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으로 한수원, 기후부로 편입…수출은 산업부
혼선·비효율로 인해 한수원 수출 확대 전략에도 부정적 영향
탈원전 정책 회귀 가능성까지…한수원 노조도 반발
[미디어펜=박준모 기자]정부의 조직개편으로 인해 원전업계가 정책의 불확실성 확대와 수출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신설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되면서 원전 산업의 주무부처가 바뀌는 데 따른 정책 혼선과 행정 비효율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가 앞으로 탈원전 기조로 가게 된다면 힘들게 만들어 놓은 원전 생태계가 재차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정부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산업부의 에너지 산업 정책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한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기후에너지환경부로 개편되며, 한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기관으로 편입될 예정이다. 초대 장관은 김성환 현 환경부 장관이 맡을 전망이다.

   
▲ 체코 테믈린 원전 전경./사진=한수원 제공


◆정부 역할 이원화에 수출 차질 불가피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 내에서는 원전 수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수원이 기후부로 넘어가면서 원전 산업 정책은 기후부가 담당하지만 원전 수출에 대해서는 산업부가 맡는 기형적인 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해외 원전 수주 확대를 목표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6월에는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건설 사업을 수주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루마니아 체르나보다 원전 설비개선사업을 계약하고 이달 착공에 들어가면서 성과를 올린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동남아시아, 중앙아시아, 남미, 중동 등 원전 도입을 검토 중인 국가들에서도 수주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조직개편의 원전 수출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기후부와 산업부로 역할이 이원화되다 보니 해외 원전 발주처와의 협상이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수출 과정에서는 일관된 메시지와 체계적인 지원이 중요한데 담당 부처가 나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지고 대응 속도도 늦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우려다. 

비효율 역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기후부와 산업부를 상대하다 보면 의사결정 과정이 길어지고 협업에도 장애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사업을 따내려면 신뢰도가 매우 중요한데 정부 조직이 분산되면서 일관된 지원과 신속한 대응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체코 원전을 수주하면서 글로벌 신뢰도가 높아지고 경쟁력을 인정받는 상황에서 이 같은 정부 조직개편은 오히려 불확실성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강창호 한수원 노조위원장이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조직 개편안을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제공


◆탈원전 회귀 가능성도 제기…“생태계 무너질 것”

나아가 탈원전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먼저 기후부 장관이 될 김성환 현 환경부 장관은 과거 탈원전 정책을 지지해 온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는 “원전을 더 짓지 말아야 한다”고 발언한 바 있으며, 탈원전 관련 법안 발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그는 환경부 장관 인사 청문회에서 ‘더 이상 탈원전이 아니다’라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업계 내에서는 언제든 원전 지원 축소는 물론 탈원전으로의 정책 방향이 전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긴장하고 있다. 

또 기후부가 경제적인 관점이 우선될 수 없다는 점에서도 원전이 밀릴 수도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기후부는 환경과 기후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루는 부처다. 원전은 우리나라 산업의 전기요금을 낮추는 데 기여하고 있지만 경제적인 측면보다 환경 규제로 인해 우선순위에서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내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무너졌던 원전 생태계가 다시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신규 원전 2기 건설로 그나마 회복한 원전 관련 산업과 인력, 공급망 등이 탈원전 정책으로 회귀한다면 또다시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수원 노조도 정부의 조직개편에 반발하고 나섰다. 강창호 한수원 노조위원장은 9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원자력을 환경을 규제하는 환경부로 이관하면 전기요금 급등으로 공장 문은 다 닫게 될 것”이라며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해 비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원전이 정치와 엮이면서 업계 전반에 불필요한 혼선이 생기고 있다”며 “만약 이번에 탈원전 정책으로 돌아간다면 국내 원전 생태계는 더 이상 회복 불능한 수준까지 무너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