 이달 중 운수권 배분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배분 계획에는 일본·중국 등 인기 노선이 다수 포함돼 있어 LCC들의 사활이 걸린 ‘황금 티켓’이 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계열사인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은 분배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크다. 진에어를 중심으로 한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대한항공과 마찬가지로 노선 재분배가 예상되면서다. 제주항공의 경우 지난해 발생한 사망 사고 사례가 있긴 하나, 이번 운수권 배분은 인명사고 평가항목이 포함된 정기 운수권 배분이 아닌 경쟁 운수권 배분 방식이기에 배제되지 않는다.

배분이 예정된 노선들은 국제선 26개 노선과 국내선 8개 노선이다. 대표적으로 일본의 나고야, 오사카, 삿포로, 중국의 장자제, 시안, 베이징, 상하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노선 등이 포함된다. 이 노선들은 여객 수요가 많은 알짜 노선으로 ‘과잉 공급’의 부작용을 앓고 있는 국내 항공사들에게는 높은 수익성이 기대되는 노선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중국 노선의 경우 양국의 무비자 단체 관광객 입국 허용에 힘입어 기존 인기 노선인 일본과 함께 최대 격전지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번 운수권 재배분이 향후 국내 LCC들의 수익 구조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올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배분 결과에 따라 알짜 노선을 확보한 항공사는 단기적으로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경쟁에서 밀린 항공사는 수익성 악화와 장기적인 경영 부담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9개 LCC가 모두 살아남기는 어렵다”며 “운수권 배분은 단순히 노선을 나누는 작업이 아니라 LCC들의 향후 전략과 시장 재편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이벤트”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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