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비자 유형 도입 추진…정식 취업 비자 확보 중요도↑
미국 입장에서도 시급한 사안…투자 유치 위해서도 속도 붙을 전망
[미디어펜=박재훈 기자]최근 미국 조지아주에서 한국인 배터리 근로자 300여 명이 비자 목적 위반 혐의로 구금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와 제조업계 전반에 큰 충격이 퍼지고 있다. 구금자들은 현장 작업에 적합하지 않은 단기 상용비자(B-1)나 무비자 전자여행허가(ESTA)로 입국했으나 제조업 현장에서의 직접 노동은 미국 이민법상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구금의 원인이었다. 이에 따라 해당 공장들의 가동 지연과 납기 차질, 비용 증가 등이 불가피해 대응 마련에 분주할 것으로 예상된다.

   
▲ 조현 외교부 장관이 8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조 장관은 미국 이민당국의 단속에 따라 구금된 한국인들의 석방 문제 협의를 마무리하고 유사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미국 당국과의 협의차 방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5.9.8./사진=연합뉴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구금 사태로 인해 국내 배터리 업계는 단기적인 실적 악화는 물론 미국 내 대규모 투자, 사업 확장에 대한 구체적 전략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반응이다. 특히 미국 국무부와 외교부 간 신설 예정인 비자 워킹그룹을 통해 한국 전문인력용 새로운 비자 유형(E-4 등)의 도입이 추진되고 있어 관련 기업들은 향후 변화에 선제 대응할 필요가 높아진 상황이다.

앞서 구금된 한국 근로자들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에 의해 체포돼 일주일간 구금됐다. 다행히 조현 외교부 장관과 마르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면담을 거쳐 “재입국 시 불이익이 없도록 하겠다”는 확약을 받았다. 이에 구금된 인원들은 11일 현지에서 석방돼 12일 대한항공 전세기를 통해 귀국했다. 그러나 비자 목적에 맞게 입국해서도 연방 이민법 해석에 따라 언제든 다시 리스크에 노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업계 긴장은 여전한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비자 관련 리스크 관리가 곧 사업 경쟁력과 직결되는 현실임을 확인하게 됐다. 기존에 널리 활용해온 단기 상용 비자나 무비자 체제는 제조 현장 전문 인력의 미국 현장 파견에 현실적으로 부적합하며 향후에는 법적 요건을 충족하는 정식 취업 비자의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 논의 중인 E-4 비자 신설 및 워킹그룹 협의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서 비롯된다.

향후 기업들은 비자 관련법과 현지 노동 규제에 대한 철저한 준수 체계를 구축하고 미국 내 인력 채용 확대와 한국인 전문 인력에 대한 엄격한 비자 목적 준수 관리로 현지 공장 운영의 안정성을 높일 필요성이 커졌다. 새 비자 카테고리 적용에 대비한 내부 운영 가이드라인과 절차의 선제적 마련도 마찬가지로 거론되고 있다. 불필요한 법적 분쟁과 단속 피해를 방지하는 것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정부와 긴밀한 협력 관계 유지 및 한미 워킹그룹의 실무 협의 과정에도 적극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기업 현장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정책에 반영하도록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단순한 비자 발급 절차 개선을 넘어 기업 투자 확대와 현지 고용 확대가 함께 고려되는 균형 잡힌 비자 정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이번 미국 비자 구금 사태는 단기적인 충격을 넘어 한국 배터리 및 제조업계가 미국 내 사업 확장을 지속하려면 불가피하게 마주할 복잡한 법과 제도적인 도전을 의미한다. 기업들은 근본적인 대응 전략과 현지화 노력을 강화해 더욱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해외 사업 기반을 구축해 나가야 하는 시점으로 보고 있다.

정부 또한 현장 기업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실효성 있는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 양국 간에 신설되는 비자 워킹그룹과 연계한 전문인력 비자 신설과 연장 추진, 현장 밀착형 지원 체계 구축 등이 협력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기업과 정부가 협력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미국 내 투자 환경을 더욱 견고히 다지는 것이 향후 한국 배터리 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가장 이상적인 대안은 단기 사용 비자가 아닌 전용 취업 비자와 같은 것을 신설하는 것"이라며 "비단 한국 뿐이 아니라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것이 미국이 다양한 국가로부터 투자를 받고 있기 때문에 필요성 측면에서도 미국도 급한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기업들이 관세로 인한 투자때문에 필요성이 커지긴 했지만 미국도 새로운 비자 개설에 대한 필요성을 공감했기 때문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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