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박준모 기자]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여전히 수출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는 가운데, 중국외 해외 시장에서도 중국의 물량 공세가 본격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의 생산능력은 추후에도 지속적으로 늘어날 예정이어서 수요 시장이 겹치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우려가 크다. 이에 업계 내에서는 스페셜티 전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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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수국가산업단지./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
12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화학 빅4(LG화학·롯데케미칼·한화솔루션·금호석유화학)의 올해 상반기 수출 비중은 5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LG화학은 상반기 석유화학 부문에서 5조3784억 원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이는 석유화학 부문 전체 매출에서 58.4%가 수출에서 발생한 것이다.
롯데케미칼은 기초화학 부문에서 3조5300억 원의 수출을 올렸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7.8%로 집계됐다. 한화솔루션 역시 케미칼 부문에서 1조1427억 원의 수출 실적을 달성했으며, 매출 비중은 55.6%를 차지했다.
금호석유화학은 합성고무와 합성수지 1조6004억 원을 수출했다. 매출 비중은 77.5%로 석유화학 빅4 중 가장 높았다.
이처럼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출 비중이 절반을 넘었다는 사실은 여전히 수출이 중요하다는 의미다. 국내 수요가 한정돼있는 상황에서 해외 시장 공략 없이는 생산량을 늘리거나 외형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리스크 등 외부 변수로 인해 글로벌 환경이 녹록지 않지만 여전히 수출은 사업의 중심 축”이라며 “국내 수요는 한정돼 있는 반면 글로벌 시장에는 기회가 남아 있어 수출에 힘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늘어나는 중국 생산량에 수출 시장서 경쟁 불가피
하지만 석유화학업체들의 수출 전망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중국의 공급 과잉이 수출 시장에서도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한국과 중국이 겹치는 시장에서는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내에서는 중국의 석유화학 주요 제품들의 자급률은 이미 100%를 충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중국 내에서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생산된 제품을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면서, 이를 해외로 판매하려는 움직임이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이 생산능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는 사실도 수출 부담을 더욱 키우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현재 에틸렌 생산능력은 5100만 톤을 넘어서고 있는데 2027년에는 생산능력이 7200만 톤 수준까지 늘어날 예정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국 내 수요가 따라주지 않는다면 수출 물량은 더 증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초과 생산된 물량은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판매하게 되고, 이는 국내 석유화학업체들과의 경쟁을 더욱 심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이 저가 수출에 나서고 있다는 점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그동안 중국은 저가를 무기로 다양한 산업에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해왔고, 석유화학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중국은 국내 업체들에 비해 값싼 노동력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생산원가를 낮출 수 있어 저가 밀어내기 수출은 국내 업체들에게 큰 위협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업계 내에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페셜티로의 전환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범용 제품에서는 중국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술력과 차별화를 갖춘 고부가가치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국내 주요 업체들도 점차 스페셜티 전환을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있으며, 연구개발(R&D)에도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은 국내 석유화학업체들의 최대 수출국이었는데 이제는 가장 큰 경쟁국이 됐다”며 “앞으로는 중국이 생산하지 못하는 제품을 생산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박준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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