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용현 기자]지난해까지 카타르 효과로 조선업 호황을 이끌던 액화천연가스(LNG)운반선 발주가 최근 급격히 줄어든 가운데, HD현대중공업은 컨테이너선 수요 증가에 발 맞춰 수익성 방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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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D현대중공업 야드 전경./사진=HD현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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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글로벌 선박 발주량은 1~8월 기준 3448만 CGT(표준화물선환산톤수)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감소했다. 또한 국내 조선사들이 선별 수주해온 LNG선박의 경우 올해 발주량이 9척에 그쳤다. 전년 동기 63척, 재작년 26척에서 크게 줄어든 수치다.
업계에서는 2027년까지 LNG 생산능력을 1억2600만 톤으로 늘리는 내용의 ‘카타르 프로젝트’로 최근 2년 간은 선주사들이 집중적으로 LNG선박을 늘려왔지만, 대규모 발주가 대부분 마무리되면서 해당 프로젝트의 집중 발주 효과가 소진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LNG 수출 확대 계획이 향후 수요를 다시 한 번 끌어올릴 순 있으나 당장의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은 올해 LNG선에서 컨테이너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선제적으로 재편하면서 이에 대응했다. 실제 올해 7월까지 HD현대중공업이 수주한 컨테이너선은 22척으로 전체 수주 선박 31척 중 71%를 차지한다.
노르웨이 해운전문지 트레이드윈즈에 따르면 지난 8일에는 고려해운이 HD현대중공업에 1만3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 2척을 총 4095억 원을 들여 발주하기도 했다.
그 결과 글로벌 발주 감소세에도 HD현대중공업의 1~7월 누적 수주액은 84억5900만 달러(12조 원)에 달했다. 고부가가치 선종인 LNG운반선 발주로 국내 조선사들의 초호황기로 불렸던 지난해 동기(84억6700만 달러)와 비교해도 약 0.1% 감소한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컨테이너선 수요가 점진적으로 확대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컨테이너선은 LNG선만큼 고가 선종은 아니지만 선주사들의 발주가 늘어나면서 어느정도 가격 경쟁력도 보장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컨테이너선 시장이 완전한 ‘무풍지대’는 아니다. 미국의 대중국 제재 중 하나인 ‘입항 수수료’ 규제가 업계가 기대했던 수준만큼 반사이익을 가져다주지 못해서다.
실제 최근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 CMA CGM이 발주한 10척의 LNG 이중연료 추진 초대형 컨테이너선을 중국 다롄조선중공업(DSIC)이 수주한 사례도 있다. CMA CGM은 앞서 중국을 비롯해 한국 등 아시아 주요 조선사들에도 입찰 참여를 타진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중국을 선택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입항 수수료가 적용되는 항로와 조건이 제한적이고 일부 면제 조항이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한다. 현재 미국은 중국산 선박에 대해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면서도 특정 조건 하에서는 면제를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본토와 외국 항구 간의 항로 중 2000해리(약 3700km) 이하의 항로는 면제되며 미국 내 항로를 운항하는 선박 역시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러한 면제 조항을 활용하면 선사들은 운항 경로를 조정해 수수료를 회피할 수 있다. 이 경우 선박을 발주하더라도 선가 차이나 3년 치 수주량이 쌓인 국내 조선사와의 납기 기간을 고려했을 때 중국 조선사의 경쟁력이 커진다.
다만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이 연내 추진 예정인 HD현대미포와의 합병이 이러한 문제를 일부 상쇄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대형 선박에 맞춰져 있는 HD현대중공업의 도크와 달리 현대미포는 중형선박 건조에 특화돼있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실제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급감한 가운데 액화천연가스(LNG)벙커링 선박 수요는 늘어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바다 위 주유소’로 불리는 LNG벙커링선은 LNG를 연료로 쓰는 선박에 LNG를 공급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특수 선박이다. LNG선박을 보조하는 역할인 셈인데 LNG선박의 인도가 충분히 이뤄지면서 이를 운용할 벙커링 선박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올해 1~7월 글로벌 해운사들이 대형 LNG 운반선은 9척을 발주한 데 비해 LNG벙커링선은 15척이 발주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양사의 합병이 성사되면 중형 선박 크기로 분류되는 LNG 벙커링선 특성상 이에 특화된 도크를 보유한 현대미포조선의 역량을 활용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컨선 수요와 함께 경쟁력 있는 수주 전략을 구사해 HD현대중공업의 실적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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