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당국이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 지 일주일 가량 흐른 가운데, 은행권 수신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예금 이용자들의 은행 선호현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은행권과 2금융권 간 금리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2금융권의 높은 연체율 등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 8일 기준 958조 840억원을 기록해 지난달 말 954조 7319억원 대비 약 3조 3521억원 늘었다. 정기적금도 1주일 새 3207억원 불어난 44조 5944억원을 기록했다. 예금자보호한도가 이달 1일부터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시행된 가운데, 은행권에서 2금융권으로의 대대적인 자금이동(머니무브)이 사실상 미미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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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당국이 예금자보호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한 지 일주일 가량 흐른 가운데, 은행권 수신잔액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초 예금자보호한도 상향으로 금리가 높은 2금융권으로 자금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는데, 예금 이용자들의 은행 선호현상이 뚜렷한 모습이다. 은행권과 2금융권 간 금리격차가 크지 않은 데다, 2금융권의 높은 연체율 등이 이 같은 현상을 부추긴 것으로 해석된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예금자보호한도는 은행 등 금융회사가 파산할 때 고객이 맡긴 돈을 정부나 위탁기관이 보장해 주는 제도다. 예금보험공사가 금융사로부터 예금보험료를 걷어 적립하며, 금융사가 예금지급불가능 상태에 놓이면 고객에게 대신 예금을 지급하는 식이다.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를 거쳐 예금자보호법 시행령 등 6개 대통령령 개정안을 이달 1일부터 본격 시행했다. 이에 금융회사(은행·저축은행·보험·금융투자업권)와 상호금융권(신협·농협·수협·산림조합·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 한도는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됐다.
이 같은 현상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하는데, 우선적으로 시중은행권과 2금융권 간 금리격차가 크지 않다. 이날 5대 은행이 공시한 핵심 정기예금 상품(단리, 12개월 기준) 금리는 연 2.45~2.53%를 마크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의 'NH올원e예금'이 연 2.53%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자랑하고 있다. 이어 △KB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 '하나의 정기예금' △우리은행 'WON플러스 예금' 등이 일제히 연 2.45%를 기록했다.
이는 저축은행 등 2금융권 금리에 견주면 낮은 편이지만 상당한 금리차도 아니다. 업계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1년 만기 정기예금 평균금리(은행과 동일기준)는 전날 기준 연 2.94%에 그쳤다. 저축은행의 1년 만기 평균 예금금리가 2.9%대로 내려온 건 지난 2022년 6월 이후 약 3년 만이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대규모 예·적금 만기 도래, 예금자보호한도 상향 등을 계기로 저축은행의 수신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는 평가가 나돌기도 했다. 오는 4분기 대규모 예금 만기에 대비해 추가 비용(이자)을 지급해 새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는 명분이 있었던 까닭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저축은행들은 이달부터 예금금리 인하에 나섰다. 기존에 확보한 필요 자금(이자지급액)으로 만기 도래에 대응한 것이라는 후문이다. 여기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높은 연체율 등이 더해지면서 저축은행들이 신규 대출에 소극적인 점도 두루 영향을 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타 2금융권 금리도 그리 큰 격차를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기관 가중평균 금리' 통계에 따르면 7월 예금은행의 저축성수신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연 2.51%에 그쳤다. 특히 2금융권의 경우 △상호저축은행 3.02% △신용협동조합 2.91% △상호금융 2.66% △새마을금고 2.88% 등으로 은행권과 큰 격차를 보이지 않았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기다보니 예금상품 간 금리차가 크지 않고, 고객들도 자금을 예치할 때 (건전성 등이) 안전한 곳인지 따지는 경향이 있다보니 은행 선호현상이 여전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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