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멕시코에 역전승을 거두는가 했으나 막판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했다. 그래도 역전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손흥민과 오현규가 터뜨린 골은 환상적이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10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테네시주 내슈빌의 지오디스 파크에서 열린 멕시코(FIFA 랭킹 13위)와 평가전에서 2-2로 비겼다. 전반 멕시코에 선제골을 내주고 후반 손흥민과 오현규의 연속골로 역전했으나, 추가시간을 못 버티고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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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전에 후반 교체 출전해 동점골을 터뜨린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
한국은 지난 7일 미국을 2-0으로 꺾었고 멕시코와는 비겨 이번 9월 A매치 미국 원정 2연전을 1승 1무로 마무리했다. 멕시코는 7일 일본전에서 0-0으로 비긴 바 있어 두 경기 모두 무승부를 기록했다.
한국은 멕시코와 역대 상대 전적에서는 4승 3무 8패로 뒤졌다.
홍명보 감독은 3-4-2-1 포메이션으로 멕시코를 상대했다. 오현규 원톱에 배준호-이강인이 뒤를 받쳤다. 옌스 카스트로프와 박용우가 중원에 배치됐고 이명재, 김문환이 좌우 윙백으로 나섰다. 스리백은 김태현-김민재-이한범으로 꾸렸고 김승규가 골문을 지켰다.
미국전과 비교하면 무려 9명이나 선발 라인업이 바뀌었다. 주장 손흥민이 벤치에서 출발하며 김민재가 대신 주장 완장을 찼고, 미국전에 교체 출전했던 '독일 혼혈' 카스트로프는 처음 A매치 선발 출전 기회를 얻었다.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오랫동안 대표팀을 떠나있던 김승규가 약 1년 8개월 만에 A매치에 나선 것도 눈에 띄었다.
멕시코는 이르빙 로사노-라울 히메네스-헤르만 베르테라메 공격진에 마르셀 루이스-에리크 리라-에리크 산체스, 마테오 차베스-요한 바스케스-호세 푸라타-로드리고 우에스카스, 라울 앙헬(GK)이 선발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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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멕시코전에 선발 출전한 한국 축구대표팀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
경기 초반 흐름은 한국이 좋았다. 전반 10분 카스트로프가 중원에서 몸싸움을 이겨내며 끊어낸 공으로 역습이 펼쳐졌다. 이강인에서 김문환으로 넘어간 볼을 김문환이 박스 안으로 보냈다. 배준호가 그대로 오른발 슈팅을 시도했으나 골대 옆으로 살짝 빗나갔다.
전반 19분 한국이 또 한 번 좋은 찬스를 만들었다. 이강인이 멕시코 뒷공간으로 절묘하게 내준 전진패스로 오현규가 단독 돌파 기회를 잡았다. 드리블해 들어가던 오현규가 골키퍼와 1대1 상황에서 때린 슛이 아쉽게 골대를 벗어났다.
위기를 넘긴 멕시코가 불과 2분 후 선제골을 가져갔다. 전반 21분 우에스카스가 중원에서 얼리 크로스로 페널티박스 안으로 띄워보낸 볼을 라울 히메네스가 뛰어오르며 머리를 갖다댔다. 이 볼이 포물선을 그리며 한국 골문 우측 상단으로 빨려들어갔다. 김승규 골키퍼가 점프하며 손을 뻗어봤지만 그 위로 볼이 넘어갔다.
실점한 한국은 다소 당황했고, 멕시코는 거친 압박으로 공세를 이어갔다. 전반 막판 바스케스가 때린 위협적인 슛을 김승규가 선방하면서 전반은 한국이 0-1로 뒤진 채 마쳤다.
홍명보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카스트로프와 배준호 대신 김진규, 손흥민을 투입했다. 손흥민은 A메치 136번째 출전하며 홍명보 감독, 차범근 전 감독과 함께 한국대표팀 A매치 최다 출전 공동 1위로 올라섰다.
손흥민이 들어가자 한국의 공격은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이에 하비에르 아기레 멕시코 감독도 후반 16분 3명의 공격수를 모두 바꿔 산티아고 히메네스, 알렉시스 베가, 디에고 라이네스를 교체 투입했다.
멕시코의 탄탄한 수비를 뚫지 못해 답답해하던 한국에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서줬다. 후반 20분 김문환이 오른쪽에서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냈다. 오현규가 뛰어오르며 상대 수비와 경합을 이겨내고 머리로 맞혀 뒤로 흘려보냈다. 이 볼을 왼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손흥민이 왼발로 강력한 논스톱 슛을 때렸고, 골키퍼 머리 위를 통과한 볼이 멕시코 골네트를 출렁였다.
이 동점골로 미국전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골을 넣은 손흥민은 A매치 53호 골로 차범근 전 감독이 보유한 A매치 최다골(58골) 기록에 5골 차로 다가섰다.
동점이 되자 홍명보 감독은 이명재, 김문환을 빼고 이태석, 정상빈을 내보내 공수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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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전골을 터뜨린 후 환호하는 오현규. /사진=대한축구협회 |
손흥민의 골로 끌어올려진 한국의 기세는 역전골로 이어졌다. 후반 30분 이강인이 수비 뒷공간으로 향하는 오현규에게 패스를 찔러줬다. 오현규는 페널티 지역 우측으로 파고들어 오른발로 강력한 땅볼 슛을 쐈다. 반대편 골대를 맞고 골문 안으로 향하는 역전골이 됐다. 오현규의 A매치 5호 골로 한국은 역전에 성공했다.
역전을 당했지만 멕시코는 저력이 있는 팀이었다. 맹반격에 나서 집요하게 한국 골문을 노렸다. 멕시코의 위협적인 슛을 김승규가 선방하며 버티던 한국은 6분 주어진 후반 추가시간을 마무리짓지 못했다.
후반 교체돼 들어갔던 산티아고 히메네스가 추가시간이 4분 정도 흘렀을 때 페널티아크 부근에서 순간적인 움직임으로 수비를 따돌리며 왼발로 강하게 감아차기 슛을 때렸다. 한국 골문 좌측 상단 쪽으로 날아간 볼이 골네트에 꽂혔다.
한국은 2006년 평가전에서 멕시코에 1-0으로 승리한 후 19년 만의 숭리를 눈 앞에서 놓치며 무승부로 경기를 끝냈다.
[미디어펜=석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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