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업체들 가격 공방↑…해외 인력 비자 문제 맞물려 위기감
IRA 보조금 30일 종료 수순…AMPC 배제 수익성 다변화 불가피
[편집자주]국내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시장에서 전례 없는 도전과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중국의 강력한 자본력과 가격 경쟁력, 미국 IRA 정책과 현지 인력 문제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국내 3사는 현지 생산 확대, 기술 혁신,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 등 각자의 특화된 대응 전략으로 난관을 극복하고자 노력 중이다. 본지는 1~2편의 기획을 통해 국내 배터리 업계가 직면한 현실과 기업별 대응 전략을 살펴보고, 구조적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저가 및 프리미엄 제품군 확대 및 정부 차원의 지원 필요성 그리고 2026년을 위한 성장 모멘텀 확보 방안까지 다각도로 조명해본다.

[미디어펜=박재훈 기자]국내 배터리 업계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한층 강화된 글로벌 공급망 전략 속에서 기회를 맞이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실적개선에는 여전히 난항을 겪고 있다. 중국 업체들의 자본력을 앞세운 저가 공세 그리고 실제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성과를 발휘하는 데 발목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해외 인력 비자 문제까지 겹치면서 업계 전반에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미시간 홀랜드 공장에서 직원이 배터리 생산 공정을 점검하고 있다./사진=LG에너지솔루션


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는 지난 몇 년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글로벌 톱 티어 자리를 굳혔지만 최근 들어 점유율 하락 추세가 뚜렷하다. 에너지 전문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누적 글로벌 배터리 사용량 집계(중국제외)에서 국내 업체들의 합산 점유율은 37.8% 초반대로 떨어지며 전년 대비 하락세를 보였다. 반면 CATL과 BYD 등 중국 업체들은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한 규모의 경제를 통해 여전히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단순히 가격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망 주도권 싸움과 직결된다. 북미 지역에서 IRA 보조금 혜택이 종료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완성차 고객사들이 어느 배터리를 탑재하느냐가 향후 시장 판도를 가를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말까지 출하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이는 시기가 관건이라는 평가다.

◆정부 등에 업은 중국 업체와의 경쟁…'연말까지가 고비'

국내 기업들이 직면한 가장 큰 도전 과제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다. CATL은 압도적인 자본력과 원재료 조달 네트워크를 무기로 하고 있으며, BYD는 완성차-배터리 수직계열화라는 독특한 모델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 가고 있다.

특히 원가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 업체들은 불리하다. 중국 정부가 보조금, 세제 혜택, 전방위적 금융 지원을 통해 자국 배터리 산업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해외 생산거점 확보와 안정적인 원재료 소싱 자체에 큰 비용을 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완성차 고객사 입장에서는 원가 절감 요구가 커지고 결국 국내 업체들의 수익성 압박이 심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말까지가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본다. IRA 세제 혜택 구조상 일부 항목에서 보조금이 줄어들거나 종료되는 시점에 맞춰 고객사들의 전기차 신차 출하량이 증가해야만 국내 기업들은 일시적 점유율 방어가 가능하다. 반대로 신차 투입이 지연되거나 출하량이 기대치보다 낮을 경우 중국 업체들의 약진에 점유율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중국업체들은 CATL에 이어 CALB까지 상장을 추진하면서 재원을 조달하고 있다. 중국 내수 경쟁이 과열되면서 해외 공장으로의 판세 확장을 위한 초석으로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서도 국내 3사의 경쟁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보조바퀴 빠진 자전거…IRA 종료에 실적 개선은?

   
▲ SK온, 인터배터리 2025 부스에 전시된 전기차 하부 모듈. BMS, 액침냉각 등 차세대 안전기술이 적용됐다./사진=미디어펜 박재훈 기자


지난 7월 발효된 미국의 '대규모 감세법'(OBBBA)으로 IRA는 종료 수순을 밟는다. 이로 인해 AMPC(첨단세액공제)를 받아왔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실적에서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IRA는 전기차를 구매하면 고객이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하지만 오는 30일 폐지수순을 밟으면서 연말까지 판매량을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한 대목이 되고 있다. 미국 국세청(IRS)는 지난 21일 전기차 보조금의 세액공제 요건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면서 IRA 보조금 효력에 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해당 가이드는 서면 계약 체결 이후 결제가 완료된 날을 취득으로 본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사실상 IRA(인플레이션 방지법)의 효력이 없어지는 오는 30일 이후에도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완화한 조치다.

가장 큰 문제는 기존 AMPC를 통해 실적 방어를 하던 가운데 보조금 없이 흑자를 기록할 것인지 여부다.

최근 6개 분기동안 LG에너지솔루션의 분기별 실적은 AMPC를 제외하면 지난 2분기를 제외하고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의 AMPC 제외 실적은△2024년 2분기 -2525억 원 △2024년 3분기 -177억 원 △2024년 4분기 -6028억 원 △2025년 1분기 -830억 원 등이었다. 비교적 최근 발표한 올해 2분기에는 14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이외 삼성SDI와 SK온도 비슷한 상황으로 AMPC 반영 시 영업이익은 대폭 개선되나 본업 수익성만으로는 아직 실적 턴어라운드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각사는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신제품 출시로 수익 다각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고마진 전기차 프로젝트와 비용 구조 최적화를 통해 보조금 없이도 실질적인 수익성 방어에 나선다는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비자 사태, 공급망 관리에도 ‘경고등’

여기에 최근 발생한 인력 비자 문제는 또 다른 복병으로 작용하고 있다. 북미 현지 공장에서 근무 중인 국내 파견 인력 중 일부가 재입국 비자 심사에서 난항을 겪으면서 인력 공백 사태가 불거진 것이다. 현지 법규 해석 문제와 행정 절차 지연이 맞물리면서 상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배터리 생산라인은 자동화 수준이 높은 편이지만 여전히 설비 최적화 및 품질 관리 측면에서 핵심 기술 인력의 현장 경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들이 빠져나간 상황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단순히 한 공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전체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특히 미국 내에서 신규로 가동을 준비 중인 합작 공장에도 비슷한 법적 리스크가 전이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인력 파견 문제와 같은 비정형 리스크가 터지면 기업들이 글로벌 투자계획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전략 수정을 불가피하게 겪게 된다”며 “공급망 전반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단순히 투자금액 규모 이상의 성패를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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