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사, 탈탄소 전환 외치는데 전기료는 4년 연속 오름세
월성1호기 재가동 시 전기요금 6분의 1로 줄어들어
[미디어펜=이용현 기자]국내 철강업계가 글로벌 탈탄소 전환 압박 속에 수소환원제철이라는 거대한 기술 도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급등세가 발목을 잡으면서 무탄소 전력 확보를 위한 민간 원전 활용 논의 필요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 포스코 포항제철소 내에 운영중인 수소환원제철 개발센터./사진=포스코 제공

1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철강 3사(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평균 공장 가동률은 80%를 밑돌고 있다. 건설 등 후방 산업의 수요 부진과 미국의 무역 장벽과 관세 등 대외 변수로 가동률 회복이 지연되면서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글로벌 수요 둔화와 원가 부담이 겹치면서 생산 축소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한다.

◆철강업계, '온실가스 감축' 과제... 수소환원제철 등 미래 준비해야

최근 철강업계는 국제 사회의 기후 변화 대응 이슈에 발 맞춰 적극적으로 탈탄소에 나서고 있다.  철강산업은 발전 산업 다음으로 탄소 배출이 많을 만큼, 탄소 저감 노력이 수년 째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국내 철강업계는 기존 고로 방식 대신 수소를 환원제로 활용하는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을 추진 중이다. 내년부터 시행되는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미래 경쟁력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이는 철광석 환원 과정에서 탄소 대신 수소를 사용하는 방식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95% 이상 줄일 수 있다. 

이중 포스코는 해당 기술 개발에 가장 앞서나가고 있다는 평가다. 독자 개발한 수소환원제철(HyREX) 기술 상용화 추진과 함께 내년 가동을 목표로 광양제철소에 연산 250만 톤 규모 전기로를 건설 중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한국산학연협회와의 협력으로 기존 고로용 철원료(철광석) 대신 수소환원용 직접환원철(HBI)을 확보하기 위한 해외 사업에도 나선 상태다. 현대제철은 2029년 완공 계획 중인 미국 루이지애나주 전기로 제철소 건설로 탄소저감 전환을 추진함과 동시에 수소 기반 전기로 전환을 위한 연구개발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역시 이러한 움직임에 힘을 보탰다. 산업부는 지난 7월 약 8100억 원 규모의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시키는 등 올해부터 철강사들의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R&D)에 예산 지원을 확정하면서 민관 합동의 기술 실증을 본격화했다

◆탈탄소 발목 잡는 전기료… ‘K-스틸법’서도 완화안 부재

문제는 상용화까지의 비용과 속도다. 철강업계는 특히 24시간 가동이 유지되는 특성상 타 제조업 대비 전력 소비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한국철강협회에서는 현재 0.8GW 수준인 외부 전력 수요가 2050년 전기로 전환 시 25GW로 3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산업용 전기요금은 현재 와트당 180원 수준으로 2022년부터 일곱 차례 인상되며 최근 4년간 약 80% 급등했다. 일부 제강사들은 야간 조업 등 자구책을 마련하기도 했지만 에너지 비용 부담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포스코는 올해 2분기 전력·용수비로 3139억 원을 지출해 전년 동기(2606억 원) 대비 20.5% 증가했다. 또 현대제철은 상반기 5900억 원에서 6211억 원으로 늘었으며, 동국제강도 상반기 735억 원에서 796억 원으로 전력비가 각각 상승했다. 

결국 값싸고 안정적인 무탄소 전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탄소중립 로드맵 자체가 흔들릴 수 있는 것이다. 여야에서 최근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K-스틸법’에도 탈탄소 전환을 위한 장기적 지원안이 논의되고는 있지만 산업용 전기요금 감면에 대한 내용은 부재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철강사들의 수소환원제철 연구개발을 위해선 막대한 전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 공급망이 필수적”이라며 “지금처럼 산업용 전기요금이 가파르게 오르면 상용화 속도도 늦어지고 글로벌 경쟁에서도 뒤처질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 월성원자력본부 전경./사진=월성원자력본부 제공

◆민간 원전 활용, 제도 마련 논의돼야

이러한 상황에서 해법으로 주목받는 것은 원전이다. 특히 민간 기업이 직접 원전 전력에 투자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현재 전기사업법과 원자력안전법상 발전·송전은 한국전력 독점 구조에 묶여 있는데 철강업계는 PPA(전력구매계약) 확대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기존 전력직거래(PPA) 제도는 재생에너지에만 한정돼 있었는데 원전도 계약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민간기업이 원전 전력을 직접 확보할 수 있다면 산업용 전기요금 상승에 따른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월성1호기 재가동 시 kWh당 30원 이하의 전력 공급도 가능해 현재 산업용 전기요금(약 180원) 대비 경제성이 탁월하다는 분석이다. 또한 이를 통해 철강사들은 수소환원제철 공정에 필요한 대규모 청정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어 전기요금 부담과 상용화 속도 지연 문제를 동시에 완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포스코가 산업통상자원부와 한수원 등에 월성원전 1호기의 운영권 확보를 제안하기도 했다. 앞서 월성원전을 설계한 캐나다 CANDU와 안정성 검토를 진행한 후 이를 재가동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 개최된 ‘수소환원제철과 탄소저감을 위한 원전 활용 정책토론회’에서 손병수 포스코홀딩스 상무는 “신규 원전에 대한 민간의 직접 투자 그리고 운영이 허용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원전수소를 최우선적으로, 최대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포스코는 현재도 월성원전 활용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원전에 대한 민간기업 참여는 안정적이고 저렴한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라며 “수소환원제철 상용화와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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