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적성장 집중…내부통제 체제 뼈저린 반성"
이재명 정부가 초대 금융당국 투톱을 속속 임명한 가운데 금융위원회의 해체와 금융감독위원회(금감위) 신설안을 포함한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최종 조율했다. 새 정부의 금융팀 진용 갖춰지고 조직개편 장기화에 따른 수장 공백 우려가 불식되면서 하반기 금융 공공기관의 인사 태풍이 예고된다. 주요 금융지주 가운데선 올해 신한과 우리금융이, 내년엔 KB금융 수장의 임기가 만료된다. 금융사 CEO 선임은 이사회 권한이지만, 정권 교체마다 정치적 외풍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금융권에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본지는 총 8회에 걸쳐 CEO의 임기중 성과와 연임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에 대해 짚어본다. [편집자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일류(一流)신한'의 기반을 다졌다는 평가는 받는다. '고객중심 일류신한'. 진 회장이 취임 직후 줄곧 강조해온 경영 슬로건으로, "일등(一等)은 노력으로 달성할 수 있지만 일류는 고객과 우리 사회의 인정으로만 완성된다"는 진 회장의 경영철학이 오롯하게 녹아있다.   

   
▲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2023년 3월 23일 신한금융 본점에서 열린 공식 취임식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다./사진=신한금융지주 제공.


진 회장은 2023년 취임 일성에서도 '고객 자긍심'을 신한의 최우선 지향점으로 제시하며 "신한과 함께하는 것 자체가 고객의 자랑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 이유는 명확하다"며 "고객이 신한과 함께하고 있다는 데 자긍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재무적 1등보다는 고객을 중심으로 한 내실경영을 최우선으로 삼았던 방침은 신한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노력에서 뚜렷이 나타난다. 신한금융은 오는 2027년까지 △자기자본이익률(ROE) 10% △주주환원율 50% △자사주 5000만주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보통주자본(CET1)비율 초과분 활용과 현금배당, 자사주 소각 및 매입을 통해 총주주환원율을 높여왔다. 신한금융의 총주주환원율은 2023년 36%에서 2024년 40.2%를 기록했으며, 올해 연간 총주주환원율도 전년 대비 개선될 전망이다.

지난해 비상계엄 사태로 촉발된 불확실성 속에서도 신한금융의 상반기 CET1은 13.59%로, 목표치인 13.1%를 넘어섰다. 하반기 중에는 8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취득·소각하고, 내년 초까지 추가로 2000억원의 자사주를 취득·소각할 계획이다. CET1의 개선과 자사주 소각·매입을 통해 올 총주주환원율 목표치(42%)도 무난히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은 수익선 개선에 있다. 신한금융은 금리하락 속에서도 역대급 호실적 달성했다. 2분기 순이익은 1조54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상반기 누적 순이익은 3조374억원으로, 반기 기준 최대실적을 써냈다. 대손비용 증가와 금리하락에 따른 이자이익 성장세 둔화에도 증권, 자산신탁 등 비은행 자회사들이 전년도 부진을 털고 그룹 전체의 영업이익 성장을 견인한 결과다.

진 회장도 해외 기업설명회(IR)를 직접 챙기며 신한금융의 밸류업 이행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올해 2월 일본을 시작으로 지난 5월에는 영국 런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폴란드 바르샤바 등 유럽 주요 거점을 순회하며 현지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IR을 진행했다.

진 회장은 다음달 13일부터 18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IMF·WB 연차총회 참석한다. 연차총회 일정 뒤 해외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IR에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의 이행상황과 올해 목표인 △ROE 50bp 개선 △CET1 비율 13.1% 이상 △주주환원율 42% 이상 달성을 위한 노력을 일관되게 이행하고 있음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진 회장은 지속가능한 질적성장을 위해 그룹의 '내부통제 강화'에도 공들여 왔다. 진 회장은 취임한 해인 2023년 상반기 국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도입했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철저한 내부견제와 검증을 통해 모든 업무 과정이 정당화돼야 한다는 뜻에서다.

하지만 지난해 신한투자증권의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손실 사태는 신한금융의 내부통제 시스템에 오점을 남겼다. 이와 관련해 진 회장은 "뼈저린 반성을 토대로 내부통제 체제의 문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강령하게 실행하고 있다"며 "지속 가능성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질적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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