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여명 국민 ‘자진 출국’ 위해 영사면담 중...최종 귀국 인원 미정
배터리 공장 건설 당분간 중단…개별 비자 따라 재입국 시 불이익 가능성
조현, 8일 방미해 비자 쿼터 확보 논의…“형사기소 수사 상황서 안전 귀국 교섭”
트럼프 “한국과 좋은 관계…전체 상황 검토할 것” 취업비자 쿼터 확보 해결 주목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정부가 미국 조지아주 이민당국 구금시설에 있는 한국인 근로자 300여명을 강제 추방이 아닌 ‘자진 출국’ 형식으로 귀국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이들의 안전한 귀국을 위해 전세기를 투입하는 방안을 미국 측과 합의한 상태다. 

현재 정부는 구금된 300여명의 국민 전원 귀국을 추진 중이다. 다만 구금된 한국인 중엔 현지에 남아서 이번 사태를 법적으로 다퉈보겠다는 사람들도 있어서 이번에 귀국할 인원이 얼마나 될지 아직까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우리 국민들이 귀국하게 되면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공장 건설은 당분간 중단되며, 향후 재개 시점을 알 수 없다고 한다.

8일 외교부 당국자에 따르면, 미 조지아주 폴크스턴 구치소 등에 구금돼 있는 한국인 300여명은 자진 출국 방식으로 이르면 10일(현지시간) 한국행 전세기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들을 귀국시키기 위해 전세기를 보내기로 했다. 

이들의 최종 출국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기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방미길에 오른다. 조 장관은 미국에서 미 행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석방 교섭 절차를 마무리 짓고, 유사사례 재발 방지를 위한 비자제도 개선 대책도 논의할 예정이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홈페이지를 통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을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2025.9.7./사진=연합뉴스 [미국 이민세관단속국 홈페이지 영상 캡처]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그동안 우리 정부의 석방 교섭과 관련해 “미국의 형사 기소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우리 국민을 안전하게 귀국시키는 방안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조 장관의 방미와 관련해 “우리 국민의 석방 빛 귀국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절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행정부 고위 인사를 만나 마무리 짓기 위한 것”이라며 “또한 조 장관은 이번에 근본적인 비자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다만 구금된 한국인 중에는 자진 출국 대신 현지에 남아서 법적으로 이번 사태를 다투겠다는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럴 경우 구금시설에 남은 상태에서 법적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정부는 이들에 대한 개인 의견을 존중할 방침이지만 현재 희망자를 대상으로 영사면담을 진행 중이다.    

한국인 구금자들의 석방 교섭과 관련해 이들이 향후 미국에 다시 입국할 때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해결할 과제다. 자진 출국 방식에도 ‘추방’보다는 덜하지만 불이익이 따른다. 개개인의 비자 형태에 따라서 향후 180일 또는 3년 이내에 미국 재입국이 불가하다.

앞서 지난 4일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 대한 단속작전을 벌여 한국인 300여 명을 포함해 475명을 체포·구금했다. 이 배터리공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가 6조원을 투자해 건설 중인 시설이다.

한국인 체포 당시에 대해 ICE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2분 34초 분량의 영상을 보면, 현장 공중에서 헬리콥터가 맴도는 가운데 단속 차량들이 줄지어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대기 명령을 내리더니 미 시민권자와 영주권자를 제외하고는 체포해 데려갔다. 한국인들이 저항하지 않아서 별다른 마찰은 없었지만, 사람들을 버스에 손을 짚게 한 뒤 차례로 수갑과 쇠사슬로 결박해 연행했다. 

한국인들에 대한 체포 구실은 이들이 전문직 취업 비자(H-1B)나 주재원 비자(L1·E2)를 소지하고 있지 않아서다. 현재 미국에 투자 사업을 위해 파견된 인력 중에서는 전자여행허가(ESTA)나 단기상용비자(B1)를 받고 입국해 일하고 있는 이들이 많다. 

이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불법 체류자 단속에 혈안이 돼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한국 기업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한국 기업인들이 이스타나 B1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고, 이는 미국의 비자 발급 제도가 너무 경직돼있어서 어쩔 수 없는 관행이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기업 입장에서 공사 진행을 위해 수시로 인력을 파견할 수밖에 없는데 H-1B 비자의 경우 발급에 수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 미국 이민 단속 당국이 지난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현장에서 벌인 불법체류·고용 단속 현장 영상과 사진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2025.9.6./사진=연합뉴스 [ICE 홈페이지 영상 캡쳐]

현재 미국에서 H-1B 비자는 쿼터제에 따라 연간 8만5000명을 발급 대상으로 제한하고 있고, 한국은 이공계 연구직을 중심으로 2000명 내외가 비자 승인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문제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미국 측의 재발 방지대책 마련은 물론 비자 쿼터 확보 등 구조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한국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전체 상황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US오픈 테니스대회 남자 결승전 관람을 위해 뉴욕을 방문한 뒤 워싱턴DC 인근의 앤드루스 합동기지로 돌아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지금 이 나라에 배터리에 대해 아는 인력이 없다면, 우리가 그들을 도와 일부 인력을 (미국에) 불러들여 우리 인력이 배터리 제조든 컴퓨터 제조든 선박 건조든 복잡한 작업을 하도록 훈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는 더는 갖고 있지 않은 산업이 많다. 우리는 인력을 교류해야 한다. 인력을 양성하는 방법은 해당 분야에 능숙한 사람을 불러들여 일정 기간 머물게 하고 우리 국민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언급은 미국 정부가 한국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투자 유치를 해놓고도 막상 미국 내 취업 및 노동이 가능한 비자를 충분히 발급하지 않는 문제에 대해 해결 의지를 밝힌 것으로 해석돼 조 장관이 미국에서 어떤 해결책을 갖고 올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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