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조태민 기자]이재명 정부가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 핵심 방안으로 ‘민간 참여형 공공 주택’을 내세우자 시장 반응이 뜨겁다. 대기업 브랜드가 붙은 아파트를 시세 보다 저렴하게 매입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반면 건설업계는 구체적 방안이 아직 나오지도 않은 데다 적정 공사비 등 해결할 문제가 많다 보니 우려하는 목소리다. 시민단체는 공공성 효과가 미미하고 공공주택 기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이유로 재검토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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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일 업계는 정부의 '민간 참여형 공공 주택 활성화' 방안에 '공사비 현실화'가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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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발표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보유한 공공 택지를 활용해 오는 2030년까지 총 6만 가구의 민간 참여형 공공주택이 공급될 계획이다. 민간 참여 공공주택은 LH가 땅을 대고 민간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을 맡고 분양까지 대행하는 방식이다. 공공이 중심이 되고, 민간은 조력자가 되는 것이다.
민간 참여형 공공주택은 LH가 독자적으로 개발할 때보다 품질과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같은 규모 택지를 개발할 때 민간 참여형 LH 독자 개발 때보다 공사 기간은 평균 5개월, 비용은 5% 절감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수요자로서는 빠르고 일반 분양가보다 저렴한 데다 외관이나 커뮤니티 시설은 민간 브랜드 아파트 수준으로 조성되니 가성비를 챙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간 건설사 역시 토지 매입 비용 없어 초기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분양 성적과 무관하게 공사비를 받을 수 있어 손해 볼 일이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민간 건설사들 반응은 시큰둥하다. 이번 발표에서 LH 개혁위원회 논의를 토대로 공급 계획, 공급 유형, 자금조달방안 등을 연내 발표하겠다는 내용만 있고 수익과 위험 부담, 향후 계획 등 구체적 설명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분양 성적과 무관하게 공사지가 지급된다지만, 공사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가운데 어떻게 ‘적정 공사비’를 맞출 것인지에 대해서도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해당 공사비가 적정 이윤을 넘지 못하면 참여할 이유가 사라진다.
실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공사비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건설공사비지수는 지난 2022년 이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건설공사비 지수란, 일정 시점 대비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총비용이 얼마나 변동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2022년 7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25.01 △2023년 7월 127.33 △지난해 7월 129.96 △올해 7월 131.03로 3년 만에 약 6%p 올랐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회사마다 대표 브랜드를 가지고 사업에 참여하기 때문에 품질, 설계, 마감 등 품질을 맞추기 위해서는 공사비를 일정 부분 맞춰줘야 한다”며 “단순 임대만 하는 것인지 일반 분양과 공공 분양을 섞겠다는 것인지 아직 계획이 없기에 실제 발주가 나와야 참여 여부를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업계는 정부의 안전 관련 산재 엄벌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민간 건설사들의 참여도가 기대보다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매출의 3%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는 '건설안전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공사를 더욱 가려서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공사 참여도를 활성화할 혜택이 필요해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공공 주도의 공급 확대는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이는 결국 민간 건설사의 참여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발주 단가 조정 등을 통해 적정 공사비를 지켜주지 않으면 유찰이 반복되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과거에는 착공 실적 때문이라도 공공 발주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정부 안전 강화 기조로 인해 눈치가 보이는 상황에서 수익성까지 포기하면서까지 공사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부가 무조건적인 산재 엄벌 기조만 강요할 것이 아니라 ‘공사비 현실화’, ‘안전 관리 우수 건설사 혜택’ 등 실효성 있는 추가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공공성이 핵심인 공공주택사업에 민간이 참여하면 이윤추구를 최우선으로 하면서 분양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민간 건설사에 상당한 인센티브를 부여하지 않는 한 참여를 독려하기도 어려워 공공성이 훼손될 수 있다”며 재검토를 촉구했다.
[미디어펜=조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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